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제왕으로 가는 길

법술(法術-법률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기술)의 도는 패왕(覇王)의 도다. 군주가 법술을 장악하는 것은 육지에서 준마가 끄는 빠른 마차를 타고 가거나, 강에서 가벼운 배를 저어 가는 것과 같아 성공에 도달하기 쉽다. 우리는 역사에서 현명한 군주가 법술에 능한 인재, 즉 법술지사(法術之士)를 얻어 대업을 이룬 예를 숱하게 볼 수 있다. 탕왕은 이윤(伊尹)을 얻어 왕이 되었고, 제나라 환공은 관중(管仲)을 얻어 패자(覇者)가 되었다.

이정랑 언론인(중국 고전연구가)

법술지사와 비교하여 무익(無益)한 신하를 꼽는다면 우선 협객(俠客)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충성심이 강하기로 유명했던 예양(豫讓)은 지백(智伯)의 밑에 있으면서 그가 화를 면할 수 있도록 법술을 권하지 못했고, 사람들을 거느리고 나라를 위해 일하지도 못했다. 지백이 조양자(趙襄子)에게 죽임을 당하자 예양은 자신의 얼굴을 훼손하고 석탄을 삼켜 벙어리가 되었다. 그는 그렇게 사람들이 자신을 못 알아보게 한 뒤, 조양자를 찔러 죽여 지백의 원수를 갚았다. 그는 목숨을 바쳐 주인의 원수를 갚았다는 명성을 얻긴 했지만 지백에게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은자隱者)도 무익한 신하에 속한다. 고죽군(孤竹君)의 두 아들 백이(伯夷), 숙제(叔齊)가 그런 자들이다. 이들은 수양산(首陽山)에 숨어 푸성귀를 뜯어먹고 살았는데 먹을 것이 떨어져 굶어 죽고 말았다. 이들은 중형을 두려워하지 않고 후한 상도 탐하지 않았다. 상벌로도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이 이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군주가 늘 그들을 칭찬하는 건 그들이 정말 세상에 도움이 되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아둔한 절개와 지조에 정신이 팔렸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말 충성스럽고 결백하다면 사회에 투신하여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결코 자신의 명성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

군주가 그들을 칭찬하고, 심지어 등용까지 하는 것은 실제와 동떨어진 자들을 이용해 실질을 추구하는 행위다. 이것은 마치 꿈을 꾸는 것과 같으니 꿈에서 깨면 모든 것이 허망해 보일 것이다. 군주가 나라의 발전을 바란다면 역시 법술지사를 등용해야 한다.

초나라에 직궁(直躬)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람됨이 정직하고 아첨이란 걸 몰랐다. 자기 부친이 남의 집 양을 훔치자 직접 관청에 달려가 그 사실을 고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지방 현령은 직궁을 죽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가 나라에 충성하기는 했지만 부친에게 불효를 저질렀다는 게 그 이유였다. 즉, 직궁은 나라의 충신인 반면, 부친에게는 불효자였다.

노나라 사람 하나가 군주를 따라 전쟁터에 나갔는데 세 번 싸워 세 번 다 패하여 도주했다. 공자가 왜 그랬냐고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의 집에는 연로한 부친이 계십니다. 제가 싸우다 죽으면 돌봐드릴 사람이 없으니 저희 부친이 어떻게 살아가시겠습니까?”

이 말에 감동한 공자는 그를 관리로 추천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부친에게는 효자인 반면, 나라에게는 역신(逆臣)이었다.

현령이 직궁을 죽이자 사람들은 그 일을 교훈으로 삼아 범죄를 봐도 관청에 신고하지 않았다. 또한 공자가 그 노나라 사람을 칭찬하자 노나라 병사들은 싸우는 족족 패배했다. 이것은 군주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군주는 자기 백성들이 충성스럽고 범죄를 적발하며 전쟁에서 공을 세우길 희망한다. 그래서 유생(儒生)은 군주와 조화를 이룰 수 없는데, 왜냐하면 위의 두 예는 모두 유가(儒家)에서 가르치는 효도로 인해 나라의 법을 해친 경우이기 때문이다.

통치자가 타당한 이유를 살피지 않고 유가의 경전과 예의를 무턱대고 숭상하면 위의 예처럼 심각한 모순이 일어난다. 백성들은 안락함을 위해 당연히 인의, 예절을 닦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 통치자의 신임을 얻어 관리가 되고 다른 사람의 존경까지 받으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그러나 이런 나라는 혼란을 면하기 어렵다.

적을 죽인 장수에게 상을 내리고 전투에서 공을 세운 병사와 견고한 갑옷과 날카로운 검을 제조한 장인(匠人)에게 작위와 녹봉을 줘야 한다. 인자하고 결백하며 뽐내기 좋아하는 유생의 겉치레를 장려해서는 안 된다. 나라를 부강하게 하려면 일하는 자와 병사에게 의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나라에 전혀 보탬도 안 되는 이들이 이득을 보고, 반대로 보탬이 되는 이들은 이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라가 태평할 때는 유생을 키우다가 당장 위기가 닥쳐서야 병사를 찾는다면 실제 업무의 종사자는 나태해지고 공부하는 자들만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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