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도 덮어준 데 이어,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박근혜와 아베 신조 사이의 전화회담 내용도 공개를 거부하면서 대놓고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양승태 사법부와 국정농단 정권 사이에 재판거래가 오갔듯, 양승태의 측근들이 즐비한 사법부에선 여전히 국정농단 정권과 끈끈한 동지애(?)를 자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법농단 끝판왕’인 양승태가 구속됐으니.

서울고등법원 행정8부(이재영 부장판사)는 2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청와대 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민변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면서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을 뜻한다. 소송 요건을 판단하는 기각과는 다르다.

앞서 민변이 공개해야 한다고 소송한 내용은 지난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이후 한일 외교부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에 대한 박근혜와 아베 신조 간 통화내용을 담은 회의록이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아베 신조는 박근혜에게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의 재산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해결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변은 이에 박근혜가 어떻게 답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당시 박근혜 청와대는 이를 거부한 바 있다.

▲ 피해자와 아무 상의도 없이 밀실에서 밀어붙인 한일 ‘위안부’ 합의, 굴욕중의 굴욕이라고 할 수 있다. © 고승은

그만큼 밀실에서 강행한 ‘굴욕’ 합의인 만큼, 국정농단 정권이 얼마나 떳떳하지 못한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민변은 이에 소송했다.

1심에서 재판부는 "‘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 정상회담 내용은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라며 "내용을 공개할 경우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우려가 크고 다른 정상회담에서 신뢰성에 흠결을 가져올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굴욕적인 합의가 ’외교사항‘ 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에서 NLL 대화록(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공개하고 이를 대선에 써먹은 이들(김무성·권영세·정문헌·남재준 등)은 대부분 처벌받지 않았으며, 정문헌 전 의원에게만 벌금형이 선고됐을 뿐이다. 그 NLL 대화록은 공개해도 외교적 파장은 없고, 박근혜와 아베 사이에 오간 내용은 외교적 파장이 없다는 것인가?

전날인 21일에도 서울고등법원은 세월호 사건 당일 청와대비서실, 경호실, 국가안보실 등이 작성해 박근혜에 보고한 문건 목록을 공개하라고 낸 정보공개청구 소송과 관련해 ‘공개하라’고 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 지난 2015년 11월 정상회담 당시, 박근혜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베 신조가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 청와대

해당 문건은 박근혜가 국회에서 탄핵당한 뒤,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최장 30년동안 세월호 당일의 진실이 덮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박근혜는 물론 황교안 구하기에까지 나서는 법원의 퇴행적 판결이라 할 수 있는데, 오늘도 법원의 태도는 변함이 없음을 여실히 증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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