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학경기장 문학씨어터에서 극단 사랑마을 그리고 사마귀와 베짱이....비상의 조아라 작, 이상희 연출의 ‘참척의 한’을 관람했다.

지난 2010년 12월 LA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중 동급생 A와 다투다 발길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뇌사판정을 받은 지 이틀 만에 사망했다. 당시 LA경찰은 살인혐의로 검찰에 기소요청을 했지만 LA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증거인멸을 위함인지 피살자의 장기기증을 하는 것으로 조처를 한다. 물론 피살자의 부모의 반대로 장기기증은 무산된다.

그 후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를 뒤늦게 안 피살자인 학생의 부모의 노력으로 한국에서 재수사가 실시됐고 5년 만에 기소가 이뤄졌다. 당시 가해자는 LA법정에서 정당방위로 무혐의 처분을 받고 풀려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피살자의 부모는 지난 2014년 1월 가해자를 상해 치사 혐의로 국내 검찰에 고소했지만 무죄 석방되었다.

이 연극은 피살자의 부모가 유학생 아들의 죽음과 불공정한 재판, 그리고 가해자가 무죄 석방된 배경과 명문대학 법대 출신인 가해자 부친이 법조계에 펼친 영향력 등을 작품 속에 그려냈다.

무대 정면에는 두 개의 단을 한 자 높이로 가로 연결시키고, 철사로 만든 나무형태의 조형물 다섯 개를 단 위에 세우고 무대 좌우에도 하나씩 세워놓았다. 상수 쪽에는 탁자와 의자를 배치했다. 무대 하수 쪽에는 2인용 야외 텐트를 펼쳐놓았다. 장면이 바뀌면 무대 중앙에 시신용 관을 들여다 놓는다. 3인의 저승사자가 검은색의 현대의상 차림으로 등장하고 바퀴달린 이동의자를 타고 등장하기도 한다. 음악과 음향은 녹음으로 처리되지만, 타악기는 실제로 무대 밖에서 두드리는 듯 들리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천막 속에 기거를 하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어머니의 농성에서 시작된다. 아들이 구타로 쓰러진 후 가해자의 발길과 가해자가 신고 있던 경기용 구두의 날카로운 앞부분, 시신의 움푹 파인 부분 등을 증거로 시신을 묘소에서 꺼내고, 3년이 지났으나 전혀 훼손되지 않은 시신을 법정에 증거로 제시하려 하지만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피살자의 부친은 연극인이라는 설정이니, 사회적 정치적 배경이나 경제력이 약할 거라는 것은 다시 이를 것도 없으나, 명문대학 법대출신인 가해자의 부친의 영향력이 LA대사관은 물론 국내 법조계에까지 파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극 속에 부각된다. 하기야 근자에 정치현황이나 법조계, 특히 법정에선 고위층이 진실보다는 위선과 거짓된 모습을 버젓이 드러내는 것을 볼 수 있으니, 이 연극에서 관객은 피살자의 부모에 대한 동정심과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후반부에 피살당한 아들의 망령이 등장을 하고, 죽게 된 현장을 재연한 후, 모친에게 일찍 부모 곁을 떠난 불효를 용서하고, 자신을 잊어달라며 큰 절을 한 후, 저승사자를 따라 나서면, 저승사자들이 철사로 만든 나무 조형물마다 촛불을 켜서 밝히고 아들을 데리고 떠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박소연, 김영상, 이상미, 이벙섭, 이진성, 김주완, 손희태 등이 출연해 자제하는 듯한 연기와 호연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대표 이상희 조연출 이해경, 진행 김기루,  조명디자인 이준열, 조명오퍼 이진성, 안무 박세연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사랑마을 사마귀와 베짱이...비상의 조아라 작, 이상희 연출의 ‘참척의 한’을 한편의 실험극이자 예술성이 돋보이는 연극으로 창출해 냈다./뉴스프리존=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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