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일곱 살의 그는 '기적'처럼 일어났다. 한평생 노동자와 농민, 평화와 통일을 위해 싸워온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0년 만에 새 책을 펴냈다. 이수호 전태일 재단 이사장의 표현이 그랬다. 이 이사장은 "고문 후유증에 건강까지 악화돼 지난해 10시간의 대수술을 받았으나 기적같이 살아나셨다"라고 했다. 그는 병상에서 병마와 싸우면서도 연필을 놓지 않고 책을 집필했다. 수술 후 깨어나서 처음 한 말도 "원고지를 갖다 달라"는 거였다. 이렇게 완성된 책을 이수호 이사장은 "무지렁이 이야기, 민중의 삶,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를 풀어낸 귀중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백발의 거리 투사’로 불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이야기이다. 1970년대 반독재 투쟁을 시작으로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거리의 백발 투사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그가 "목숨 걸고 썼"다는 <버선발 이야기>.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버선발은 '맨발'을 뜻하는 말로, 추우나 더우나 늘 발을 벗고 다닌다고 해서 붙여졌다.

백 소장이 10년 만에 신작을 내놨다. 이 책은 지난해 출간 예정이었으나 백기완 소장의 심장 관상동맥 수술로 출간이 올해로 미뤄졌다. 백 소장은 “수술실에 들어가면서도 ‘버선발 이야기’를 꼭 완결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맨발을 뜻하는 '버선발'이란 주인공을 통해 민중의 땀과 눈물, 자유와 희망을 순우리말로 풀어냈다. 그 옛날 저잣거리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활자로 옮겼다. 이 책은 백 소장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순우리말로 쓰였다. 흔히 쓰는 외래어와 한자말도 없다. 문장 속에서 단어를 풀이해준다. 책의 맨 뒤에 '낱말풀이'란도 있다.

지난해 심장 수술로 생사의 고비를 넘긴 백 소장이 원고지에 꾹꾹 눌러 완성한 새 책, 백 소장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림카페에서 열린 <버선발 이야기>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버선발 이야기>를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이 책에는 민중의 삶과 생각, 예술, 사상, 꿈이 그대로 담겨 있다. 너도 나도 올바로 잘사는 세상 '노나메기'를 꿈꾸며, 우리 사회를 향해 근본적인 말뜸(문제 제기)를 던진다. 글은 목숨이 아닌 것을 때려 부수고 까발리기 위해 쓰는 것이다. 독점 자본주의 문명은 목숨과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목숨의 씨앗, 생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10년 만에 선보이는 새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바로 '노나메기'이다. 1970년대 초부터 백 소장과 인연을 이어온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버선발 이야기>를 읽은 소감을 아래와 같이 전했다. "이 책에는 오늘날 우리 현실이 반영돼 있다. 책은 민중의 삶 속에 있는 희망을 형상화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중들의 이야기는 학문적으로 정리돼 왜곡이 많다. 하지만 백 선생님의 이야기에는 역사적 진실과 예술적 힘이 있다. 파격과 민중의 저항이 있어 매번 감동하게 된다. 우리 민족 문화, 민중예술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백 선생님뿐이다. 인간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 

백기완과 버선발, 닮았다, "너도 땀을 흘리고 나도 땀을 흘려서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살아야 되겠다 이거야."

한편, 백기완 소장은 1932년생이다. 올해 87세를 맞았다. 그는 196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며 1974년 유신헌법철폐 100만인 선언 운동을 주도해 12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1975년 형 집행 정지로 석방됐다. 제 13·14대 대통령 선거 당시 재야운동권에서 독자후보로 추대돼 선거에 입후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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