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6회

테니스 대회

장애춘과 함께 학교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2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바야흐로 서로가 하루의 일과 속에 생활하다보니 어느덧 대지는 오월의 신록으로 단장하고 있었다. 이맘때면 학교행사로 그 동안 배운 교과 성적의 무게를 측정해 보는 중간고사를 관례적으로 치르게 되었다. 신록의 계절 속에 학생들은 그 지겨운 시험을 치러야 했지만 반면에 교사들은 체력이 저하되고 지쳐질 무렵에, 체력단련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교사들은 0MR카드의 주관식을 채점하고 초검, 재검을 검토하고 하나둘 테니스장으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교장 선생님께서 교원들 간의 친목도모와 체력단련을 위해서 마련한 행사였기 때문이다.

오월의 맑은 하늘 아래, 학교 운동장 테니스장에 옹기종기 모인 선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얀색 정식 테니스 차림을 한 여교사들의 상쾌한 웃음소리가 운동장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 중에 지선과 애춘도 눈에 띄었다. 지선은 애춘의 성화에 못 이겨 참가하게 되었지만 언젠가 익혔던 테니스 실력에 약간의 자신감도 있었다. 밋밋한 학교생활에서 도전의식을 발휘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슨 행사가 있을 때 빠지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모습이 활력이 있어 보였다. 그것은 에릭프롬이 ‘사랑의 조건’에서 설파한 것처럼〈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열심히 참석하는 것은 동료애를 가진 모습으로 아름답게 여겼다. 옆줄에 지선과 나란히 선 애춘도 왠지 모르게 자신감 있게 들떠 있었다. 그는 이 테니스 대회를 위하여 남몰래 2주일 정도 짧은 레슨을 따로 받을 만큼 열의를 보였다. 이것을 위해 그녀는 아파트 단지 테니스장에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어김없이 연습을 했다. 이번의 테니스 대회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주 절호의 기회로 삼고 싶었다. 제법 호기를 띠고 옆에서 혼자 다리 돌리기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테니스 코치에게 멋진 포즈를 만들어 달라고 다그치듯 하였다. 코치는 애춘의 손목을 밀착해 꼭 쥐고 테니스 채 잡은 포즈를 취했다. 코치가 다시 그녀의 등 뒤에 밀착하여 테니스 채를 바르게 잡는 법을 교정시켜 주었다

“이렇게, 네. 그, 그렇죠!”

장애춘은 남자의 손과 몸 기운에 약간 흥분되었다. 코치가 자신의 젖가슴 부위를 살짝 스쳐갔을 때는 전율하듯 온 몸을 떨었다. 이때 테니스 코치는 아줌마들이 하는 어리광과 교태의 전주곡으로 여겼다. 자신을 모텔로 불러내 육체적 윤락의 도구로 삼는 부인네들을 수없이 겪어왔기 때문에 애춘에게 의도적으로 차갑게 무시해 버렸다.

대낮에 포식하고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음란의 건수를 탐색하며 눈을 번뜩이는 여자들!

▲ 뉴스프리존 (사진= DB자료)

마치 암고양이가 발정한 듯 음침한 빛을 발산하며 길게 하품을 하면서 쾌락의 상대를 사냥하였다. 그들은 테니스를 배운다는 구실로 2차로 차나 식사 대접한다고 코치를 끌고 모텔이나 호텔로 갔다. 초년생이며 숙맥인 그는 지갑에 보너스를 넣어 준 것에 매료되어 급기야 암고양이들의 발톱에 꼼짝없이 붙들리게 되었다. 코치는 자신도 모르게 몇 번의 그런 돈 봉투의 재미에 중독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땐가 코치는 돈의 유혹에 끌려 자신이 윤락도구가 되어가는 것을 자각하였다. 헬스니, 수영이니 하며 어디서들 몰려오는지! 그런 돈 많고 팔자 좋은 여자들과 아내를 비교해 보았다. 그것은 너무도 차이가 났다. 모두 높은 학벌과 사회적 지위를 지닌 남편과 돈 많은 사장님을 남편으로 모시고 있는 여자들! 아내는 변변한 옷 한 벌 없었고 액세서리나 화장품도 모두 값싼 것들이지만 불평하거나 욕심내고 짜증부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너무도 순박한 아내를 두고 돈 많은 마나님과 희희낙락하는 자신의 비루함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 후 그는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여자들에게 구역질이 날 정도로 환멸을 느꼈다. 한 때 그는 자신의 육체적 조건이 여자들이 선호하는 자격을 갖추었다고 자부하며 유혹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겨 왔었다.

밀착해 오는 듯한 느끼한 애춘을 느끼는 순간, 코치는 경멸하듯 거부하며 쌀쌀하게 돌아섰다. 애춘은 당황하며 참혹한 표정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이봐! 난 다른 남자의 주목을 받아야 해, 멋진 폼으로 만들어 달라고!”

그는 장애춘의 자연스러운 끈적임이 약간 도착증인 것으로 여겨졌다. 일종의 육욕의 어떤 어루만짐과 접촉 등에 매우 굶주린, 외로움에 지친 모습이었다. 모두들 서로가 외로워하며 방황하는 무리들…! 
haj2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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