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익(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사드배치 문제가 대선의 최대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다. 사드배치는갈수록 높아가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명분이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기체계는 그 자체로 독립변수가 될 수 없고 외교안보전략에 종속변수임은 하나의 상식에 속한다. 그렇다면 기술적으로 검증된 바도 없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완전히 방어할 수도 없는 사드를 남한에 배치하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는 무엇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의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이해와 함께 2008년 이후 미국을 강타한 경제위기 이후 변화된 대외전략 지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최근 사드 배치로 발생하고 있는 한중 또는 미중 간 갈등은 2008년 미국 발 경제위기로 촉발된 미국 힘의 쇠퇴가 외교적 탄력성을 상실하고 가장 비용이 덜 드는 글로벌 MD 등 군사계획에 전념함으로써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신국방지침과 네트워크 전략

냉전 체제의 해체로 말미암아 미국 대외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좌우 진영 대결의 종식은 동시에 전후 미국 대외정책의 근간을 이뤘던 대소 봉쇄전략의 종식이기도했기 때문이다. 이념대결의 관점에서 기존의 대외정책이 이뤄졌다면 이제 지정학적 관점에서 미국주도의 신국제질서와 안보에 위협을 가할 잠재적 도전세력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 새로운 외교안보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었다. 러시아와 중국이 가장큰 위협세력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정치, 군사, 경제 모든 측면에서 과거 냉전시대처럼 전 세계적 규모의 안보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는 압도적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신형대국관계 수립 요구가 실제위협정도와 별개로 미국의 체감 위협을 더욱 가중시켰음이 명백하다. 유럽과 아시아무대에서 펼쳐지는 국제정치무대에서 떠날 수도 남을 수도 없었던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선택한 두 개의 전략적선택지가 바로 아시아, 유럽에서의 기존 안보동맹의 강화와 미국본토 방어를 목표로하는 미사일방어(MD) 정책을 전 세계적 규모로 확장한 글로벌 MD 정책의 실현이다.

‘확장억제력(extended deterrence)’으로 일컬어지는 미국 21세기 대외정책의 골간은 이처럼 나토 및 한미일 지역동맹의 강화와 글로벌 MD 정책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듯, 2016년 6월 20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신미국안보센터 연설에서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미래형 전략으로 네트워크 중심의 대전략을 제시”하면서 당면 다섯 가지 전략적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유럽에서의 러시아 공세 대처, 둘째,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중국 부상 관리, 셋째, 북한 핵·미사일 위협 제거, 넷째, 걸프 지역에서의 이란의 위협 통제, 다섯째, 이슬람국가(IS) 등 중동에서의 비국가조직의 위협 제거가 그것이다. 미국은 당면한 5가지 전략적 과제 해결을 위해 아시아태평양,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에서 다양한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과의 쌍무, 3자, 다자체제 등 중첩적이고 광범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시도한다. 특히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의 발전을 강조한다. 여기서 사드는 삼 단계 미사일 방어의 두 번째 단계인 동시에 아시아 지역방어망의 핵심으로 규정된다.

미국이 구상하는 3단계 다층방어는 1) KAMD: 저층방어(한반도), 2) THAAD:중층방어(괌과 일본. 하와이), 3) SM-3: 미국본토 방어로 구성된다. 결국, 사드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전략에 의해 중국의 부상과 불량국가의 비대칭 위협에 대한 대응 네트워크 구축의 일환이다.

# 미국의 동아시아 MD 정책의 일환으로서의 사드배치

지정학적 관점에서 조망된 확장억지전략의 최대 목표는 안보저지선을 미국 본토로부터 최대한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 러시아 역시 미국과 같은 생각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국제정치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모든 나라가 겪을 수밖에 없는 안보딜레마다. 핵 억지력에서 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미, 중, 러 관계에서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MD 전략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핵전쟁 시나리오에는 최선의 방어가 최대의 공격을 가져온다는 가설에 입각해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유럽에서는 지정학적, 안보적 이익의 공유와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에 기반한 나토 중심의 유럽 MD 정책이 실현되고 있다. 하지만 한, 중, 일, 러가 위치한 동아시아에서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미국 역시 유럽에 비해 동아시아가 복잡하고 녹녹치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오바마 행정부 때 아시아로의 회귀정책 내지 재균형전략의 실행을 들고 나온 것이다.

유럽에서 사드를 포함한 미국의 전략자산이 배치되는 양상을 보면 한국에서 사드배치의 의미와 미래의 일단을 읽어낼 수 있다. 한국의 사드배치는 우리정부가 무슨 말로 둘러댄다 해도 일본을 포함한 미국의 동아시아 MD 정책의 일환이다. 이는 결국 한미일 3각 동맹을 확대 강화함으로써 나토처럼 미국과 일본의 안보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지역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괄적 전략 하에서 의도된 것이다. 유럽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유럽 MD의 지휘통제본부는 정작 사드 등 요격미사일이 배치돼 있지도 않은 독일에 위치해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동아시아 MD 계획이 미국의 의도대로 현실화된다면 한국의 사드포대를 지휘하는 통제본부가 일본에 위치할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 동아시아 군사적 긴장요인으로서의 한국의 사드배치

미국이 일본의 재무장화에 찬성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 등 한일현안에 깊숙이 개입할 뿐만 아니라 한일 간에 군사정보공유협정이 체결되는 최근의 양상은 결국 한미일 삼각동맹의 축 속에서 한국의 일본의 하위파트너로 상정하고 동아시아 MD 계획을 완성하기 위한 대외전략의 밑그림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미국은 한국에서 미 지상군 철수를 포함한 다양한 안보적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2011년 시퀘스터 발동 이후 향후 10년간 5000억 달러 국방비 자동삭감 등 궁색해지는 안보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의 동아시아 MD의 핵심은 일본과 안보이익을 공유함으로써 미국의 대 아시아안보 책임과 비용을 상당부분 일본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이는 하위동맹국인 한국에게도 사드 배치 등을 대가로 더 많은 안보비용을 분담케 하는 형태로 현상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요컨대, 사드배치는 한국을 미국의 동아시아 MD 계획에 끌어들임으로써 결국 한미일 삼각동맹의 하위파트너로 위치 짓기 위한 미국 대외정책의 일환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통해서 한국의 외교안보적, 전략적 이익이 여하히 실현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 사드배치로 영구분단을 자초할 것인가?

사드배치를 통해 한국의 미국 동아시아 MD체계 편입이 기정사실화 될 경우, 한미일삼각동맹의 방어 전초선에 위치한 한국은 미중 간 패권 쟁탈전에서 안보인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전야에 독일과 소련의 대립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폴란드의 분할을 활용한 패턴과 유사하다. 사드가 미국 MD체계의 핵심전력인 만큼, 중국 입장에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MD망’에 편입되어 중국을 봉쇄하려는 의도로 이해한다. 사드를 미국의 글로벌 MD 계획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입장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의 노골적 반발과 경제보복은 최근의 일이지만, 사드문제가 처음 수면위로 떠오른 2016년 2월 22일, 외교부 브리핑에서 이미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것으로 한반도 문제를 핑계로 중국의 정당한 안보이익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서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사드배치로 인해 중국은 북한을 항구적 완충지대로 활용하려 할 것이 명백하다. 이 경우 남북통일이 아닌 한반도 분단 유지가 중국의 ‘핵심이익’으로 규정될 것이며, 결국 한반도의 영구분단으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한반도의 장기적 미래이익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사드 배치는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효과적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외교안보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아울러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현저하다. 상황은 엄중하다. 5월 대선을 통해 등장할 차기정부는 사드 배치가 초래할 위험한 외교 안보적 상황을 고려하여 사드배치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바로 책임 있는 남북 당국자 간 회담의 즉각 재개다./출처=(사)코리아컨센서스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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