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산울림소극장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상집단 뚱딴지의 아이스퀼로스 작, 황이선 각색 연출의 <프로메테우스>를 관람했다.

아이스퀼로스(Aeschylos, 기원전 525-기원전 456?)는 그리스 시인이자 비극의 창시자다. 아티카 지방 엘레우시스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기원전 490년 마라톤 전쟁에 종군하였으며, 비극 창작과 연출로 기원전 484년 경연에서 1위를 했다. 기원전 472년 <피네우스> <페르사이(Persai)> <프로메테우스>의 여러 작품으로써 우승하고 그 후 시칠리아섬 시라쿠사를 방문, <페르사이> <아이토나이아이> 등 여러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기원전 467년에는 <오이디푸스> 3부작을, 기원전 458년에는 <오레스테이아> 3부작 등을 아테네에서 공연하고, 그 후 재차 시칠리아를 방문한 바 있으나 기원전 456년 무렵 이 곳의 게라에서 사망했다.

90편의 비극이나 사틸로스 극을 창작, 경연에서는 13회의 우승을 했고, 죽은 후에도 그의 작품은 공연되고 수상작이 되었다. 기원전 4세기 디오니소스 극장에 그의 동상이 건립되었다. 현존하는 비극은 <페르사이> <테바이를 공격하는 7인> <포박된 프로메테우스> <애소하는 여자들> <오레스테이아> 3부작의 7편이 있고 그 밖에 파피루스 문서나 인용에 의한 단편(斷片) 다수가 남아 있다.

원작인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에 집중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장면은 징벌과 고통이다. 프로메테우스에게 내린 신들의 징벌은 첫째로, 신의 권력에 굴복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인간을 사랑하는 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프로메테우스가 훔친 불은 신에 대한 반항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상징한다. 아이스킬로스가 영웅적으로 그려내는 프로메테우스는 그로 인한 자신의 고통을 끝까지 감내하면서 신의 권위에 도전한다. “나는 제우스의 분노가 사라질 때까지 견뎌낼 것이다.”

그가 온갖 회유를 물리치고 제우스의 권위에 맞선 것은 제우스 패망의 비밀을 알기 때문이다. 이 비밀은 제우스의 부친인 크로노스가 자신의 왕위를 빼앗기면서 아들에게 내린 저주이기도 한데, 오직 프로메테우스만이 그걸 알고 있다. 때문에 이 비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사자인 헤르메스에게 이렇듯 분노의 대사를 퍼붓는다. “나를 이 무서운 쇠사슬에서 풀어주기 전에는 아무리 고문을 해도 내 입을 벌릴 수는 없을 걸. 그러니 멋대로 번갯불을 뒤흔들어 보라지. 그래도 나를 굽히진 못할 걸. 저를 왕좌에서 몰아낼 자가 누군지를 내 입에서 알아내진 못 할 테니까.” 그리하여 아이스킬로스의 이 비극은 프로메테우스를 응징하는 제우스의 무서운 번개와 벼락으로 마감된다.

그리스 신화 속의 프로메테우스 이야기는 원래 올림포스 최고신인 제우스의 권위와 지성을 강조하고 그에 대한 도전의 부질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스킬로스의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최고신인 제우스를 절대 권력의 폭군으로 그려내고, 프로메테우스를 고통 받는 영웅으로 그려낸다. 그래서 관객으로부터 동정심과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프로메테우스를 진정한 영웅으로 부각시키며 절대 권력도 언젠가는 패망한다는 예견을 하도록 만든다.

황이선은 원래 사회복지사였다. 일반 회사에도 있었고, 정신병원에서도 근무하다가스물다섯 나이에 서울예대 극작과에 들어갔다. 공산집단 뚱딴지에 들어가 문삼화 연출가의 조연출을 하다가 극작과 연출을 하면서 기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팩토리 왈츠>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비잔틴 레스토랑> <러닝머신 타는 남자의 연애갱생 프로젝트> <봄은 한철이다> <리어> <모든 건 타이밍II>를 집필 또는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건강한 미녀 연출가 겸 작가다.

연극은 법정에 선 프로메테우스의 재판과정을 그려냈다. 검은 색 배경으로 된 법정 안으로 정반대 색인 백색정장을 착용한 인물들이 객석 뒤쪽 계단을 내려서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법정 죄인인 프로메테우스는 짧은 머리카락에 탄탄해 뵈는 체구다. 증인들이 출정해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뜻을 거스른 것과 관련해 재판과정이 연출된다. 변호사가 등장을 하고, 아이스퀼로스의 원작의 줄거리가 법정에 출두한 인물들 하나하나의 대사로 펼쳐진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었기에 절대 권력자인 제우스의 뜻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팔다리가 묶이고 날짐승에게 내장을 파 먹히는 중형 선고를 받게 된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끝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의연한 자세를 유지한다. 최종선고가 내린 대단원 장면에서 출연자들이 검은 코트를 백색정장위에 걸치고 프로메테우스의 주위를 옹호하듯 둘러싸는 장면에서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안영주, 한상훈, 박영기, 문승배, 이인석, 나하연, 노준영, 신지현, 이준희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성격창출은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터그 이주영, 조연출 강보름 김용운, 조명 김용호, 음악 RAINBOW99, 의상 홍정희 이원영, 사진 이정훈, 주최주관 아트판 극단 산울림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공상집단 뚱딴지의 아이스쿨로스 원작, 황이선 각색 연출의 <프로메테우스>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 칼럼니스트

온라인 뉴스팀, newsfreezon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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