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봐야 할 영화

"투표 과정의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오늘 판결은 폭풍이 몰아치는데도 우리는 젖지 않을 것이라고 우산을 내던진 꼴이다."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경제적, 사회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보장해야 할 것은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다."

악명높은 대법관의 위대한 역사 '루스베이더 긴즈버그' /(제공=영화사 진진)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살아있는 영웅, 평등을 위해 싸운 챔피언, 세상을 뒤집은 위대한 대법관. 60살에 미연방 대법관이 된 루스베이더 긴즈버그의 차별에 맞선 일대기, ‘루스베이더 긴즈버그:나는 반대한다’는 개봉 이후, 관객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관람을 추천하는 글들을 남기고 있다.

감독 벳시 웨스트, 줄리 코헨 /(제공=영화사진진)

법을 통해 불평등한 세상을 반대로 바꾸며 시대의 아이콘이 된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루스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는 현재 미국 청년들에게 ‘존경받는 어른’을 넘어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RBG 현상’(래퍼 Notorious BIG의 이름을 패러디한 명칭)’을 일으킨 대법관 루스베이더 긴즈버그의 불꽃같은 인생에 주목한 감독 벳시 웨스트와 줄리 코엔은 영화에서 긴즈버그가 차별에 맞서 만들어낸 역사와 함께 그녀가 새로운 세대의 희망이 된 이유를 보여준다.

'그 시대의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에게도 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마티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던 남편 마티와 루스 /(제공=영화사 진진)

미국은 한국에 비해 진보적인 사회인 듯 보이지만 긴즈버그가 학교에 입학한 50년대 초, 하버드 로스쿨에 여자는 고작 2%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교직원들로부터 ‘남자들이 앉을 자리를 빼앗았다’는 비난까지 받았을 정도로 미국 사회의 성차별은 노골적이었다.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 목을 밟은 발을 치워달라는 것 뿐입니다." 성차별 소송사냥꾼의 전설이던 루시 /(제공=영화사 진진)

콜럼비아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뒤에도 ‘여자와 같이 일할 수 없다’는 성차별로 법조계에서 일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여성이고, 엄마이며, 유대인인 긴즈버그는 소수자를 향한 ‘합법적인’ 차별에 대해 알게 되고 소송을 통해 법의 부당함을 증명하기 시작한다. 긴즈버그가 맡은 소송들은 연이어 사회의 이목을 끌며 세상의 편견을 바꿔나간다.

1993년10월,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방대법원 대법관에 임명된 루스 /(제공=영화자 진진)

소신 있고 강단 있게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온 긴즈버그는 60살에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으로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그녀의 소수의견은 대법관으로서도 계속되었다. 영화는 이런 긴즈버그의 삶을 되짚어가며 이 사회에 루스베이더 긴즈버그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조명한다.

2018년 제 34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식 초청작으로 프리미어 상영된 '루스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는 제72회 영국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및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과 주제가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작품성을 입증했다. 또한 94%에 달하는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영화가 위인을 담는 고루한 문법을 취한 대신, 재치있는 편집으로 ‘Notorious RBG’를 담아냈음을 보여준다. (로튼토마토 지수는 CERTIFIED FRESH>FRESH>ROTTEN순으로 높은 등급이며, ‘certified fresh’등급은 5명 이상의 top critic(메이저언론사 소속 평론가)이 포함된 80명 이상의 평론가가 평가(‘제한상영’영화 경우 40명)한 토마토 미터가 75%이상일 경우 부여된다.)

긴즈버그가 부당한 사회에 요구한 것들은 단순하다. 남성만 입학할 수 있는 군사학교에 여성의 입학을 허가하는 것(연방정부 대 버지니아주 사건), 기혼 남성이 받는 주택 수당을 기혼 여성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프론티에로 대 리처드슨 사건), 동일 노동에 대해 동일 임금을 지급할 것(릴리 레드베터 대 굿이어 사건), 편모에게 지급되는 양육수당을 편부에게도 지급할 것(와인버거 대 와이젠펠드 사건) 등이다. 특히 와이젠펠드 사건은 성차별이 양성 모두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입증하며, 차별에 대한 분노는 어디를 향해야 할지 시사점을 던진다.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긴즈버그는 ‘급진적이다’는 비난을 받으며 오랜 시간에 걸쳐 싸워야만 했다. 그리고 그 상식 중 몇몇은 여전히 한국에서도 아직 ‘상식’이 되지 못했다.

정체된 듯한 사회가 조금씩 진보하는 것은 끈기있게 이의를 제기하는 누군가의 목소리 덕분이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그럼에도 변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전하며, 개개인의 옳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만든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이 영화를 통해 미국 청년들의 롤모델을 넘어서 한국의 청년들에게도 부당한 세상에 맞서는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다.

2019년 현재에도 대법관 자리를 지키며, 사회에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신랄한 반대의견을 작성하며 밤을 새우고,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플랭크, 스쿼트, 팔굽혀펴기를 하는, 스스로를 위해 행동하는 악명높은 RGB의 이야기 '루스베이더긴즈버거:나는반대한다'는 3월 28일 개봉하여 많은 관객들에게 루시의 "나는 반대한다"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선명히 새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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