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국민은 물론 정치권과 여론조사 고객들에게도 신뢰를 잃고 있다. 리얼미터 스스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내 주요정당 지지율 차이가 일주일 새 10%이상 널뛰기를 하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히 나타나는 것이다.

리얼미터는 16일 “tbs 의뢰를 받아 지난 13∼15일 전국 유권자 1천5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5%포인트),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주간 집계 지지율보다 4.6%포인트 오른 43.3%, 한국당 지지율은 4.1%포인트 내린 30.2%로 각각 집계되어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일주일 새1.6%p에서 13.1%p로 벌어졌다”고 발표했다.

리얼미터 발표 여론지표가 나타난 도표… 이 도표상으로 보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이 더불어민주당 지지로 바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정의당과 무당층의 미세한 변화가 있지만 이 변화로 민주-한국 양당의 상승하락 변화를 이끌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표출처 리얼미터

따라서 이 발표대로라면 일주일 전 양당의 격차는 초박빙 오차범위 내였으나 일주일만에 무려 11.5%p차이로 벌어지는 '천지개벽'의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리얼미터는 이에 대해 “민주당 지지율이 지난 8일 이후 조사일 기준 닷새 연속 상승했고, 한국당 지지율이 같은 기간 내리 하락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리얼미터는 또 “그 기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혐오표현 논란, ‘5·18 망언’ 징계 무산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8 당시 사살 명령 의혹으로 증폭된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 논란 등이 있었으며 이런 요인이 한국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황교안 대표의 부처님오신날 봉축식 예법 논란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8광주 사살명령 의혹’ 등이 겹친 것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원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리얼미터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대한 근본적 불신은 대단히 높다.

특히 여론조사 전문가들이나 정치권 분석가들은 특정현안이 여론조사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 2~3일, 최대 일주일이라면서 나경원 황교안 등의 구설수로 여론 등락의 폭이 그렇게 벌어진 것이라는 리얼미터측 발표에 고개를 흔들고 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리얼마터측 표본의 불안정성에 대한 지적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차이가 15%였던데 비해 리얼미터 조사가 양당의 차이를 1.6%로 발표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즉 민주당 이해찬 대표까지 나서서 여러 여론조사 수치를 근거로 제시하며 리얼미터 조사에 의혹을 던졌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이 각 언론에 보도되면서 갤럽과 리얼미터는 각각 조사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는 해석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방식이 더 정확하며 상대방의 방식이 틀렸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리얼미터의 경우 무선전화 면접(10%)과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ARS) 방식을 혼용하고 있는 반면 한국갤럽의 경우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이다.

이에 리얼미터는 기계가 진행하는 자동응답 방식은 응답자가 버튼으로 자기 의향을 적극적으로 밝힐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숨어있는 ‘샤이층’의 의사까지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갤럽은 여론조사를 사람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 소리를 듣고 번호를 눌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열성적이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는 이유로 ARS 불신을 말한다.

즉 여론조사란 상당수 조사 질문 시간이 7~8분 정도 소요되는 상황에서 정치 성향이 강한 지지층이 아닌 이상 끝까지 수화기를 들고 있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리얼미터는 반대로 사람과 직접 대화하는 전화 인터뷰 조사는 선거로 치면 기명으로 투표하는 것과 같으므로 샤이층이 부담을 느껴 대답을 속이거나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직접 자신의 손으로 누르는 ARS 방식이 여론반영으론 더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측 모두 자신들의 방식이 더 실제 여론에 근접하다고 주장하고 상대방의 발표수치에 의문을 던졌는데 양측의 주장은 모두가 일견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오늘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수치는 민주-한국당 지지율 차이가 지난 주 갤럽이 내놓은 조사수치와 유사하게 되므로 리얼미터 측은 매우 뻘쭘한 상태가 되었다.

그럼에도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ARS 중심의 자사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자동응답 조사는 ‘침묵의 나선 효과’와 ‘샤이 보수’ 현상이 야기하는 부정확성을 줄이는 데 전화면접보다 효과적”이라고 해명하는 것으로 이 뻘쭘함을 상쇄시키려 했다.

그렇지만, 불과 일주일 전 1.6% 박빙으로 오차범위 안이던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일주일 새 10%가 넘는 오차범위 밖의 현격한 차이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은 제대로 된 해명이라고 볼 수 없다. 만약 지금이 선거철이라면, 또 특정 후보간의 지지율 차이가 이렇게 변했다면, 여론호도라고 고발이 될 사안이다.

한편, 리얼미터는 이번 주중집계는 2019년 5월 13일(월)부터 15일(수)까지 사흘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3,042명에 통화를 시도해 최종 1,502명이 응답을 완료, 6.5%의 응답률(응답률 제고 목적 표집틀 확정 후 미수신 조사대상 3회 콜백)을 나타냈고,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통계보정은 2019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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