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산 김덕권 선생, 원불교 문인협회 회장군주민수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로는 부족한 병신년(丙申年)이 저뭅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을유년(乙酉年)의 새해가 떠오릅니다. 그 병신년을 보내면서 올해도 교수들이 새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했습니다. 그 올해의 사자성어가 <군주민수(君舟民水)>입니다.

 

‘군주민수’는《순자(苟子)》<왕제편(王制編)>에 나오는 말입니다. 즉,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임금)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이지요. 이는 국정농단에 분노한 촛불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교수신문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의 교수 6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2.4%(198명)가 ‘군주민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고 24일 밝혔습니다.

 

《순자》<왕제편>에 나오는 원문은「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 군이차사위 즉위장언불지의(君以此思危 則危將焉而不至矣)」입니다. 즉,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군주민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교수들은 “역사를 변화시키고 전진시키는 첫 발은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촛불을 나눠 밝히려는 권리선언으로부터 시작된다.”며 “민주공화국의 세상에는 더 이상 무조건 존경받아야 하는 군주도 없고 ‘그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는’ 착하고도 슬픈 백성도 없다”며 추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농단은 입헌민주주의의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원리를 거스른 일”이라고 강조를 했습니다. 또한 “작은 이슬방울들이 모여 창대한 바다를 이루듯, 과거의 낡은 시대를 폐기하고 성숙한 공화정인 2017년으로 나아가는 한국 역사의 큰 길을 촛불 바다가 장엄하게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이 ‘군주민수’라는 말과 같은 뜻을 지닌 ‘수능재주(水能載舟) 역능복주(亦能覆舟)’라는 말도 있습니다. 당태종 이세민의 정치철학을 담은《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오는 말로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배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정관정요>는 당(唐)나라 왕조(王朝)의 기틀을 마련한 태종(太宗) 이세민(李世民 : 627∼649)이 선정(善政)을 펴기 위해 만든 일종의 ‘정치토론 집’ 같은 성격의 책입니다. 이 책의 서두(序頭)만 보더라도 당태종이 얼마나 백성의 관점에서 정치를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군주의 도리는 먼저 백성을 생각하는 것이오. 만일 백성들을 손상(損傷)시켜 가면서 군주의 욕심을 채운다면, 마치 자기 다리를 베어 배를 채우는 것과 같아서 배는 부를지언정 곧 죽게 될 것이오. (중략) 또 만일 군주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한마디라도 한다면, 백성들은 그 때문에 사분오열(四分五裂)할 것이고, 또는 마음을 바꾸어 원한을 품고 역모(逆謀)하는 자도 생길 것이오. 나는 항상 이러한 이치를 생각하고 감히 나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행동을 하지 않았소.”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했기에 태종은 충간(忠諫)하는 위징(魏徵 : 580∼643)의 말을 늘 마음속에 새기면서 정치(政治)의 지침을 삼고자 했습니다. 그는 창업(創業)하는 과정에서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쟁(骨肉相爭)하는 형제의 난을 겪으면서 제위(帝位)에 등극하였으면서도 문민정치(文民政治)를 실행하였습니다.

 

태종은 철저한 자기관리(自己管理)와 겸허(謙虛)한 지도력(指導力)으로 신하(臣下)들과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토론하면서 정치를 했습니다. 그리고 백성들과 모든 동고동락(同苦同樂)을 함께하려고 노력했던 훌륭한 군주였습니다. 때문에 위징이 300번 이상 간언(諫言)을 하여도 사심(私心)없이 간언을 받아들여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했습니다.

 

특히 민생안정(民生安定)에 온 정성을 기울여 부역(賦役)을 줄여주고 세금(稅金)을 가볍게 하여 백성들을 아꼈습니다. 또 형법(刑法)을 신중(愼重)하고 가볍게 사용하여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심문(審問)과 재판(裁判)과정을 전부 기록하고 법제(法制)를 보존시켰던 것입니다.

 

그래서 당태종이 다스린 23년여 제위기간(帝位期間)을 ‘정관의 다스림’이라고 하여 그 치적(治積)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을 죽이려한 위징을 정적이었지만 측근으로 등용을 했습니다. 이렇게 어떤 인물이 유능하다고 생각하면 설령 정적진영(政敵陣營)에 속했던 사람이더라도 서슴없이 측근으로 등용하는데서 당태종의 그릇의 크기를 알 수 있습니다.

 

위징은 태종의 기대에 부응하여 직언(直言)으로써 보좌(補佐)의 책임을 다 했습니다. 위징은 드물게 보는 강직(剛直)한 성품으로 그의 거침없는 충간직언(忠諫直言)에 태종이 무안해진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위징이 없이는 명군(名君) 태종도 없고 ‘정관의 정치’도 없었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당태종 17년, 위징이 죽자 태종은 사흘간을 식음을 전폐하고 그의 죽음을 애도(哀悼)했다고 합니다. 군주가 신하의 죽음에 3일 동안이나 식음을 전폐하였다면 그 위징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으며 큰 충신(忠臣)이였든가를 가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왜 우리 박근혜 대통령은 불과 4년의 재임기간에 위징 같은 충신도 얻지 못하고, 당태종 같은 선정도 못 폈으며, ‘혼 밥’ ‘혼 거’의 불통정치를 하며 한 여인의 국정농단에 휘말려 오늘의 불행한 사태를 초래 했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태풍으로 대한민국호가 풍랑에 휘말려 표류하는 형국입니다. 그리고 2016년 병신년은 병신년이라는 발음답게 무지와 무능 불통과 적폐의 마지막 발악으로 병신년을 그렇게 마무리 되려합니다.

 

그러나 2017년 을유년(乙酉年)에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서로 아끼며 존경하는 세상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리고 2017년 을유년은 우리 어려운 서민의 삶과 대한민국이 안정되고 세상은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의 세상이 오면 참으로 좋겠네요!

 

단기 4349년, 불기 2560년, 서기 2016년, 원기 101년 12월 2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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