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스크린도어 수리 사망사고는 벌써 세 번째다. 열아홉 청년의 죽음에 우리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디딘 청년은 끼니를 거를 정도로 과도한 업무를 하면서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 원청인 서울메트로는 하청회사와 ‘갑질’ 계약을 맺었고, 퇴직한 임직원을 하청회사에 내보냈다. 박원순 시장은 안전업무 직영화, 직접고용을 약속했다. 그러나 중앙정부 동의 없이 제대로 약속이 이행될지 미지수다. 구의역 사고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서울시, 중앙정부와 싸워서라도 ‘안전업무 직영화’ 관철해야

    
▲ 박두용 한성대 교수(기계시스템공학)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의 원인은 총체적이다. 기술적 원인을 찾고자 하면 정작 진짜 원인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시민들이 이번 사고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 붙은 포스트잇을 보라. 시민들은 이번 사고를 노동·비정규직·불공정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사회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고 있다.

지금부터 우리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은 틀렸다. 안전을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필요한 것이다. 안전비용은 필요할 때만 덧붙이는 옵션이 아니다. 마땅히 지출해야 할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누군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보건대, 시민들은 이미 안전비용을 추가로 지불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작 정부와 정치권이 시민의식을 못 쫓아가는 형국이다. 다소 불편하고 비싸더라도 안전하게 살자고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박 시장에게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안전업무의 직영화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안전업무를 외주화한 그 자체로 공공부문의 공공성은 부정된다.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중앙정부가 예산과 정원을 늘려 주지 않는다고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탓하는 순간 빠져나갈 구실을 찾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를 상대로 싸워서라도 일이 되게끔 하는 것이 박 시장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노사민정 안전위원회 통한 상시 감시체계 구축 필요

    
▲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서울메트로의 관리·감독 소홀과 그 이면에 ‘메피아’ 문제, 그리고 안전의 외주화가 서로 연결돼 참사로 이어졌다. 서울시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하고 메피아를 철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내용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전 문제는 내부자들만의 통제로 남겨둘 일이 아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반 시민들까지 참여하는 ‘노사민정 안전위원회’를 상시 가동해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 잇단 대형사고를 겪으며 서울시와 안전 거버넌스 구축에 공감했다. 지난해 ‘서울모델’을 통해 서울시에 노사민정 안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지만 시행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시민의 입장에서 생명과 안전을 감시·통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유연화 조치 중단과 기업살인법 제정이 해법

    
▲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구의역의 추모 열기가 분노로 폭발하자 정부와 서울시는 앞다퉈 대책을 쏟아 놓고 있다. 대책으로 상황이 바뀔 수 있을까. 정부와 서울시 대책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사고는 2013년부터 매년 발생한 사회적 타살이었다. 뿌리를 건드리지 않은 표피적 대책은 사후약방문이다. 책임자 처벌에 그치지 말고 사고와 위험의 구조적인 원인에 눈을 돌려야 한다.

먼저 노동유연화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외주화와 파견용역 노동자 양산은 정부와 자본이 만들어 낸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결과물이다. 기업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그것은 저임금 노동자 양산과 ‘위험의 외주화’ 대가였다. 기업은 위험 관리에 성공했지만 사회의 위험은 더 증가했다.

다음으로 기업살인법 제정이 필요하다. 구의역 사건은 위험·안전업무 외주화가 가져 온 참사이며 안전불감증이 빚어 낸 기업 살인이다. 산재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4년부터 지난해까지 8만9천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매일 5명씩 산재로 숨지고 240명이 다치거나 질병에 걸린다. 최근에는 하청노동자의 산재 사망률이 40%를 넘어섰다.

대기업들은 외주화를 통해 산재 위험부담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법적 책임에서 비켜나 있다. 기업살인법 제정으로 사고 책임이 있는 원청 사업주까지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죽음의 행진을 멈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하는 출발점이다.

 

위험업무 비정규직 전가 근본적으로 막아야

    
▲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구의역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원칙은 상시·지속업무에는 비정규직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도 정규직을 안 쓰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간접고용을 한 데서 비롯되지 않았나. 간접고용을 통해 최저가입찰을 하다 보니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위험한 업무에 사회적 약자가 일하게 된다. 이것은 매뉴얼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런 부분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지만 공감에서 끝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시적 성과로 나와야 한다. 공기업 정원 제한이나 중앙-지방정부 문제, 수많은 특혜·관행을 철저히 파헤쳐서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 끈질기게 추적해야 한다.

반복되는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명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번에 서울시 구의역 사고 관련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방향에서 진상규명위 활동을 펼칠 것이다.

또한 흐지부지 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결과에 대해서 납득해야 한다. 시민들과 소통하며 진상규명 활동을 펼쳐 갈 것이다.

 

안전업무 수행 비정규직 실태 모두 점검하자

    
▲ 오선근 서울지하철노조 안전위원지하철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교통이다. 또한 역무·승무·기술·차량 등 다양한 직종의 직원들이 소통하며 전동차를 운행해 승객을 수송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집약적 네트워크 산업이다. 이번 사고는 지하철 안전업무와 밀접한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관리를 비정규 노동자가 담당하다가 발생했다. 비정규직이 유지·보수·관리를 담당하다 보니 네트워크 산업인 지하철에서 소통이 어렵다. 권한이 없어 안전관리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지하철 안전과 밀접히 관련된 비정규직 업무를 모두 점검해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저가 낙찰제와 공사기간 단축으로 부실시공됐던 스크린도어 시설의 전면보수와 교체가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지하철 안전이 확보되려면 교통 서비스 생산자와 이용자·운영자·공급자(서울시) 등 지하철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노사민정 안전거버넌스를 구축해 중장기적인 안전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뉴스프리존= 온라인뉴스] newsfreezon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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