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바퀴에 대한 명상
 
살랑이는 바람이 뒷바퀴를 밀어주고
은은한 빛이 앞바퀴를 끌어주면
흘러가듯 굴러가는 자전거입니다.
더 이상 속도에 목을 매진 않아요.
두 귓바퀴가 부드러워지는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 이 정도면 됐다 싶어요.

 
두 다리와 두 바퀴가 하나가 되어 흐르다 보면
어떤 승용차도 갈 수 없는 아스라히 좁은 길을 넘어
하늘의 구름을 타기도 하지요.
한 방울 기름이나 전기 없이도 달리는 신기한 애마입니다.
 
바퀴를 발명한 인류의 진보가 자전거에서 멈췄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고지선이 된 빠름의 신화가 우리의 과거를 다 묻어 버리고, 알 수 없는 내일의 벼랑으로 우리를 내모는 것 같아요.
다섯살 바기에게 세발 자전거가 최고의 선물이었던 그 시절까지만 되돌아 갈 수는 없을까요?

강물 따라 바람 따라 흘러가며
피고 지는 꽃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은 구멍이 뚫린듯 시원해져요.
어차피 정해진 시한부 여생인데 천천히 굴러가자구요!

ㅡ산경 김향기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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