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 스칠 때

제 자리  지킴이들

나무 나무 나무들

한 마디 말 없기로 그저

우뚝 우뚝 하늘 바라기들

나무 나무 나무들

스치는 바람에

저  멀리 하늘 속으로

구름 흘러갈 때

한 마디 말 없기로 그저

붉은 잎새 우수수 우수수

떨어져 떨어질뿐

지금이 바로 그 때인가

한 마디 말 없이 그저

나무의 붉은 잎새  위로

구름 얹히느니

오, 당신이 내게 임재하는 이 때.

ㅡ산경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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