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미순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띠우면서, “교장 선생님! 우리 학교에서 제일 미모의 여선생님이에요. 임초애 선생님입니다.”김미순은 초애를 높이고 싶었다. 교부부장이 초애를 미워하는 것을 알면서 모르는 척 그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메이커하였다. 한기수는 임초애를 바라보고 깜짝 놀랐다. 낯익은 분위기! 어미의 태에서 나온 자연스런 고향의 여인 같음이 밀려왔다.그것은 다른 여교사에게서 느낄 수 없는 정겨움과 사랑스러운 감정이었다. 기수는 자연스럽게 커피를 받아들고 마시며, “아, 참 감사합니다. 커피가 아주 맛있
▲ 1974 = 영국 소설가 데이비드 피스의 누아르 스릴러. 1974년 영국 요크셔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기자의 사투를 그렸다.작가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1977', '1980', '1983'까지 실제로 1960년대와 1970년대 영국 북부 리즈 지역을 공포에 몰아넣은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시리즈를 선보였다.이 가운데 한국어판으로 '1974'와 함께 1977년 매춘부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와 경찰 이야기를 담은 '1977'이 번역 출간됐다. 김시현 옮김.▲ 덤플링 = 같은 제목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원작으로,
조덕자는 마치 자신이 상관이 된 것처럼 연구부장 김미순에게 지시하듯 하였다. 이 때 교장이 교감과 복도에서 학교현황을 대충 설명 듣고 있다가 교무실로 들어섰다.“교장 선생님! 오늘 저녁식사는 저희들과 함께 하시면 어떨까요?”조덕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하였다.“그래요. 저녁식사 같이 하며 서로 낯을 익히고 대화시간도 가져 봅시다!”한기수는 미소를 지으며 부담 없이 편하게 대하였다. 이 때였다. 임초애가 복도에서 뒷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의 테이블에 앉았다. 한기수는 임초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여기도 여선생님이 거의 차지하고 있는
부임인사가 끝나자 곧 교가가 이어졌고 학생들은 각자 교실로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조회대 맨 앞에서 학생들을 지켜보던 교사들은 모두 새로운 교장에게 호감을 보이는 분위기였다.“교장 선생님 훈화말씀 정말 좋았어요!”“맞아요. 전번 교장은 어디 그런 좋은 말이나 해주었나요? 그저 고함이나 버럭 지르고 학생들을 혼내주는 분위기였지요!”“머리에 든 것 없이 그저 출세를 위한 점수 따는 데만 혈안이 되어 알랑방구나 잘하여 교장이 된 듯하고 어디 교양 있는 책을 읽었겠어. 말하는데도 구시대적인 아집과 권위의식만 높아가지고 말이야”“맞는 말이야!
“자, 모두 국기에 대한 경례!”“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일제히 경례를 하면서 조회대의 확성기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전체, 차렷”“다음은 새로 부임하신 한기수 교장 선생님의 부임인사가 있겠습니다.”학생들은 모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과거에는 일제히 머리 위 귀 위로 손바닥을 직각으로 올려 경찰이나 군인이 하듯 하였으나 너무 군사적인 관행과 일제시대의 잔재라 하여 그러한 인사 관행이 사라졌다. 많은 학생들이 반 별로 두 줄로 서서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의 훈화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였다.그러나 한 편에서는
“자, 3시 반에 임시 직원회의를 열겠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의 인사소개가 있겠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잠시 교무실에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교감이 마이크를 대고 각 실에 흩어진 선생님들에게 광고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다시 한 번 교내 계신 선생님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지금 곧 임시 직원회의를 열 예정이오니 속히 교무실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이어 흩어졌던 교사들이 하나 둘 교무실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임초애는 이 날 한기수라는 성함을 가진 교장의 부임인사를 받았다. 모두들 인상이 좋다고 하였다.그의 인상은 전형적인
교문입구에서 검정색 승용차가 서서히 교정의 주차장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교감과 교무부장이 그 차안에서 내리고 있는 노신사를 정중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노신사는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학교 건물을 한 번 빙 둘러본다.‘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이구나. 오늘 새로 부임하신다고 하였는데………’초애는 창가로 바싹 다가가 그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바라보았다. 정감이 어리고 노신사다운 품위가 있었다. 거기다가 은회색 머리와 짙은 회색양복이 매우 잘 어울려 보였다. 체격도 남자다운 적당한 체격을 지니고
“오늘은 나다니엘 호손의 의 단원입니다.”초애는 칠판에 크게 단원명을 이라 적고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자, 우선 내용이 어떤 이야기인지 한 번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단편소설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살펴보며 다른 사람은 눈으로 읽고 12번은 큰소리로 읽어 보세요”12번 학생이 일어나 교과서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 나갔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국어책을 책상 위에 세우고 눈으로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남편도 교장이 자신을 사모하듯 그 모델을 사랑하고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서아진에게 새로운 모던 패션을 입히며 그녀의 몸을 밀착하여 사랑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획기적인 현대 여성의 매력을 간직한 모델이라며 잘 적응되는 모델이라고 언뜻 흘러들었던 남편의 말이 갑자기 겹쳐온다. 세상에 한 여자에게만 사랑을 느끼는 맞춤형이 아니듯 하다. 어쩌면 남편은 아내인 자신을 껴안고 애무를 하며 서아진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우리는 서로가 마음에서는 다른 연인을 품고서 지내는 사이가 되어버린다.그러다가 모애는 문득 세상 남자와 여자들이 자신이 사랑을
좋아하는 감정을 억누르기도 하였지만 사랑의 기쁨은 자신의 생활의 축제처럼 점령해온다. 은밀한 이 감정의 교감! 마음의 간음이라고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접어두고 그 쾌락에 머물고자 한다. 미련한 여자. 아! 정신 차리자.모애는 상사가 아내와 식사하며 그의 가족과 함께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그런 건전한 자리지킴을 다행으로 여겼다.‘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난 왜 이렇게 외로운 것일까!’남편에 대한 뜨거운 연정은 생길 수 없는 것일까. 너무나도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연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은 연소되었단 말인가! 남
모애는 남자와 정식을 주문하고 있는 장미원의 모습에 놀랐다. 바로 언젠가 동문회 때 보았던 그 선배. 교육장이라는 그의 잘생긴 모습이었다. 모애는 화들짝 놀라며 그들의 소리를 숨을 조이며 들어보려고 귀를 바싹대었다.“이번에 승진 된 것 축하드려요.”“내가 본청으로 떠나면 그 자리가 비게 되지만……”“그럼 이 곳에서 아주 떠나시나요?”“앞으로 자주 만나지 못할 것 같아”“그러면 이제 못 만나겠군요!”장미원은 상사로 모시는 그가 떠나면, 자신을 사랑하고 귀애해 줄 사람을 잃게 된다는 두려운 표정이었다. 자신의
한애자 단편소설〖상사〗8회신촌의 거리는 언제나 젊은이로 가득 찼다. 이화여대와 연세대, 서강대…… 길가의 젊음은 모애에게 더욱 청춘을 그리워하게 한다. 옷을 파는 거리의 상점가는 벌써 새로운 유행패션을 선보인다. 모애는 좀 더 젊어 보이면서 우아한 자기 스타일의 패션을 생각한다. 외로움과 그리움이 깊은 가을의 찬란한 날에 모애는 연대 뒷쪽의 캠퍼스로 이어지는 그 가로수 길을 걷고 걸으며 그를 생각하곤 하였다. 어느덧 배가 고팠다. 상점가에 특별세일하는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모애는 혼
모애는 TV 모니터를 눌렀다. 뉴스였다. 라는 여인의 보도였다. 가짜 학벌과 가짜 박사학위가 들통 났으며 고위직 정치인과 그렇고 그런 관계다, 그녀가 자신과 관계한 정치계의 남자들을 까발리고 그들의 도덕성을 드러내고, 자서전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였다.모애가 볼 때는 별다른 매력이 없어 보였다.“저 여자가 무슨 매력이 있어 남자들이 빠져드는지 모르겠어요?”“왜… 야들야들한 가냘픈 매력이 있잖아!”남편도 그 여자를 가까이 접하였다면 빠져들었을 것이다. 여자가 보는 눈과 남자가 보는 눈은 달랐
한애자 단편소설〖상사〗6회상사! 그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모애의 잠재적인 이상형인 듯 마음을 사로잡는다. 전체적인 인상이 지적이고 명석함이 베어있는 품위를 발산하였다. 상큼한 단발머리와 매혹적인 보조개, 가녀린 s라인을 이루고 있는 자신에게 상당히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체감하며 또 황홀해 하였다. 그는 자신을 이미 사랑하는 표정이었다.모애는 미모의 여교사라는 점을 이용해 그를 충분히 유혹했는지 모른다. 맘에 드는 남자를 자신에게 빨려들게 하는데 자신감이 넘치듯 하였다. 자신의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그에게 자
한애자 단편소설〖상사〗5회왜? 그럴까? 나는!……덜 욕심 부리고 그저 평범하게 사는 다른 여인들과 난 왜 다른가! 징크스처럼 근무하는 학교라는 직장에서 상사와의 특별한 관계, 총을 받는 연인과 같은 분위기에 늘 젖어 있었다. 직장의 최고인 교장의 총애를 받아야만 학교생활이 행복하게 여겨졌다. 그 근본의 싹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살 수 있는 자신의 기질! 정말 특이하고 까다로운 기질이다. 그러나 모애는 자신의 그러한 기질을 사랑하였다. 외로운
한애자 단편소설〖상사〗4회어느덧 졸업식을 마치고 교무실에 들어서고 있을 때,“오늘 수고 많았어요!”여교감이 얼굴을 잔뜩 찌뿌리며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내뱉고 있었다. 많은 여교사들이 모애의 주위에 모여 찬사를 하자, 마지못해 여교감도 던지는 말이었다. 매우 기분이 상한 표정이었다. 얼굴에 불쾌함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는 교장의 흐뭇해하며 모애를 주목하는 시선마저 집요하게 감각화하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순간 모애는 위축되려 하였으나 오히려 기가 죽지 않으려 당당해졌다.
한애자 단편소설〖상사〗3회모애는 지난 날 학교 업무분장에 시상계를 하였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뭇 여교사들은 전체 조회 시 마치 비서처럼 교장의 곁에 밀착되듯 하며 미모의 자신이 돋보이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교장도 말쑥하며 드레시하며 가냘픈 여성미가 넘치는 자신을 흐뭇해하며 귀여워하는 분위기였다. 그것의 하이라이트는 졸업식장에서였다. 졸업식에서 많은 하객들 앞에서 학생들에게 상장과 상품을 수여하는 시상식은 거대하였다. 거기다가 국회의원이나 구청장들이 내교하여 자신들의 이미지 정치선전 겸
한애자 단편소설〖상사〗2회신학기라 활기가 있었다. 모두들 새 학기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모애가 교무실의 자신의 자리에 들어설 때였다. 봄의 화사한 분위기의 꽃분홍의 레이스로 된 원피스를 입었다. 단연코 모든 여교사보다 돋보이는 단아하고 지적인 분위기였다.“어머! 선생님의 흰 피부에 너무도 잘 어울려요!”순간 그들은 교감의 표정을 살피다가 교감에게도 찬사를 퍼부었다.“어머, 교감 선생님, 스카프 아주 잘 어울려요!”“그래! 우리 딸이 생일 선물로 사 준 것인데 그동안 묻어 두었다가 처음으로 했
〖상사〗1회밖에는 여전히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삼월의 날씨인데도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번성중학교로 처음 전보 발령을 받았을 때도 유난히 눈이 많이 날렸었다. 모애는 전보 때가 되면 늘 마음이 스산하였다. 이제 어느 학교에 가서 새로운 교장과 교감을 모시고 학교생활을 시작해야 할 것인가. 갈 곳 잃은 철새처럼 모애는 마음이 착잡하였다. 다만 한 가지 각오되는 것은 어느 학교를 간다 해도 인간 세상사 한가지라는 점을 숨을 깊이 몰아쉬며 다시 새겨본다. 사람들 사는 모습이 모두 거기서 거기다. 새로운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