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위안부 사진이 공개됐다. 얼굴에 새카만 검댕을 묻히고 있는 여인들 속에서 시름이 가득한 표정에 아슬아슬하게 흙더미에 기댄 만삭의 앳된 여인. 머리는 뒤엉켜 있고 부푼 배에 축 늘어진 모습으로 맨발은 가까스로 땅바닥을 딛고 힘겹게 서 있다.

공개되는 사진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했던 고(故) 박영심 씨가 중국 송산수용소에서 연합군 포로로 잡혀있을 당시 만삭이었던 모습이 담긴 사진 1점과 버마 미치나의 한국인 위안부 여러 명이 모여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 2점이다.

1944년 미군이 찍은 흑백 사진 속 위안부의 모습이다. 이 사진은 위안부의 참상을 담은, 대표적인 사진으로 잘 알려졌다. 이 사진을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의 모습을 담은 대표 사진 3장의 실물이 국내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18일 서울시와 서울대 정진성 연구팀은 25일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개막하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전 '기록 기억: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다 듣지 못한 말들'에서 조선인 위안부 사진 3장과 각종 사료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들 사진은 아시아·태평양 전쟁 중 미군이 만든 사진 앨범의 일부로, 실물이 국내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한 사진을 스캔한 이미지로만 공개됐다. 버마 위안부 사진은 1944년 8월 14일, 박영심 씨의 사진은 9월 3일 촬영됐다. 미국은 1944∼1945년께 앨범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되는 실물 사진 3점은 만삭의 모습으로 위태롭게 서 있는 조선인 위안부와 다른 여성 4명이 찍힌 사진 1점, 조선인 위안부 여러 명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사진 2점 등이다.

만삭의 위안부는 고 박영심 씨로 당시 사진은 중국 송산수용소에서 연합군 포로로 잡혀있을 당시의 모습이다. 고 박영심 씨는 지난 2000년 북한에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의 실상을 처음으로 증언했다. 당시 배 속의 아기는 수용소에서 유산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버마(현 미얀마) 미치나의 위안부 사진(1944년 8월 14일 촬영) [출처 서울시·서울대 정진성 연구팀]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박영심 씨의 만삭 모습 사진(1944년 9월 3일 촬영) [서울시·서울대 정진성 연구팀]

해당 사진들은 서울시와 서울대학교 정진성 연구팀이 지난 3년간 추진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을 통해 실물 사진들을 찾아냈다. 사진은 앨범 없이 낱장으로 흩어졌으나 작년 9월께 개인 소장자를 통해 확보했다.

사진은 가로 29cm, 세로 21cm로 인화된 상태이며,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전시회에서는 위안부 사진 실물 3점 외에 일본인과 조선인의 귀환을 다룬 뉴욕타임스 신문 실물(1946년 3월 2일자), 쿤밍보고서 및 축섬승선자 명부 복제본, 일본군 위안부 최초 증언자인 배봉기 씨의 사진(김현옥 개인 소장) 등이 공개된다.

▲버마(현 미얀마) 미치나의 위안부 사진(1944년 8월 14일 촬영) [출처 서울시·서울대 정진성 연구팀]

서울대 연구팀이 중국과 오키나와의 위안부 피해 지역을 답사해 제작한 영상도 만날 수 있다. 전시회는 위안부의 증언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주요 사료를 예술 작품과 엮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보여준다. 또한 박영심 씨와 북에서 여생을 보낸 일본군 위안부의 삶을 기록해 온 재일조선인 르포작가 김영씨가 강연자로 나선다.

전시회는 3월 20일까지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3월 3일에는 2000년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에 남측 대표검사로 직접 참여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당시 한국위원회 부대표였던 정진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대담이 마련된다.

박원순 시장은 "일제의 만행을 세상에 알린 '위안부' 피해자 역시 공로를 인정받아야 마땅하다"며 “특히 이번 전시는 지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연구 지원을 중단했을 당시 서울시와 서울대학교 정진성 연구팀이 함께 진행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발굴 사업의 결과물로 서울시는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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