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애자-소설가/극작가〔한애자 칼럼]- 제왕적 대통령과 제7공화국
최순실 게이트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은 갈수록 양파와 같이 한 겹 한 겹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박대통령은 지난 두 번의 대국민의 사과 담화문과 달리 강대강의 입장으로 돌변하여 수사도 거부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최순실 일당이 국정을 농단한 정황이 드러났고 박대통령은 공범자로 피의자가 되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극구부인하며 변호인을 통하여 해명하고 시간끌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며 대통령의 권한이 이토록 막강하다는 것에 아연해진다. 죄를 범하여도 소추할 수 없고 기소할 수 없게 되어있으니 말이다.  헌법이 이 같으니 죄를 범하고도 두려워하거나 죄의식도 없는 행태가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만일 일반 공무원이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뇌물죄 등이 적용되어 엄한 처벌을 받게 되는데, 마치 면죄부와 같은 특권처럼 보이니 국민들은 더욱 답답하기 그지없다. 설상가상으로 청와대마저 홈페이지에 뒤늦게 억지해명을 하는 행태를 보이니 분노와 허탈감에 빠진 국민들에게 더욱 화병을 부추기고 있다.

바로 이러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의 모든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통령제의 폐단을 조속히 끝내고 이제 개헌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암시하고 있다. 돌아보면 지난 대통령들도 측근비리로 얼룩져 온 대한민국이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하고 존경할만한 대통령이 없는 불행한 국민인 것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링컨과 처칠, 대처 수상 등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지도자가 많은데 우리에게는 그러한 대통령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이 난세를 수습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작업에 신속하게 착수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개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이다. 이 난세가 개헌을 할 가장 적당한 때이며 이제 더 이상 미루어선 아니 된다.

이러한 시국에서 개헌을 필두로 제7공화국을 주장하며 새로운 개혁을 모색하는 정치세력들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바로 <새판 짜기>를 주장하며 최근 정계에 복귀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시다. 필자는 최근에 지인의 초청으로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기조연설을 직접 듣게 되었다. 그 기조연설의 핵심을 소개해본다.

<......,  현재의 위기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고, 그 원인에 합당한 대안을 찾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혼란을 최대한 빨리 수습해야 합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오늘 열리는 이 세미나가 대단히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20일, 2년여의 강진생활을 청산하고 복귀하면서 저는 제7공화국의 건설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습니다. 이제, 7공화국을 열어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발 국정농단사태는 6공화국 헌법체제의 총체적 폐해입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승자독식 패자전몰의 권력집중이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을 낳았습니다. 행정부와 의회 간의 권력의 불일치는 대통령의 레임덕과 맞물려 정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소선거구제에 입각한 의회의 양당제도는 지역주의를 부추겼습니다. 모두 6공화국 헌법체계가 지니고 있는 한계입니다.

이제 7공화국이어야 합니다. 7공화국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시스템의 구축을 함축하는 단어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7공화국이 추구해야 할 권력구조상의 가치를 합의제 민주주의에서 찾고자 합니다. 독일의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의한 의회제인 다당제 연립정부가 우리가 가까이 찾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저는 원래는 오랫동안 내각제에는 반대했습니다. 일본에서 보듯이 내각제의 파벌정치가 사회 발전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인 파벌주의와 지역주의가 내각제에서 더욱 확대되어 정치의 안정을 떨어뜨릴 위험성 때문이었습니다. 재벌의 정치개입도 위험했고, 남북 분단과 경제발전, 그리고 사회통합을 위해서 필수적인 정치적 효율성이 내각제에서는 담보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에 의한 권력집중이 최순실로 대표되는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직결되어 온 나라가 혼란에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6공화국 헌법체제는 그 명을 다한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나는 헌법 개정을 통한 7공화국의 시작을 원래 19대 대통령의 과업으로 보았습니다. 19대 대통령 후보들이 개헌을 최우선의 공약으로 제시하고 당선 후 우선 개헌부터 시행하는 것입니다. 우선 총리를 현행 헌법에 따라 임명하되 국회의 동의절차가 실제로는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실질적인 분권형 권력체제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총리가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시행하도록 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제약하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임명 동의와 해임건의에 강제성이 부여되도록 대통령이 공약하도록 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국가적 초비상사태를 맞아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국무총리는 거국내각을 구성하여 과도정부를 이끌고 7공화국을 열어가는 게 순리입니다. 이때 국무총리는 여야합의로 선출하되 대통령은 국민 앞에 헌법71조에 의거, 대통령의 유고를 선포하고 모든 권한을 국무총리에게 넘긴다고 국민 앞에 공포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을 요구하고 있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고 국무총리가 7공화국을 열 준비가 되는 대로 대통령은 사임하고 새 정부를 구성하면 됩니다. 이것은 이 사태가 진행된 이후 줄곧 일관되게 주장해온 저의 입장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것은 정치의 소명입니다. 지금의 시민혁명의 시대입니다. 혁명이 명예롭게 진행되어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개헌을 통해 7공화국을 열어가야 할 것입니다. 7공화국을 통하여 국민의 통합을 이루고 국가적 혁신을 통해 나라를 새롭게 발전시켜 경제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7공화국에서는 공정과 정의가 사회윤리의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이 현 시국을 극복할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기조연설은 개헌과 제 7공화국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대한민국은 다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그 길은 개헌과 함께 제7공화국 시대를 열어가는 길밖에 없다. 아울러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행사에 참석하여 축사해주신 정세균 국회의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대표께서도 개헌을 선두로, 풍부한 정치경륜을 지닌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주목하였다. 이제 국민들은 제왕적 대통령으로 인한 국난을 더 이상 겪지 않겠다는 각오로 개헌과 제7공화국에 깊은 관심을 보여야 할 때이다.
haj2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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