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 <사진=연합뉴스>

[뉴스프리존=임새벽 기자] 임은정 검사의 '미투' 폭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검찰 내 성비위 감찰 직무 유기를 방관한 정황이 18일 공개됐다. 

임은정(45·사법연수원 30기)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이날 대한변협에서 열린 '2018년도 인권보고대회'에서 주제 토론자로 참석해 지난 1년간 대검 감찰본부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하고 "지금까지 없던 검찰 직무유기에 대한 판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끝까지 간다"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는 문무일 현 검찰총장의 실명까지 언급하며 "2015년 일어난 검찰 내 성폭력 사건 감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공개비판하고 지난해 5월 전직 검찰 간부들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피고발인은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김수남 전 대검 차장, 이준호 전 대검 감찰본부장, 오세인 전 검사장, 장영수 검사장, 김모 검사 등 6명이었다.

임 부장검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소속 현직 검사가 술자리에서 후배 여검사 2명을 성추행한 사건이 불거졌으나 성폭력 관련 수사·감찰을 중단하고 사표가 수리됐다. 진 검사의 비위는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 상 '해임-파면'에 해당된다고 임 부장검사는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총장과 김 전 대검 차장검사, 이준호 전 대검 감찰본부장이 감찰·수사 중단을 지시·승인해 진 검사 징계와 형사처벌은 없었다며  수사·감찰 관련 직무상 의무를 유기했다는 주장이다.

진 검사는 지난달 11일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고 쌍방 항소로 2심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해 감찰을 요구하며 대검 감찰본부와 주고받은 메일 일부를 공개하면서, "징계시효를 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결국 돌아온 대답은 "징계시효가 넘어 감찰에 착수하지 않는다"였다고 지적했다.

이후 관련자들을 수사해 달라고 고발장을 접수한 뒤 이뤄진 고발인 진술조서 일부도 공개했다.

임 검사는 지난해 3월 22일 대검 감찰본부에 "당시 감찰1과장과 담당 감찰연구관은 현직에 있고, 이들에 대한 수사는 그 공범인 당시 감찰본부장과 그 윗선의 공모까지 아울러 수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공소시효와 징계시효가 모두 남아있다. 신속하고 엄정한 감찰을 요구한다"고 메일을 보냈다. 징계시효를 두 달 남긴 상황이었다. 4월 26일에는 검찰 내 감찰 방해행위와 감찰 협조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감찰도 요청했다.

그러나 감찰1과는 5월 4일 답장에서 "성추행 진상조사단에서 조사한 결과 징계시효가 도과되었거나 비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안"이라며 "다시 감찰에 착수하여야 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고발장을 낸 현직 검사는 임은정 부장검사로 이번엔 당시 진술조서를 일부 공개하고 현재 검찰 상층부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날 임 부장검사는 검사게시판에 '대검 감찰본부에 성실의무의 이행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고소, 고발에 준하는 감찰 요청을 이렇게 허술하게 처리하고도 대검 감찰본부에서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하겠느냐"며 공개비판했다.

같은달 24일 임 부장검사는 김 전 검찰총장 등 6명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발송했다. 지난해 11월 16일에는 대검에 "약 2개월의 징계시효가 남아있음에도 만연히 도과시킨 상반기 감찰 관련자들에 대해 적정한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검찰에서, 여타 기관장들이 유사 범행을 저지를 경우 직무유기로 기소하는데, 정작 대검 감찰1과에서 검찰간부들의 직무유기는 왜 형사처벌하지 않는지에 대하여 설명이 전혀 없다"며 "종래 감찰1과장이 제가 감찰제보시스템을 통해 징계시효를 도과시키지 않도록 유념해 줄 것을 수회 당부하였음에도 만연히 징계시효를 도과시켰는데, 이에 대한 감찰을 요청한다"고 했다.

해를 넘겨 감찰1과는 지난 1일 이메일을 통해 "당시 피제보자 등은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단에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시효가 도과되었거나 비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제보 건을 종결 처리한다"고 답변했다.

같은날 임 부장검사는 "징계시효가 도과되기 전에 제가 감찰 요청을 하였고 징계시효가 도과되지 않도록 주의를 수차 촉구했다"며 "작년 상반기 대검 감찰1과장 등은 장영수 당시 대검 감찰1 과장 등의 비위행위 징계시효를 만연히 도과시켜놓고, 징계시효가 도과되어 감찰에 착수할 사정이 없다고 통보한 그 몰염치한 직무 해태에 대해 감찰 요청을 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귀과는 진상조사단에서 징계시효를 도과시킨 것이지, 작년 상반기 감찰1과장 등이 도과시킨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진상조사단이 대검 감찰과 협조관계일 수는 있으나, 감찰 업무는 감찰1과의 고유 업무여서 감찰1과장 등에게 책임이 없다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 부장검사는 2018년 상반기 감찰1과장 등의 직무유기 수사가 아닌, 직무 해태 감찰을 요청했다며 재차 감찰을 요청했다.

그의 재감찰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감찰1과는 지난 12일 "이전 답변과 마찬가지로 2018년 상반기 감찰1과장 등에 대한 직무해태 비위혐의를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재감찰을 요청한 본 제보건을 종결처리함을 알려드린다"고 답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메일 공개를 마치고 "만일 검찰이 나를 징계한다면 징계 취소 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는 언론 기고문을 통해 당시 검찰 간부들이 성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며 실명으로 비판하면서 의혹 당사자들을 징계하기는커녕 요직으로 발탁했다며 문무일 검찰총장의 이름까지 언급했다.

앞서 지난해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단이 꾸려졌을 때 관련 은폐 의혹은 규명하지 못해 '셀프 수사'의 한계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대검찰청은 일단 현직 검사의 실명 비판에도 별다른 대응 없이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임 부장검사는 미투 1년이 지났지만 검찰 조직 문화는 변화가 보이지 않아 자료 공개와 실명 비판을 결심했다고 밝히면서 검찰이 사건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직무유기 사건의 경우 공수처를 설치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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