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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머니 가신 날에

벗님 오시려나
갈 바람 불어오려나
뜰의 대추나마 잎새 뚝 뚝 떨어지는데
팔랑팔랑 나비 는 사이에
잠드셨네
한 마디 말 없이 가셨네
주무시듯 가신게 믿기지 않아
따순 손발에 얼굴 부벼도
깨어나지 않으시네
그렇게 가셨네

가셔야 할 정확한 때를
스스로 선택하셨네
오남매 열셋 손자녀 사정
다 꿰뚫어 보시고
하고 많은 날 중에
아무런 걸림 없이 화평한 날
말 없이 당신의 길 가셨네

단 한번의 웃음도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식의 뼛골을 쏘아보던
형형한 눈빛
무슨 유언이 따로 있으랴
97년의 삶이 내내 그러하였거늘
이쁘고 곧은 모습
참 깨끗하게도 가신 날에
큰 하늘 열리고
쌍무지개 곳곳에 걸렷네.

-산경 김향기 9.6
kimht10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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