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 제3회
        - 만남 -

“잘 생긴 정세원을 알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행운인가요!”
애춘은 들떠있는 어린아이 같이 순진하게 지선을 바라보며 웃었다. 특히 ‘정세원’이란 이름을 말할 때는 매우 들떠 있어 얼굴이 상기되었다.
“아, 예. 언제나 건실한 분이지요!”
두 사람은 체육실을 끼고 있는 학생 지도실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문제학생 지도를 위해서 주로 남자 선생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학생들 두 세 명이 꾸중을 듣고 있었다. 학생부장인 임 선생이 그 중 한 학생을 다그치고 있었다.
“빨리 이실직고 안 할 거야!”
그러자 그 중 덩치가 있는 학생이 실토하기 시작했다.
“상호에게 돈 이만 원을 가지고 학교 뒷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 새끼가 약속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러자 우리들은 화가 치밀어 네 명이 그 다음날 학교 뒷산에서 기다리다가….”
“그래? 너희 네 사람이 그렇게 한 사람을 무참하게 때려도 괜찮다는 말이냐, 이놈들!”
“그것만은 아니어요. 저 새끼가 얼굴은 곱상하게 생겨가지고 제가 좋아하는 여학생을 꼬시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담뱃불로 온 몸을 지졌나? 이 잔인한 놈들 같으니!”
“그게 아니라 처음에는 때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대드니까 어쩔 수 없었단 말이에요!”
여전히 반항적이었다. 반성하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씩씩거렸다.
“이놈들! 지금 상호가 어떻게 된 줄 알아? 세브란스 병원에 2주일 이상 입원 진단이 나왔다. 상호 할머니가 너희들을 폭행혐의 죄로 고소했단 말이다!”
그러나 학생들 셋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저 덤덤하며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폭행을 당한 상호는 지선이 작년에 담임했던 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가출한 엄마로 인하여 심한 상처를 받았었다. 상담도 하고 여러모로 지도하여 좀 나아지는가 하였더니 새 학년이 올라가자 다시 겉돌기 시작하였다.
“자! 반성문 작성해서 제출해, 알았나!”
“네….”


학생들은 상담실로 향하고 임 선생은 제자리로 힘없이 주저앉았다.
“선생 노릇도 이제는 못해 먹겠어!”
임 선생이 지쳐서 힘없이 내뱉었다.
“무슨 지도를 좀 하려면 도무지 말로 해서는 안 들어 먹고… 그렇다고 좀 체벌을 가하면 폭력선생이 되어 학부모가 달려와 삿대질을 하지 않나, 걸핏하면 여론에선 모 선생이 학생을 폭행했느니 어쩌니 하니, 이거 원 선생노릇 해먹겠나!”
“그러니까 적당히 대충하면 되는 거야. 말을 듣거나 말거나 적당히 말이야. 괜히 성심껏 지도하다가는 요즘은 불량선생이 되고 밥줄이 끊기게 돼!”
“그럼 우리 선생들이 왜 있어?”
“아, 국가에서 그렇게 하고 있잖아. 가만히 놔둬라. 그래야 학생 인권이 향상 된다고 안하나. 잘못 했다간 체벌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단 말이야.”
“참, 잘못한 사람한테만 인권이 있고…. 이거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하는지 암담하군!”

“우리 땐 선생님이 <왕>이었잖아! 학생들도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를 빡세게 했고 그 덕분에 우리나라가 이 정도 발전되었지!”
“그땐 서로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서 도시락을 두 개씩 싸가지고 밤을 새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나. 언제 저놈들처럼 할일 없이 빈둥거리며 문제나 일으킬 겨를이 있었나. 요즘 학생들 저렇게 기강이 문란해진 건 모두 교육정책이 잘못된 원인이야.”
“목표도 없으니 젊은 청춘에 뭐 하겠어? 남은 힘을 가지고 폭력에 쓰거나 음란한 쪽으로 빠질 수밖에!”
“글쎄, 요즘은 국민의례 시간에도 애국가도 부르지 않고 서로 장난을 쳐도 혼낼 수가 있어야지.〈부르기 싫은 것 내 맘이잖아요?〉하고 인권을 침해하지 말라 하며 대들지를 않나, 이제 나라가 망하겠어. 교육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정말 교육정책 펴는 것 보면 울화통이 터져!”
이때 수학교사 강석진이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내 수업만 열심히 하면 돼. 떠들든지 말든지 우리는 맡은 수업시간만 잘 채우면 되는 거야…. 괜히 혼내주었다간 밥줄 끊기는 세상이야!”
“아무튼 살기 힘든 세상이야…!”
모두 심각하고 어두운 표정에 잠겼다.
이때 두 여교사가 방문하여 앉아 있는 것을 알아챈 정세원은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선과 시선이 마주치자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었다. 그는 애춘에게 일상적인 안부를 묻고 지선에게 자리를 권하여 앉게 하였다. 그리고 손수 커피를 타서 두 여교사에게 권하였다.
“드십시오. 맛있을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애춘은 정세원만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 좋은 표정이다. 잠시 후 문을 열고 최경자가 들어섰다.
haj2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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