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산 김덕권 선생, 원불교 문인협회 회장욕속즉부달 

 

우리나라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요! 저는 젊은 시절에 성질이 급해 거의 뛰다 시피하며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생은 수명이 다 정해져 있는 것인데 무엇이 급하다고 숨 가쁘게 달려 왔는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바쁘게 뛰어서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 사람이 성급 하다고 합니다. 1분에 걷는 걸음 수도 유럽 사람보다 15보가 더 많다고 하네요. 거의 다가 ‘바쁘다 바빠!’ 하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것 같이 보입니다. 저녁식사를 하는데도 서양인들은 2~3시간 걸리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는 15분이면 숭늉까지 마시고도 남습니다. 어찌나 급한지 짜장면 한 그릇을 먹는데 평균 5분밖에 안 걸린다고 압니다.
 

맹자(孟子 : BC 371경~ BC 289경)가 제자들에게 열심히 수양할 것을 권하면서 다음과 같은 예화를 들었습니다.
 

「송나라에 어리석은 농부가 살고 있었다. 그 농부가 어느 날 자기 논에 나가 보니 논의 벼키가 다른 논의 벼보다 작았다. 고민 끝에 농부는 자기 논의 벼를 일일이 뽑아 올려놓았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벼의 싹을 뽑아 놓았다고 말했다. 깜작 놀란 아내가 다음 날 논에 나가 보니 모든 벼가 다 말라 죽어 있었다.」
 

이를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 합니다. 줄여서 ‘조장’이라고 하죠. 벼의 싹은 시간이 지나면 자랍니다. 그동안 김을 매주고 물꼬를 잘 터주면 스스로 자라는 것이죠. 공자(孔子)도 ‘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이라며, 너무 빨리 가려다 오히려 달성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속담에도 나와 있듯이 아무리 바느질이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쓸 수는 없는 법이죠.
 

성급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친한 친구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선물은 잘 훈련된 사냥개 두 마리였지요. 사냥을 즐겼던 대왕은 매우 기뻐했습니다. 어느 날 대왕은 사냥개를 데리고 토끼사냥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개들은 사냥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했습니다. 달아나는 토끼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빈둥빈둥 누워 있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화가 나서 사냥개들을 모두 죽여 버렸습니다. 그리고 대왕은 사냥개를 선물한 친구를 불러 호통을 쳤습니다. “토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볼품없는 개들을 왜 내게 선물했는가? 그 쓸모없는 사냥개들을 내가 모두 죽여 버렸네!” 친구는 대왕의 말을 듣고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대왕이시여, 그 사냥개들은 토끼를 잡기 위해 훈련된 개들이 아닙니다. 호랑이와 사자를 사냥하기 위해 오랜 시간 훈련받은 값비싼 개들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친구의 말을 듣고 알렉산더 대왕은 땅을 치며 후회했습니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성급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꼭 옛날의 저 같은 사람이지요.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면 실수를 하고, 따라서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시간을 두고 신중히 생각하여 일을 생각하여 일을 결정하고 처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겠습니다.
 

공자에게 자하(子夏)라는 제자가 지방의 원님이 되어 나아가면서 정치 잘하는 법을 물었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며, 눈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하지 않아야 한다. 서두르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사사로운 이익에 급급하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 이 말에는 경영(經營)과 인품(人品)에 관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우선 경영자에게 해당되는 말은 서두르면 그르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지름길을 찾지만 결국 지름길은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도 포부가 확고하지 못하면 눈앞의 작은 이익에 통제력을 잃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기 쉽습니다. 일에 있어서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 곧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누가 보편적인 방식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가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패하고 싶지 않다면 더 먼 곳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눈앞에 있는 작은 이익을 넘어 더 큰 성공을 바라봐야 더 크게 달성할 수 있는 법이지요.

 

우리 서두르지 맙시다. 작은 이익에 눈을 팔지 맙시다. 서두르면 성공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에 눈을 팔면 큰일을 이루지 못합니다. 대어(大魚)를 낚으려는 낚시꾼 일수록 기다림이 친숙하고,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일수록 서둘러 신발 끈을 매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식(知識)은 쌓아지는 것(築知)이고, 지혜(智慧)는 깨닫는 것(覺)입니다. 지식은 사람의 경험이 근원이기에 이긴 자의 결과를 중요시 합니다. 그러나 지혜는 진리가 근원이기에 알지만 깨달아야 합니다. 결과가 눈에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기업이나 조직, 한 나라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무엇이라는 것은 누구나 지식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힘은 지혜이기에 누구나 이룩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도를 닦는 것도 깨달음이 없으면 욕속 심(欲速心)이 생겨 영생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나아감이 빠른 자는 마음을 씀이 너무 지나쳐서 그 기운이 빨리 쇠진하기 때문이지요. 사자나 범을 잡으러 나선 포수(砲手)는 꿩이나 토끼를 보아도 함부로 총을 쏘지 않습니다. 이는 작은 짐승을 잡으려다가 큰 짐승을 놓칠까 저어함이지요. 큰 도에 발원(發願)한 사람도 이와 마찬 가지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한 저의 졸저 <사람아, 사랑아!>의 부제(副題)를 <넓고 깊고 느리게>로 잡은 것입니다. ‘넓다’는 것은 우리의 ‘정신수양(精神修養)’을 말하는 것이고, ‘깊다’는 것은 ‘사리연구(事理硏究)’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느리게’는 바쁜 마음을 참고 천천히 하자는 ‘작업취사(作業取捨)’ 삼학(三學)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평생을 정신없이 달려 왔습니다. 이제 조금은 <넓고 깊고 느리게> 살 때가 되지 않았는지요?
 

성불(成佛)을 목적하는 공부인은 세간의 모든 탐착(貪着)과 애욕(愛慾)을 능히 불고(不顧)하여야 그 목적을 이루는 것입니다. 만일 소소한 욕심과 남 보다 빨리 이루려는 욕속 심이 있다면 포수가 토끼를 잡으려다가 사자나 범을 놓친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러므로 큰 서원을 발한 사람은 작은 욕심이나 조급히 이루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 법이지요. 급할수록 느긋해 져야 합니다. ‘욕속즉부달’의 이치를 터득하면 성공은 그 안에 있는 법이지요!
 

단기 4349년, 불기 2560년, 서기 2016년, 원기 101년(2014) 12월 2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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