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화수회관 지하에 새로 개관된 동숭소극장에서 강북연극협회 비전문연극인 극단 별주부의 김정숙 작, 현대철 연출의 <봉숭아꽃>을 관람했다.

김정숙은 <틀> <천국에서의 하루> <오래된 이야기> <아카시아 꽃잎은 떨어지고> <또랑> <봉숭아 꽃> <우리 집 변소간 옆 감나무 아래는> <반달> <구름 사다리> <천국 안내소> <959-7번지> <연어 하늘을 날다> <지금 이별할 때> <눈오는 봄날> <그 집에는> 등을 발표 공연한 작가 겸 연출가이자 극단 무대지기의 대표다.

2004 김천전국가족연극제 연출상 - <우리집 변소간 옆 감나무 아래는(일명 홍시 열리는 집)>, 2006 경기도 연극제 희곡상 - <홍시 열리는 집>, 2007 파파프로덕션 창작희곡공모전 가작 - <959-7번지>, 2010 전국 연극제 대통령상 - <눈오는 봄날>, 2010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2012 전북 연극제 희곡상 - <그 집에는...>, 2013 전북 연극제 연출상 - <959-7번지> 등을 수상한 금년 40세의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모의 여성 연극인이다.

연출을 한 현대철은 <물의 노래> <밥>에 출연해 호연을 보인 배우다. 무언극 <짝사랑>에서도 평가를 받은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연극인이다. 현재는 매니큐어로 손톱에 물을 들이지만 옛날에는 뜨락에 봉숭아꽃을 심어 꽃이 피면 꽃잎을 따 잘게 짓찢어 백반가루와 섞어 손톱에 바르고 천으로 묶어 물을 들였다. 

이 연극에서 엄마와 딸이 나이가 들어가고, 어릴 적이나, 나이가 들어서나, 모녀는 늘 상 작은 일로 언성을 높이며 다투지만, 속사랑이야 어디 그러한가? 서로 짓찢고 다투지만 결국에는 봉숭아꽃 물이 들 듯 발갛게 예쁜 물이 드는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려낸 연극이다.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며 밖으로만 도는 아버지, 그 아버지를 힘겹게 한 결 같이 기다리는 여필종부의 표상 같은 엄마를 보면서 자란 영옥. “엄마처럼 살지 않겠노라” 굳게 다짐하지만, 어느새 영옥의 삶 역시 엄마를 닮아 가고 있음을 어쩌랴? 그게 어디 영옥 뿐인가? 전근대적 남존여비 사상이 여전히 뿌리를 내리고 있고, 단지 남성임을 내세워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는 작태가 여전히 계속되는 현실이다.

어찌 그 뿐인가? 여성이 대표가 되거나 앞장서 나아가기라도 하면 저열한 남성들이 헐뜯고 중상모략을 하는 걸 언론매체나 신문지상 그리고 각종 공연에서까지 보게 되는 현실이다. 그와 반대로 여자 대표를 떠받드는 남성들의 모습도 정상적은 아니다. 서로 잘 보이려 각축을 벌이는 꼴이라니....

자신을 닮은 삶을 사는 영옥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엄마, 엄마를 볼 때마다 자신의 상처가 도드라져 아픈 영옥.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며 살아가던 둘은 엄마의 병을 계기로 다시 서로의 상처를 살피고 보듬게 된다.

연극에서는 아버지 역이나 남동생 역을 여성출연자가 맡아 호연을 보인다. 비전문연극인이지만 감성표현이 배우 못지않다. 다만 일부 출연자의 발성부족이 대사전달에서 불명확함을 드러내는 약점을 보인다. 그것을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덕희, 이종희, 최병헌, 김은경, 김용숙, 홍운경, 키지미 미야코, 조형아 등 출연자전원의 열정과 노력이 무대 위에 드러나 갈채를 받는다. 일본여인 키지미 미야코의 단아한 모습과 호연도 인상적이다.

음악감독 김동욱, 음향오퍼 홍하영, 조명감독 채동훈, 조명오퍼 문선주, 연기지도 류지애 박귀임 송영숙, 진행 강 운 박지연 송민석 변현석, 라플렛 디자인 현 율 등 기술진의 정성과 노력이 드러나, 강북연극협회(회장 장미자)의 비전문연극인 극단 별주부의 김정숙 작 현대철 연출의 <봉숭아꽃>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온라인 뉴스팀, newsfreezon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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