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문인협회 회장을 지낸 김덕권선생님의 칼럼 글

간신배들의 망령 
 
요즘 박근혜 대통령 주위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던 간신들이 줄줄이 검찰에 구속당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 간신들의 행렬이 어디서 끝날 것인지 호기심이 이는 것을 금할 수 없네요. 그런데 그 간신들이 예외 없이 모든 잘못을 자기가 모시던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보면 여간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 전 덕화만발카페 <역사대하드라마 방>에 일본 전국시대를 그린 사무라이 역사극을 씨리즈로 올려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드라마에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주군(主君)의 허물을 자신의 잘못으로 뒤집어쓰고 휘하 장군들이 자결을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상하의 충의(忠義)가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 진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러고 보면 지금 탄핵과 하야의 위기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의 처지가 여간 곤혹스럽고 곤궁해 보이는지 측은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럼 왜 이런 처지에 까지 몰렸을까요? 지난 2015년 말 대학교수들이 올해 병신년(丙申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한 바 있습니다.  
 
‘혼용무도’는 ‘혼용’과 ‘무도’가 합쳐진 합성어이지요. ‘혼용’은 말 그대로 ‘어리석다’는 뜻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두뇌가 모자라고, 어떤 재능도 없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또 ‘무도’는 ‘도가 없다’는 뜻인데, 대개는 ‘대역무도(大逆無道)’나 ‘황음무도(荒淫無道)’라는 네 글자로 표현합니다. 
 
‘무도’는 덕을 베풀지 않는 포악한 정치, 그로 인해 조성된 암울하고 혼란한 정치 상황, 그런 정치를 일삼는 통치자를 나타내는 단어로 수천 년 동안 수없이 사용되어왔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 사정은 불행하게도 혼용무도라는 사자성어가 딱 들어맞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최순실이라는 한 사악한 아녀자에게 휘둘린 어리석은 대통령으로 인해 나라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큰 위기에 빠져 버렸습니다. 국민들은 혼용무도를 겪으며 분노하고 아파합니다.  
 
특히 국민들은 혼용한 대통령 못지않게 그 주변의 간신들에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대통령에게 직언 한마디 하지 못하던 최고위 인사들이 ‘나는 최순실을 전혀 모른다.’는 철면피 발언에 오히려 국민들이 황당해 하기 까지 합니다.  
 
혼용한 군주와 간신이 나라를 망친 사례는 역사에서 숱하게 등장합니다. 중국은 수천 년 왕조 체제를 거치면서 약 600명의 황제나 왕을 칭한 제왕을 배출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비정상적으로 삶을 마감한 제왕이 40%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들 대부분이 ‘혼용무도’한 군주로 나라를 망치거나 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그 혼용무도한 통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들은 좋은 말이나 충고에는 철저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 첫 번째 공통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바른 말을 하거나 충고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증오심을 품고 박해를 합니다. 그 반대로 자신의 말과 판단 등에 맞장구를 치거나 아부하는 간신들만을 총애하지요. 그래서 ‘십상시(十常侍)’같은 간신정치가 나타난 것입니다. 
 
‘혼용무도’한 통치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그야말로 ‘무치(無恥)’입니다. 무슨 짓을 하든 아부하는 간신배들을 옆에 두고 불통정치를 하니 자신의 잘못을 전혀 모르는 것입니다. 소통할 줄 모르는 권력과 권력자는 결국 독재나 폭력으로 흐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독재자의 말로는 예외 없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요. 
 
그 ‘혼용무도’한 독재자가 자신을 망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과 나라를 해치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수 십 년간 피땀 흘려 이룩한 나라를 망치는 데에는 이 혼용무도한 통치자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어리석고 못난 혼군은 사사로운 욕심에만 급급한 간신들을 길러내는 토양이 됩니다. 이런 혼군과 간신이 손을 잡으면 나라가 결딴나게 마련입니다.《순자(荀子 : BC298?~BC238?)》에 보면 공자(孔子)가 노(魯)나라에서 법 집행을 담당하는 사구(司寇)라는 관직에 취임한 지 7일 만에 조정을 어지럽히던 소정묘(少正卯)라는 간신을 처형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자들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깜짝 놀랍니다. 권력을 믿고 설치던 소정묘이긴 했지만 노나라의 유력자이었던지라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달려온 제자 자공(子貢)이 “소정묘는 노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선생님께서 정치를 맡으신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를 죽이시면 어쩌자는 겁니까?”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요.  
 
이에 공자는 통치자로서 제거해야 할 인물에는 다섯 가지 유형이 있다고 가르칩니다.

 
          첫째가 마음을 반대로 먹고 있는 음험한 자이고,
 
          둘째가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데 달변인 자이고,
 
          셋째가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이고,
 
          넷째가 뜻은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이고,
 
          다섯째가 비리를 저지르며 혜택만 누리는 자이다. 
 
이 다섯 가지 유형의 자들을 보면 모두 말 잘하고, 지식 많고, 총명하고, 이것저것 통달한 자들입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진실이 없다는 점에서 공통됩니다. 이런 자들은 간악한 무리의 우두머리라 죽이지 않으면 나라에 큰일을 저지르기 때문에 꼭 죽여야 한다는 공자님의 가르침인 것입니다.  
 
공자의 이 논리를 지금 우리 상황에 대입한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간신배들의 망령이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슬프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간신배들과 공범이라고 합니다. 탄핵이나 하야할 위기에 몰려 있는 지금 단 하루만이라도 이 간신배들의 망령을 물리치고 한시바삐 나라의 안정을 도모하며 진정한 참회를 하면 얼마나 좋을 까요!  
 
▲ 덕산 김덕권 선생, 원불교 문인협회 회장단기 4349년, 불기 2560년, 서기 2016년, 원기 101년 11월 2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프로필 :

법명 김덕권 1940년생

원불교 여의도교당 고문

원불교 청운회장

원불교 문인협회장

원불교 모려회장

덕화만발 카페지기 역임

덕화만발 <덕인회 상임고문>

저서 : 진흙 속에 피는 꽃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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