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 등 주최,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 자료전시회 ‘아시아의 셰익스피어’ 전

지난호에 이어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번역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올바른 수용과 공연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으나 영어를 완전히 습득한 사람이 나타나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국가에 따라서는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와 독일어 번역에 의지하거나 한국이나 중국처럼 일본이 번역에 의거해 중역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번역은 아시아에서는 인도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에는 주로 영어로 공연했으나, 나중에는 인도인의 요구에 따라 벵골어를 비롯한 수많은 지방어로 번역됐다. 인도에는 중요한 언어만 해도 10여 개 이상이나 되기 때문에 각각의 언어권에서 얼마나 많은 번역이 행해졌는지는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정확한 통계자료도 없는 실정이다. 다만 인도 셰익스피어의 시발지라고 할 수 있는 캘커타에서 1805년 <템페스트>가 최초로 벵골어로 번역됐다는 기록으로 보아 인도어 번역이 의외로 이른 시기에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9세기 말에는 하란 찬드라 라크시트(1896-1902)에 의해 벵골어 번역의 4권짜리 셰익스피어 전집이 완성됐다. 이것이 아시아 최초의 것이다.

인도보다 훨씬 늦게 세익스피어를 수용한 터키는 1884년 하산 시리가 <베니스의 상인>을 터키어로 번역하면서 번역이 본격화됐다. 그 후 <햄릿> <리어왕> <멕베스> 등 비극작품을 주로 번역, 공연했다. 

일본에서 원전 번역은 1883년 가와시마 게이즈가 원문에 기초해 <줄리어스 시저>의 추어역을 신문에 연재한 것이 효시를 이룬다. 그 다음 해에 스보우치 소요가 <줄리어스 시저>를 번역했다.

소요는 1928년 37편의 희곡과 시편 3편으로 된 셰익스피어 전집의 번역을 완성했다. 이 전집은 일본 국내는 물론이고 한문문화권의 한국과 중국에도 영향력을 끼쳤다.

한국에서 1920년대에 현철이 번역한 <하믈레트>와 이상수가 번역한 <베니스의 상인>은 모두 소요의 번역을 중역한 것이고, 1920년대  중국의 희곡작가 전한(田漢)이 번역한 <햄릿>도 같은 경우에 속한다.

일본의 원전 번역은 미카미 이시오, 나카노 요시오, 기노시다 준지를 거쳐 연극연출자의 후쿠다 쓰네아리가 신극풍으로 전집을 출간한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1980년에는 오다지마 요시가 상연대본용 전집을 출간해 일본 셰익스피어 번역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방 후 1964년 셰익스피어의 탄생 400년을 계기로 두 종류의 셰익스피어 전집을 출간했다. 먼저 출간한 정음사판은 여석기를 비롯한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원들이 번역한 것이고, 나중에 출간한 휘문출판사판은 김재남의 단독번역으로 일본의 스보우치 소요가 이룩한 업적과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1990년대에는 신정옥에 의해 공연대본용 셰익스피어 전집이 간행됐고, 2000년대에 와서는 최종철의 운문역 전집이 출간돼 다른 나라에 못지않게 셰익스피어 번역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 셰익스피어 원전 번역은 5.4신문화 운동 후 1921년 전한이 <햄릿>을 출간한 것으로 시작했다. 1930년대 말에 중국 최고의 희곡작가인 조우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세련된 번역을 내 놓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전집의 번역에 뛰어든 사람은 조말풍이다. 그는 15편의 작품을 번역하는데 그쳤고, 대신에 주호생이 중국어 구사에 능숙한 이점을 사려 1947년 중일전쟁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31편의 작품을 번역했다. 그 후 중국에서 완전하게 전집을 번역한 사람은 양실추로, 1930년대에 8편의 작품을 번역한 것을 시작으로, 장개석 군대와 함께 대만으로 이주한 후 1967년 중국 최초로 37편의 희곡이 포함된 40권짜리 셰익스피어 전집을 출간했다./다음호에 계속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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