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천과 흑암천
  
내일면 설날입니다. 음력 1월 1일이 설날이지요. 이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설다, 낯설다’의 ‘설’에서 그 유래를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럽다’는 뜻의 ‘섧다’에서 왔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해가 지남으로써 점차 늙어가는 처지를 서글퍼하는 말이지요.  
 
또 다른 유래는 ‘삼가다’라는 뜻을 지닌 ‘사리다’의 ‘살’에서 비롯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각종 세시풍속 책에는 설을 ‘신일(愼日)’이라 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표현했습니다.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뜻으로 보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은 1년 중 새 해 첫날은 동지(冬至)라고 합니다. 동지는 대설과 소한 사이에 있으며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입니다. 그러니까 하지(夏至)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르러 극에 도달하는 것이지요. 다음날부터는 차츰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고대인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렸다고 합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 설’이라 하였습니다.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 가는 작은설의 대접을 받은 것이 동지입니다. 그 유풍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동지팥죽은 시절 식(時節食)의 하나이면서 신앙적인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팥죽에는 축귀(逐鬼)하는 기능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팥은 색이 붉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했습니다. 또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내는 관습이 있는데 이는 상가에서 악귀를 쫓기 위한 것이지요.  
 
인간만사는 ‘흥진비래(興盡悲來)요, 고진감래(苦盡甘來)’이듯이 자연현상도 이처럼 음지와 양지가 교차하는 것입니다. 팥죽을 뿌리게 된 동기는 음양오행이나 태양숭배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음양오행에서 붉은 색은 귀신을 쫓는 능력이 있다합니다. 또 붉은 색은 태양을 의미하는데 태양은 어둠을 물리치는 힘이 있고, 귀신이란 어둠속에서만 활동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팥죽을 뿌림으로써 귀신을 물리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누구나 하루하루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고 복된 삶을 바랍니다. 특히 우리들이 기도하는 목적은 진리의 가피(加被)로 화를 면하고 복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화가 어디서 오며 복은 어디서 오는지, 그 오는 곳을 잘 모르고 있는 것 샅은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복은 어디서 오며 화는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십니까? 복은 진리부처님께서 내리고, 화는 귀신에게서 올까요? 그런데 사실은 복과 화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의 양면이라는 사실입니다. 손바닥과 손등처럼 복과 화는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또 복이나 화가 진리부처님이나 귀신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마음 가운데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동지는 밤이 긴 만큼 낮이 짧습니다. 그러나 하루 24시간인건 여느 날과 다름없습니다. 긴 것이 있으면 짧은 것이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듯 우리 인생도 복과 화가 교차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복이나 화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상대적이라는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복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아름다운 여인이 옷을 잘 차려입고 어느 집을 찾아갔더니 그 집 주인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요?” 여인이 대답하기를, “나는 공덕천(功德天)이라 하며 내가 이르는 곳마다 머무는 집에 보배를 생기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주인은 뛸 듯이 기뻐하며, 여인을 집안으로 안내하여 모시고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조금 후에 또한 어떤 여자가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모습이 참으로 흉측하고 다 헤어진 누더기를 입고 있었습니다. 집주인은 불쾌한 표정으로 그 여자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냐?” “나는 흑암천(黑暗天)이요.”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 “나는 이르는 곳마다 그 집의 재물을 없애버리는 사람이요.” 이 말을 듣자 집 주인은 노발대발 했지요.  
 
그러자 그 여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오. 조금 전에 당신 집에 들어간 사람은 나의 언니인데 우리 둘은 언제나 함께 다니기 때문에 나를 쫓아내려면 나의 언니도 함께 쫓아내야 합니다.” 주인이 방으로 들어가 언니인 공덕천에게 이 일을 물었습니다. 공덕천은 “그렇습니다. 나를 사랑하려면 내 동생도 사랑해야 합니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공덕천은 누구이고, 흑암천은 누구일까요? 바로 우리의 마음입니다. 우리 자신이 선한 마음을 가지면 공덕천이 찾아오고, 악행을 하면 흑암천이 찾아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길흉화복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양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대무량수경(大無量壽經)》에 ‘재물이 있으면 재물을 걱정하고, 재산이 없으면 또 재산에 고통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재물 자체는 복도 화도 아니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의 마음이 복도 되고 화도 된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복도 화도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진리 전에 기원함으로써 불의의 화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무량공덕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밤과 낮이 합하여 하루가 되듯 복과 화는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삶의 양면이요, 그리고 복과 화는 바로 우리 마음에서 옵니다.  
 
이제 정유년 새 해에는 스스로 화를 불러들이는 어리석은 생활을 하지 말고, 복 짓는 생활를 함으로써 다 같이 공덕천이 되어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과 세상에게도 복을 선사하는 덕화만발의 가족이 되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월 2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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