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대표 문화시론] 서열 중심에서 공정평등사회 돼야

▲ 이인권 뉴스프리존 논설위원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사회갈등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격차가 평등성과 공정성을 흐트러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결부돼 "인생의 성공에 있어 부잣집 환경이 중요"하다는 데 80.8% 국민이 동의했다. 이것이 바로 한국사회 문화의 현주소다.

문화는 한 사회 구성원들의 감정과 정서에 깊게 영향을 끼친다. 그에 따라 국가의 문화나 국민의 정서가 형성되기도 하는 것이다. 동물과 달리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는 그 공동체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의 바탕이 된다. 그것이 문화적 특성으로 나타나게 되어있다.

어떻게 보면 문화가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반대로 사회정서가 그 공동체의 문화에 의해 특정되는 '상호연관성' 곧 '쌍방향성'이 있다. 이러한 정서는 당연히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긍정심리학자인 미 미시간대 바버라 프레드릭손 교수에 의하면, 정서교류는 심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 또는 강화하기도 하는가 하면 갈등과 증오와 불화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사회는 긍정적인 정서교류 기반이 미흡하다. 달리 말해 평등성과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껏 비교와 출세 지향의 사고방식이나 실천양식이 지배하다보니 긍정적인 사회문화체계가 정착되지 못했다.

경제적인 성장은 이뤄냈지만 자긍심, 감사, 만족감, 기쁨, 희열 등과 같은 긍정성을 체험하지는 못해 행복수준은 갖추지 못했다. 특히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중시하다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경쟁이란 게임은 이기는데 목적이 있게 되어 당연히 일등을 추구하게 된다. 어느 누가 경쟁이라는 레이스에서 일등을 원치 않겠는가? 모두가 산술적인 개념으로 '일등', '최고'를 목표로 한다.

지금 우리사회의 모든 문제는 일등주의에서 비롯된다. 그 하나밖에 없는 일등을 위해 맹목적으로 뛰고 달리고 야단들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1%의 일등 외에 99%는 일등이라는 찬란한 월계관을 쓰지 못한다. 그래서 만족하지 못해 또 하나의 일등을 차지하려고 끊임없이 다툼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제 한국사회가 공정과 평등의 가치가 정착되려면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적합하고 합당한 목표나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아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만이 갖는 무 순위 경쟁력의 차별성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순위의 관점에서 보아 결코 일등이 아니지만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있는 차별화된 능력이며 만족감과 행복감을 주는 것이다. 요제프 킬슈너는 ‘자기와 다른 사람을 비교해 누가 우위인지를 따지는 사람은 여유를 갖지 못하며 평온한 생활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국사회가 특유의 조급성을 띠는 것은 우위를 선점하려고 하는 심리적인 압박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독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모든 사람의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내재된 특기나 능력은 각자가 다 다르다. 모든 사람들을 획일화된 잣대로 서로 비교할 수 없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잠재된 능력을 개발하여 독자적인 위상을 확보하게 되면 그것이 차별화가 된다. 차별화된 재능은 그 자체로서 경쟁력이 되며 경쟁이라는 치열한 레이스를 펼칠 이유도 없다.

유대인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남보다 뛰어나려 하지 말고 남과 다르게 되라"고 가르친다. 또한 헤르만 헤세는 '중요한 일은 자기에게 부여된 길을 한결같이 똑바로 나아가고, 그것을 다른 사람의 길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한국사회는 개인의 존재감을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측정하며 평가하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다보니 특히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가치보다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척도로 사람을 판별하는 비교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비교문화와 순위에 집착하는 서열주의의 병폐를 청산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진정한 선진국가와 행복국민이 될 수 있다. "탁월한 인물의 특성 중 하나는 결코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자기 자신, 즉 자신이 과거에 이룬 성취와 미래의 가능성하고만 비교한다." 최고의 동기 부여가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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