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원불교는
제가 우리 덕화만발에서 11년 동안 줄기차게 부르짖은 것은 한 마디로 우리 덕화만발 가족과 사회에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외친 것입니다. 그 행복한 생애를 꾸려 가는 방법이 바로 수행을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덕화만발 가족 중에 저와 같이 원불교 여의도교당에 나가는 정형은 도반(道伴)이 공부해온 ‘감각감상문’을 보면 가히 누구나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분이 보내주신 수행법을 요약 정리해 전 세계에 보냅니다.
【<感覺感想>

나에게 원불교는 -정형은-

지난 2월 23일 토요일에 제가 ‘원광디지털대학교’ 원불교 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16년 9월에 입학하여 5학기를 다녔습니다. 그해 3월에 제가 원불교에 입교해서 삼년이 되어갑니다. 늦게 입교했기 때문에 원불교 교리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몇 달 만에 바로 입학한 것입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버릇 덕분에 공부는 새벽에 일어나서 강의를 하나씩 듣고 출근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원불교 교사(敎史)와 정전(正典), 대종경(大宗經), 정산종사 법어(法語), 원불교 인물과 사상, 교화학(敎化學), 마음공부와 성가 등, 주요 교전 내용과 그것을 실생활에 응용하고 적용하는 여러 가지 방법과 타종교에 대해도 배웠습니다.

원불교 교사와 원불교 인물과 사상이 새로웠고, 대종경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지난 주 졸업식 하는 날 아침에는 원불교학과 학생들만 따로 전산(田山) 김주원 종법사님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전산 종법사님의 새해 법문이 ‘마음을 잘 씁시다.’입니다. 간결하고 쉬워서 쏙 마음에 들어옵니다.

지난 일 년 간 상시일기를 쓴 것을 살펴보니 <조석심고 하기> <평화를 위한 기도> <감사호흡과 감사 일기> <정전읽기> <타인을 위한 기도> <웃는 얼굴> <원음방송 듣기> <교화(문자, 대화)> <1분선>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 유무 념’으로 제가 세운 것은 <약속시간 5분 전 도착> <영어공부 20분> <남편 부처에게 잘 하기> <108배> <바이올린 10분 연습>이 있었습니다. 또 ‘공동 유⦁무념’을 우리 단(團)에서 정할 때 처음에는 한 달 만에 바꾸었으나, 우리의 습(習)이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어서 잘 될 때까지 몇 달씩 하는 쪽으로 정했습니다.

2016년 3월에 입교하고 9월에 원불교학과에 입학하여 원불교 공부를 시작해서 저는 이렇게 수행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낭랑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정전구절 하나하나에 맞춰 절을 올리다보면 기쁨이 차오르며, 하루를 시작할 힘이 저 안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은 하루를 맞이하며 내 마음을 다지고 평온하게 하는 것이고, 하루를 마칠 때에도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가를 돌아보며 내일을 희망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특히 날마다 <감사일기>를 계속 한 줄 씩 세 가지를 쓰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질 때면 그것을 들추어보며 마음에 위로를 받고 힘을 내게 됩니다.

나이가 드니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허망한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그래서 <상시일기>와 <정기일기>를 통해 내 일상을 다잡고 일상 속에서 빛나는 순간들을 건져 올리게 되었습니다. <정기일기> 덕분에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져 지금은 글을 자꾸 쓰고 싶어집니다.

일기를 쓰면서 깊이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고 어떻게 내 마음을 돌렸는지, 그러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했었는지 생각해보는 성찰의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정기일기>를 쓰면서 제 마음을 스쳐가는 수많은 생각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경계(境界)가 닥쳤을 때 그 순간을 지혜롭게 넘기거나 최악의 상황을 피하며, 나도 좋고 상대도 좋은 길을 찾아내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과도 <마음일기>를 쓰도록 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질은 풍요로운데 마음은 병들고,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어하며, 공동체 의식도 사라져 외롭고 힘든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사회의 경쟁은 치열하고 불평등이 심화되어 격차가 너무 벌어지고 의견 차이는 곧바로 대립과 적대감으로 격화되어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저는 ‘원불교는 평화입니다’라는 표어를 좋아합니다. 생각은 누구나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서로 이해하고 합의해나갈 수 있을까, 다름을 인정하고 어울려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을 화두(話頭)로 삼고 살아갑니다. 제 속명의 끝 글자가 ‘화(和)’입니다. 능력 중에 가장 중요한 능력이 ‘화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를 일상에서 실천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원불교에 입교했다고 커밍아웃을 합니다. 일부러 원불교에 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리고 가장 쉽고 정확하게 어떻게 원불교를 말할까 궁리해봅니다. 또한 이제는 어떤 일이 닥쳐도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여 수행을 쌓고 은혜와 진리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수행으로 하루를 시작할 여유를 느낄 수 있음에 깊이 고마움을 느낍니다.

어떤 교무님이 길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위에서 누군가 뿌린 물세례를 맞으셨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그 교무님이 “감사합니다.” 하고 지나셨습니다. 뭐가 감사하냐고 여쭈었더니 “그 물이 뜨거운 물이 아니고 찬물이어서 얼마나 다행인가요?”라고 하셨지요. 오늘도 감사의 아침 108배를 올리면서 기쁨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떻습니까? 원불교 입교 3년 만에 이렇게 속 깊은 수행을 하고 있는 정형은 도반이 장하지 않은가요? 이 신심(信心)! <지성여불(至誠如佛)>의 정성으로 하루 속히 불보살의 위에 오르시기를 우리 모두 깊이깊이 축원(祝願) 올려드리면 어떨 까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2월 2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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