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합니다만, 그것은 항상 설렘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게 합니다. 경쟁과 도태가 만연돼 있는 사회에서 낙오자가 될 것만 같은 초조함,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함.

그러나 시작은 그 의미 자체만으로 아름답습니다. 그것을 알기에 뉴욕에서 LA까지 6,000KM의 자전거 횡단에 이어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미국 서부 산맥을 잇는 세계 3대 장거리 트레일,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종주할 수 있었습니다.

과정에서 느꼈던 소소한 감정과 값진 생각 그리고 크고 작은 경험들을 전북대신문을 통해 구성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미대륙 자전거 횡단에 이은 또 한 번의 도전 지난해 5월 2일, 사진작가 동생 황재홍과 미국 샌디에이고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영문 간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보니 더욱 초조하고 긴장됐습니다. 그 곳의 첫인상은 낯섦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낯선 환경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일상과 달라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틀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성격도 아닙니다. 오히려 편안하고 안정됨을 보장하는 익숙함을 좋아합니다.

어느 날 마음이 세차게 헝클어진 적이 있습니다. 바로 모험가 이동진 형님의 강연을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강연을 듣고 나니 머릿속엔 ‘일상에 익숙해져 특별한 것도 특별하게 보지 못한 채, 무엇인가를 이뤄나가는 또래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움츠려 들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연을 계기로 열등감에 젖어 사는 이우찬을 벗어나 뜨거워지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나를 익숙함에서 끌고 나와 낯선 곳에 내던져보자. 그렇게 시작한 것이 뉴욕에서 LA까지 미대륙 60000km 자전거 횡단 여행이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한 번의 낯섦을 만나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진 4,285km의 장거리 트레일, Pacific crest trail(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종주를 떠났습니다.

산길을 걷다 많은 오르막을 만났습니다. 수많은 오르막을 걸으며 땀을 비 오듯 쏟았습니다. 계속되는 종아리 통증에는 무덤덤해 지기까지 했습니다. 일주일 넘게 씻지 못할 때는 난생처음으로 ‘사람 몸에서 이런 냄새가 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신발 안에서 물집이 터져 그 상태로 절뚝거리기도 했고, 오밤중 야생동물 우는 소리와 세찬 바람 소리에 선잠을 자던 일도 빈번했습니다.

낯선 환경은 쉽지 않은 과제들을 던져줬습니다. 메마른 모하비 사막의 척박함을 고스란히 견뎌야했으며, 만년설로 덮여있는 높은 산들을 넘어야 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식량과 물로 배고픔과 목마름을 이겨내야 했고 밤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산중 추위 때문에 오들오들 떠는 날이 많았습니다.

▲낯섦과 두려움 속에서 성장하는 나를 발견 익숙함에서 벗어나니 불편했습니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니 새로운 나날들이 이어졌습니다.

몸은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하루하루가 즐거웠습니다. 내일은 어떤 환경에 적응하고 무엇을 해쳐나가야 할까 걱정되면서도 설렜습니다. 고단한 여행을 즐기고 있는 제자신이 놀라웠습니다. 매일을 극복해 내는 과정에서 사고는 유연해 졌고 생각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일상의 소중함도 알게 됐습니다. 팔팔 끓인 된장찌개와 밥 한 숟갈 뜨고 학교 가길 바라는 맘 한결 같았던 어머니, 허심탄회한 대화를 안주삼아 소주 한 잔 꺾으며 서로의 지친 일상에 힘이 되어주던 친구와의 진득한 우정, 따뜻한 이불 밑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달콤한 온기, 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연인과의 사랑. 일상적으로 누려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이 간절하게 그리워졌습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감사해야할 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리는 것에 익숙해져 그것들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곤 합니다. 주변의 작고 사소한 것들을 당연하게 느끼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당연함의 재발견이라고 할까요. 저 역시 떠나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작은 용기가 큰 모험을 가능하게 할거에요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정해진 틀 안에서 수동적으로만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용감함이나 대범함과도 거리가 멀었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자’와 같은 긍정적인 마음가짐 역시 찾아보기도 어려웠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며 비슷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큰 모험을 시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날의 그늘진 제 모습을 변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대 공포증이 매우 심했습니다. 남 앞에서 떨고 있는 제 모습이 참 한심했습니다. 변하고 싶은 마음만은 늘 간절했습니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전진하지 못하는 제 한계의 벽을 뛰어넘고 싶었습니다.

우선 스스로를 인정했습니다. ‘아닌 척 하지 말자, 나는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라는 것을요. 그랬더니 마음이 일단 편해졌습니다.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두려운 감정을 느낄 수 없다면 오히려 오만과 무모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작은 것부터 시도해 봐야 합니다. 조금 실수한다고 큰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잖아요. 잘못하고 실수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수차례 반복하다 보니 처음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힘들 때는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극복해 나가려 노력했습니다. 어딘가에 당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다 그것을 극복한 누군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당신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스승들입니다. 강연을 통해, 만남을 통해, 책을 통해 그들에게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들이 해냈다면 분명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들로부터 오는 작은 조언과 공감은 여러분의 두려움과 걱정을 어루만져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충분히 믿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두려운 감정은 단지 ‘해보지 않아서’, 즉 경험의 부재에서 생기는 감정 중 하나입니다. “될까?” 보다 “된다!”를, 머릿속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나에 대한 믿음은 확신과 신념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그것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하는 물음에 흔들리지 않는 대답이 돼 주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작은 변화는 자신감을 갖게 했고 결국 낯선 땅에서의 여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어제와 다른, 당신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5개월이나 되는 시간 동안을 줄곧 걷기만 한 것이냐고. 길다면 긴 그 시간을 온전히 걷는데 보냈다는 사실을 저는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번 155일간 4,285km를 걸으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만지며 온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쏟아져 내릴 듯한 별빛을 이불삼아 밤잠을 자고, 혼자가 아닌 둘이였기에 때론 다투기도, 때론 웃기도 했습니다.

함께 그 길 끝에 섰을 땐 알 수 없는 뭉클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제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명해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경험을 통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유년시절 우리에게 왜 미술이나 음악, 태권도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하셨을까요? 뭐든 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의 폭이 적다 보면 그만큼 선택지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하는 많은 경험이 그만큼 인생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할 것입니다. 경험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소한 경험부터 큰 모험을 감행해보는 일까지 어느 하나 가치 없는 일은 없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장소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일, 책장 속 먼지 쌓인 중국어 회화 책을 다시 펴보는 일 등 정말 다양하고 생경한 경험들이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평소보다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우리는 더없이 즐거운 세상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낙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마음 가는 일에 조금만 용기를 내어 시작해 보길 권합니다. 시작이 두렵다구요? 삶은 수많은 처음들의 연속입니다. ‘끊임없는 시작’들이 연이어져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인 것이지요. 시작이 두려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너무도 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인생의 축복이자 행복입니다. 제가 했던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서는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생소한 경험으로 작게나마 어제와 다른 하루를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그 하루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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