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4회

만남

정세원이 두 여교사와 다정히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얼굴이 험상궂게 이지러지기 시작했다.

“아니, 가까이 있는 우리들에게는 커피 한 번도 타 준적이 없더니 웬일이슈!”

불평어린 목소리가 역력했다. 그녀의 머리모양은 거칠고 불에 지진 듯 고슴도치의 머리처럼 쭈뼛쭈뼛 일어섰고 입술은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피부는 검고 주근깨와 잡티로 매우 거칠고 험해 보였다. 아무튼 누구든 그녀를 처음 대하면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묘한 어수선함과 추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복장은 회색남방에 청바지를 걸치고 있었는데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였다. 최경자는 속에 있는 것을 마음에 담을 줄 몰랐다. 언제나 즉석에서 냉소적으로 내뱉아 주위 사람들을 당황하게 할 때가 많았다. 지선에게도 역시 냉소적이었다. 그녀는 민지선을 가리켜〈우아하고 지적이다〉라고 누가 칭찬을 하게 되면,

“흥, 학교 올 때 그렇게 멋을 잔뜩 부리고 오는 것들, 끼가 다분하고 한 남자로만 만족 못하는 여자야!”

그런 식이었다. 자신이 칭찬을 듣지 못하고 모든 여자 중에 가장 추하다고 느껴서인지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더욱 혈기를 띠며 적대감으로 반응했다. 이때 전근 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애춘은 맞서서 대응하였다.

“멋내고 다니는 것이 뭐가 잘못됐단 말이죠? 자신을 꾸미지 않고 내버려 두는 지저분하고 털털한 여자들을 난 제일 혐오하거든요!”

들으란 듯 노골적이었다. 최경자가 애춘을 쏘아 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가 상당히 개성이 강하여 그 후에도 자주 부딪혔다. 사실 최경자는 부드럽고 신사다운 정세원을 은근히 위로와 흠모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거칠게 자신을 대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그는 언제나 자신에게도 신사적이며 인격적으로 대해 주었다. 그래서 어느덧 정세원 앞에서만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가 되었다. 그것은 평소 강한 척하고 남자에게 관심 없는 체 했지만 사랑받고자 하는 연약한 여심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그냥 이해해야지. 허, 참 가정이 편안해야 직장도 편안하다니까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이 맞는 말이야….”

임 선생이 눈을 찡긋했다. 정세원은 점잖게 언제나 대하듯 자연스러울 뿐이다.
“오늘은 사물놀이 수업 없습니까?”

“왜 안 해요. 비가 오는 날 빼고는 어김없이 하지요”

“그런데 말이야. 그 꽹과리 소리, 징소리 때문에 다른 반에서 시끄럽다고 야단들이오!”
이때 애춘이 기회라 싶은지 끼어들었다.

“맞아요! 너무 소리 공해가 커서 미술반 학생들도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최경자는 장애춘을 노려보았다.

“그러면 어쩌란 말이야! 정말, 쯧!”

눈꼬리가 올라서고 혀를 차면서 상승기를 탔다.

“그런데 맨발로 장구치고 춤을 추는 것은 좋은데, 발이 시렵고 아프지 않습니까?”
“하…, 헛헛헛…. 맨발의 위대함을 모르시군요. 맨발로 흙을 디뎌야 오감으로 인생체험을 하게 되고 자연과 합일된 그 충만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친밀감을 모르시나이까!”

“나름대로 깊은 철학이 있었군요.”

“하하…. 호호호…. 허허허….”

모두들 호쾌하게 웃어 넘겼다. 사실 계발활동의 사물놀이 반에 대해서 교내에서 말이 많았다. 소리 공해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교장이 최경자에게 주의를 주어도 반항적인 기질에 어쩔 수 없었다. 최경자는 학생들과 장구와 꽹과리를 치면서 한바탕 몸을 흔들어대야만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뚱뚱한 몸매에 거친 고슴도치의 머리가 여교사의 자존심을 추락시킨다고 동료여교사들은 불쾌하게 생각했다.

“이혼을 하고 싶어도 체면을 생각해서 그냥 마지못해서 사는 사람들 정말 맹추들이야! 이혼해 봐! 얼마나 좋은지…. 그야말로 동굴 속에 갇혀 있다가 환한 햇볕으로 나온 느낌이야!”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녀의 넋두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최경자는 자신이 거부당하며 대화의 상대가 없어 그런지, 항상 학생부에서 남교사들에게 넋두리하듯 푸념하기가 일쑤였다. 수업종이 울리자 그녀는 내닫듯 체육실에서 빠져나갔다.

“산 속에서 도를 닦다가 내려온 도사처럼 저 머리 꼴이 뭐야. 고슴도치 형제 같아!”

애춘이 찡그리며 못마땅하게 여겼다.

“가슴의 상처를 받은 자입니다. 그 마음이 오직 하겠습니까”

정세원이 안타깝게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최 선생님은 솔직하고 화끈해서 좋아요!

”민지선이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맞습니다. 뒤끝이 없어 시원시원하죠. 그것이 최경자의 장점입니다”
이때 임 선생이 거들었다.

“다들 말조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조금만 비위 상하게 하면 큰일 납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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