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좋은詩] 산경 김향기

▲ 시인 김향기 사진제공

질경이의 노래

자존심 따위는 진작에 깔아뭉갰지요.
고매한 매란국죽과와는 애당초 거리가 머니까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뿌리 내린 곳이
하필이면 그렇게나 번잡한 곳일까요?
고요한 한 순간이 없네요.
때론 짐승같은 사람 발에 밟히기도 하네요.
그러니 찬란한 꽃의 영광은 아예 꿈도 꾸지않아요.

그래도 순명의 자세로
나만의 하늘을 머리에 이고
나만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나를 위해 쏟아지는
별빛 달빛 햇빛의 은총속에
기어코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낸답니다.

화려하고 늘씬한 존재들과 비교하지 마세요.
앉은뱅이 못난이라고 비웃지 마세요.
천지간에 한 존재로 태어나
비록 한 순간을 살지라도
나만의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답니다.
밟히고 밟혀도 원망함 없이
모질게 갈 길을 가고야마는
나는 지독한 생명의 화신입니다.
ㅡ산경 김향기 2015.6.26,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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