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산에서
 
여린 빛바람 잦아드는
골짜기 깊은 곳
웅크린 바위마저
장엄한 침묵에 잠기는 시간
 
다소곳한 싸리나무도 의연한 참나무 소나무도
다만 하늘바라기로 고요히 서 있을 뿐
바스락거리는 주검의 잔해 속으로
무성했던 언설(言說)들 묻힌다
 
가뭇없이 사라진 날들이여
스쳐가는 옛사랑의 그림자여
다시 불러볼 수 있겠나 물으면
잊으라, 잊으라는 무언의 메아리
 
막소주 한 잔
마시기도 전에 취한 채 둘러보니
온 산이 다 취한 듯
소리없이 흔들리고 있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파란 하늘
팽팽한 긴장과 한없는 여유가 오가는
그 틈새에서
오직 그 한 사람 잊지 못하네.
-산경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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