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패배 후 정치적 부침을 거듭하던 국민의당 정동영 전 의원이 고향인 전북 전주병 선거구에서 다시 한 번 금배지를 달았다.

그는 4·13 총선에서 옛 정치적 동지이자 고교·대학교 11년 후배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에게 신승을 거두고 4선 고지에 올랐다.

정 당선인은 뉴스프리존와 인터뷰에서 "정권교체에 문지기 역할을 하겠다"면서 정권 재탈환을 약속했다.

 

 

       

-- 당선 소감은.

▲ 상처 입고 돌아온 전주의 아들을 품어 안아주신 전주시민은 저의 정치적 어머니다. 앞으로 전주시민을 하늘처럼 잘 섬기겠다.

-- 이번 선거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 얼음장이었다. 전주시민 가슴 속에 '왜 우리를 버리고 떠났느냐'는 마음이 있었다. 그것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TV와 라디오 등 9번의 토론이 얼음장을 녹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예를 들면 4년 전 서울 강남으로 홀연히 떠나게 된 데 대해 완벽한 오해였다는 것을 풀었다. 당시 더민주당은 전북에서 전주의 신건, 군산의 강봉균, 익산의 조배숙 등 중진의원들을 경선에서 원천 배제하고 정치적으로 학살했다. 그 속에서 정동영을 살려두겠느냐. 당시 험지 출마를 요구받았고 또 강남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조건과 분위기를 유권자들이 처음으로 알게 됐다. 토론을 통해 전주시민의 귀가 열렸다. 모르던 것을 알게 됐다. 정동영에 대한 미움이 풀렸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았다.

또 하나의 얼음장은 정동영이 한 일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내가 큰 역할을 한 한옥마을 부활과 제35사단 이전 등 굵직한 일을 자랑할 기회조차 없었다. 정치인이 '뭐 이거 했소'하고 한 일을 말하기 어렵다. 35사단 이전은 다 힘을 합했겠지만 내가 국회 국방위에서 일하면서 많은 노력을 해서 이뤄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우리를 버리고 떠
났다', '한 일이 없다'란 두 얼음장이 풀렸다. 정동영이 한 일이 많다는 사실이 유권자들이 알면서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 이번 총선은 국민의당의 승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 호남은 야당을 교체했다. 국민의당은 호남 전체 의석 28석 가운데 23석을 차지했다. 명실상부하게 호남의 제1당은 국민의당이다. 호남이 야당의 모체 아니냐. 야당의 모체가 국민의당을 1당으로 선택한 것이다. 야당의 대표정당인 것이다. 여기에 정당 투표율에서 국민의당이 더민주당을 앞섰다. 의석 수는 더민주당이 많지만 야당의 대표성은 국민의당이 갖고 있다. 대한민국 민심을 대표하는 서울의 정당 투표율은 새누리당 30.8%, 국민의당 28.8%, 더민주당 25.9%로 국민의당이 더민주당을 앞섰다.

이번 총선은 더민주당에 대한 지난 4년에 대한 평가로 '무능하다', '무책임하다', '호남을 내부 식민지화했다'란 민심을 보여줬다. 그 부분에 대한 실망감이 이번 총선에 반영됐다. (수도권 유권자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심판 차원에서 더민주당을 활용한 것이다. 비로소 20대 총선을 통해 박정희 시대가 죽었다. 유권자가 끝낸 것이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확인했다. 헌법 가치를 정확히 보여줬다. 바로 이번 총선의 의미다. 국민은 더민주당에 제1당이란 왕관을 씌워줬지만, 회초리로 종아리를 쳤다. 새누리당은 몽둥이로 얻어맞았다.

-- 당선 소감에서 호남 정치 부활을 외쳤는데.

▲ 이번 총선을 계기로 호남 패배주의에서 벗어났다고 본다. 호남이 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이다. 야당도 바꾸려면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 정치에서 호남 중심성을 회복했다. '호남 중심 정권교체로 가자', '호남이 선택한다. 적어도 야당 후보는 호남이 선택한다'란 것을 보여줬다. 부산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이 선택해 대통령이 됐다. 호남이 내부 식민지를 거부했다.

더민주당 친노 패권세력은 당을 좌지우지했고 4년 전 비례대표 20명을 전부 자기 패밀리로 깔았다. 그런 친노 행태에 대해 심판한 것이다. 그런다고 당이 능력이라도 보여줬느냐. 더민주당은 정치적으로 독식하면서도 무능했다. 박 대통령을 한 번도 견제하지 못했다. 국정교과서 문제, 노동, 지역차별, 담뱃값, 민생, 개성공단 폐쇄, 평화문제 등 무능함을 보여줬다. 심지어 북한 궤멸론을 이야기한다. 더민주당은 한미 FTA 전도사가 많이 들어와야 당이 좋아진다고 말하는 등 종아리를 맞을 만 했다. 총선 결과에 더민주당이 좋다고 할 일이 아니다. 반성해야 한다.

호남 패배주의의 핵심은 호남 필패론에 있다. 그 뿌리는 정동영에 대한 주홍글씨부터 시작된다.

9번의 토론을 거치면서 위키리크스 폭로를 처음 접하는 도민이 많았다. 그때 그들(친노)이 한 일을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됐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호남은 DJ보다 더 찍어줬다. 그 5년 뒤에 전북 사람 정동영이 후보가 됐을 때 그들은 이명박으로 빠지고 문국현으로 빠졌다. 그것을 폭로한 게 위키리크스다.

위키리크스는 당시 청와대 핵심과 친노 핵심들이 말한 비밀문건을 폭로했다. 문건을 보면 '대선에서 정동영이 떨어져도 우리 당은 상관없다, 이명박이 당선돼도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통령 형님과 이명박 형님이 만나서 뒷거래했다'란 말이 나온다. 이런 이야기들이 알려지면서 '아, 친노 패권이라는 게 이런 거였구나'란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이는 정동영에 대한 배신을 넘어서 호남, 양심세력에 대한 배신이다. 정동영에 주홍글씨를 붙였다. 전북 사람들에게 정동영이란 이름은 대선 후보가 될 때까지 자랑스러운 이름이었다. 그런데 대선 패배 후 부끄러운 이름이 됐다. 호남필패론의 상징이 됐다. 호남필패론이 알고 보니 그들이 한 일이었다는 걸 유권자들이 알게 됐다.

노무현 정신은 훌륭하다. 그러나 그 정신 뒤에 숨어서 패권정치를 도모한 친노 세력은 단 한 번도 반성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든 책임을 나에게 넘겼다. 문재인 등 친노는 패배의 책임이 참여정부에 있다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정동영에게 모든 것을 돌렸다. 나는 참여정부의 공과 과를 모두 계승하겠다고 말해왔다. 정동영에게 붙인 호남필패론이란 주홍글씨가 이번 총선에서 벗겨졌다.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 앞으로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는.

▲ 더민주당은 형제당이다. 정책을 공조하고 박근혜 독재를 거부한 국민의 명령에 따라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도록 야당에 준 힘을 사용하겠다. 국정교과서 문제, 세월호특별법에 대해서도 논의하겠다. 손을 잡아야 내년에 정권 교체가 된다.

-- 정 당선인에게 친노란.

▲ 과거는 과거고 지금부터 두 당이 조화를 이루고 상생해 정권 교체의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 형제당이라고 말한 국민의당과 더민주당이 통합할 가능성은.

▲ 지금 선거가 끝나고 원 구성에 들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강력한 캐스팅보트를 쥐었다. 더민주당 입장에서는 국민의당 협조 없이는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 새누리당도 국민의당이 도와주지 않으면 일을 하기 어렵다. 국민의당이 강력한 거부권을 가진 것이다. 강력한 지렛대와 협상권을 가졌다. 그것으로 능력을 보여주겠다.

-- 현실적으로 양 당이 힘을 합해야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데.

▲ 여러 모델이 있다. 더민주와 DJP방식으로 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20대 국회 초반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길이 나오지 않겠느냐.

-- 4선이 됐는데 앞으로 정치적 꿈은.

▲ 정권 교체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문지기를 해도 좋다.

-- 직접 대선에 출마한다는 뜻인가.

▲ 동어반복인데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문지기라도 좋다는 말이다. 정권 교체 없이는 지역발전에 한계가 있다. 정권 교체가 지역 차별을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 낙후지역발전, 그 일을 위해서라면 문지기라도 좋다는 뜻이다. 내가 뭐가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 만약 대선후보로 나선다면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 그런 가정은 의미가 없다.

-- 전주시 발전전략은.

▲ 전주 한옥마을에 한해 1천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데 행정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에 주력하는 정치인이 되겠다. 전주종합경기장에 '전라밀레니엄파크' 조성과 1천 개의 창의점포 프로젝트 추진, 전주 남부·중앙·모래내시장의 문화관광형 사업 뒷받침, 송천동 농수산물시장에 청년 파크 조성, 임대차 표준계약제도·온라인공시제도·계약연장 청구권 보장을 위한 입법 활동 등을 통해 시민의 고통을 해결하고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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