[박종형의 기업에세이] 기업의 수성은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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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형의 기업에세이] 기업의 수성은 왜 중요한가
  • 박종형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1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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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수성은 왜 중요한가

기업의 생명은 견실한 성장에 있다. 첫째가는 목표인 성장의 달성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속으로 골병드는 것을 알지 못하는 데서 불행의 씨앗이 자란다.

고대 로마의 집정관이었던 파비우스는 지혜로운 싸움으로 카르타고의 영웅 한니발을 물리치고 나라를 지킨 명장으로 역사에 기록된 인물이다. 승승장구 로마를 압박해 온 한니발 대군을 맞은 파비우스의 대응전략은 방어 위주의 전법이었다. 공격하고 싶어 안달이 난 장졸들이 그를 ‘한니발의 머슴’이라 조롱했어도 그가 수성을 고수한 것은 로마군이 적군에 비해 열세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장정長征의 피로에 지칠 게 번한 카르타고 장졸들의 약점을 간파하고 그걸 이용할 셈이었다. 파비우스가 정면대결 회피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시민의 그릇된 비난과 감정적인 성화에 못 이겨 자기 소신을 쉽게 굽힌다면 중책을 맡을만한 지도자라 할 수 없다.”고 대답한 말은 후에 그의 지혜로운 싸움이 어떻게 많은 병사의 희생 없이 로마군을 승리로 이끌었던 가로 입증되었고 칭송 받았다.

파비우스가 지략과 침착성으로 대변되는 ‘로마의 방패’였다면 그에 맞서 나아가 싸우자고 군과 시민을 선동한 젊은 장군 미누키우스는 용맹성으로 명성이 자자한 ‘로마의 창’이었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군과 시민들이 미누키우스를 지지했기 때문에 로마군의 지휘권은 양분되었고 몇 차례의 승전에 교만해진 그는 결국 노회한 한니발의 계략에 말려 대패, 그 목숨마저 위태롭게 되었다. 그의 목숨을 구한 파비우스는 이어 카르타고 군을 패주시켰다. 승전 후 미누키우스는 파비우스 앞에 무릎을 꿇고 “당신은 무용과 지도력으로 한니발을 정복하셨고 지혜와 선량함으로 동료를 정복하셨으니 동시에 두 가지 승리를 거두셨습니다. 우리가 한니발에게 패한 것은 수치였으나 장군에게 진 것은 은총이며 영광입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경솔하였음을 사과했다.

▲ 네이버 이미지

기업의 수성守城은 저 파비우스의 방패 전략과 같아서 싸움(경쟁)에 있어 사실 성장 못지않게 어렵다.
기업에 있어서도 발전을 위한 공격경영이 항상 최선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시장점유는 판매라는 공략으로만 가능하지만 일단 점령한 시장영역을 지키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세기 넘게 자동차산업의 제왕으로 군림해 왔던 GM 같은 기업이나, 컴퓨터산업의 무적 일인자로 번영을 누려왔던 IBM이 경영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수성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허무하게 도산하는 대기업을 보면 그들의 수성 방법이 얼마나 허술했던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저들의 부실한 실상이 드러나서야 알 게 되지만, 저들은 하나같이 기업 확장을 통한 성장을 향해 무작정 질주만 했을 뿐 간난신고 끝에 이룩한 성공을 지키고 닥칠지도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수성경영에는 무분별한 차입경영에다 분식회계 등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하고 소홀하기 일쑤다. 마치 풍차에 칼을 휘두른 돈키호테의 무모함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옛 교훈에 거안사위居安思危 하라는 말이 있다. 살기가 평안해지면 반드시 닥칠지도 모를 위험을 생각하여 대비하라는 의미다. 기업의 경영이 딱 저런 교훈을 따라야한다. 경영이 성장서부터 이익창출까지 순조롭고 높을수록 그 반대되는 위기를 대비해야만 기업이 장수할 수 있다.

경영의 두 중심 목표는 ‘성장의 추구’와 ‘성장에서 수확한 경영성과의 관리’다. 하늘과 같은 전자는, 밖으로 시장에 나아가 땀 흘려 벌어들이는 경영활동이고, 땅과 같은 후자는, 안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관리하고 지키는 경영활동이다. 그 두 목표는 천지간과 전후방 같은 관계여서 불가분이며 상호보완적인 균형관계로 유지되어야 최상이다. 그 균형이 깨지면 기업은 찌부러져 망하거나 흑자 속에 도산할 수 있다.
전자가 흔하게 앓는 병은 분수에 넘치는 ‘무분별한 확대 병’이며, 후자의 고질병은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외화내빈 한 부실’이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은 특히 대기업들의 경우 후자의 고질적인 배앓이를 하고 있는 기업이 많으며 그 병 때문에 허망하게 쓰러진 기업 또한 적지 않았다. 성장의 추구를 용기와 경쟁으로 한다면 경영성과의 관리는 실속 있는 지혜와 절제로 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기업을 지키는 이치인 수성경영이란 난해하거나 실천하기 어려운 게 아니다. 그것은 나무를 심되 뿌리가 튼튼하게 내리기까지 거센 비바람과 홍수에 견딜 수 있도록 버팀목을 세워 주거나 성토盛土해 주는 일과 같은 것이다.
나아가 싸우기 전에 방비를 튼튼히 해서 적군의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며, 신규 사업이나 기업 확장 같은 원정遠征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내부 전투력을 기르는 것이다. 지혜로운 장수는 출전에 앞서 수성방비책이나 싸움터까지의 군수품 보급에 만전을 기한다. 식량이나 무기는 공격군은 물론 남은 수성군한테도 필요하기 때문이며 후방의 수성에 실패한 전방의 승전이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판매와 관리라는 전후방의 두 전장戰場을 가지고 있어 공격과 수성의 균형을 유지하며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시장개척은 미미한데 시작부터 과도한 생산시설을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무장으로 자칫 적자와 원리금상환에 치어 쓰러지게 만든다. 반대로, 효율경영이라는 방비에 소홀한 채 판매 신장에만 매달리면 겉으로는 화려하고 남는 것 같으나 속으로는 멍들고 밑지는 헛장사되기 쉽다.

기업은 여니 전투와 달라서 적을 잘 아는 것만으로 싸움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전투능력을 알고 그에 맞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경쟁할 상품이 얼마나 강한가를 알아도 그보다 더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해 팔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출전하고 있는 동안에 성을 덮칠지도 모를 갖가지 위협요인과 있을 수 있는 패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기업의 외부 적은 경쟁사나 경쟁상품에만 있지 않다. 환차손換差損 같은 경제적 여건변화 요인도 적일 수 있으며, 하다못해 기상변화도 적일 수 있다. 내부에는 비용의 낭비와 낮은 경영효율과 불화라는 적이 숨어 있다. 기업은 판매목표 달성에 실패하거나 불의의 위기에 대비해 내부관리를 철저하게 합리적으로 해서 가능한 한 많은 순이익을 내고 유보해야 하 기 때문에 그런 적들과의 싸움은 끊임없고 치열하다.

그러므로 경영실상을 꿰뚫어보지 않고 불의의 사태에 대처할 적절한 방비책을 세우지 않은 채 기업 비전을 일신한다며 확대일변도 공경경영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고 이미 이룩한 성공을 자만한 나머지 수성 따윈 문제시하지 않은 채 미래 성공만을 자신하며 신규 사업에 나서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기업의 수성을 위해 비축하지 않으면 안 될 무기란 이익유보를 필두로 합리적인 경영 전략, 탄탄한 현금흐름, 완벽한 생산준비, 잘 훈련된 판매조직, 고도의 생산성, 노사 간의 강한 협동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신이 혈기 방자한 용맹성이나 성공과 명성을 얻고 싶은 탐욕에 눈이 멀어 공격을 일삼다가 치욕스럽고 불행한 패배를 자초한 ‘미누키우스 적 만용’은 금물이다.

성장의 추구는 평생반려 같은 존재인 경영성과의 관리와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 조강지처와 같은 안살림살이를 허술하게 하거나 방치하고서는 아무리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다 해도 겉만 화려할 뿐 속은 부실한 사상누각 꼴이기 쉽다. 
성장에는 만용일 정도로 적극적이면서도 내부관리에는 허술하고 내부혁신에는 소극적이고서는 아무리 거창한 성장을 한다 해도 그건 거품으로 뒤덮인 허상이기 쉽다. 바깥 경쟁이 치열할수록 안살림살이를 실속 있게 해야만 밖에서 입은 상처를 빨리 치유할 수 있으며 훼손된 경쟁력을 거뜬히 회복할 수 있다. 신기술이나 신제품의 연구개발 한 가지만 해도 기업 내부에 축적된 힘으로 만들어 바깥 경쟁마당에서 무기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지켜야할 평범하나 매우 중요한 계명은 ‘공격은 실속 있게 하고 수성은 옹골차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과 관리는 ‘천지불이天地不二의 관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경영조직의 원리인 ‘균형성’이란 전적으로 판매조직과 관리조직의 수평적 균형관계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치우친 경영 전략이나 불균형한 대우, 최고경영자의 편애 등은 성장의 추구와 수성경영 모두를 망친다.

성장은 신화적이길 바랄 수 있을지 모르나 수성경영은 세상없어도 실용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성장은 신나고 야망과 곧잘 짝이 될 수 있으며 탐욕에 순종적이지만 수성은 결코 신나지 않으며 엄연한 현실임으로 절제와 근검절약과 합리화에 철저해야 한다. 여기에 조화시키기 어려운 양자 간의 괴리가 있으며 그 괴리의 지혜로운 최소화와 조화에 지혜로운 경영의 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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