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사랑은 용기 있는 자의 전유물
 

 
짝사랑은 사랑일까요 아닐까요? 세상에 짝사랑 한 번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짝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공연히 가슴만 태우다가 가버린 사람은 인연(因緣)이 아니지요.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사랑은 용기 있는 자의 전유물입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사람이 눈앞에 있어도 용감하게 사랑을 고백하지 않으면 꿈에 맛있는 떡을 먹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제가 젊은 시절 군대생활을 대구 경북 병무청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병무청에 미모의 청장비서가 들어왔습니다. 뭇 젊은이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지요. 그러나 겨우 육군병장인 제가 쳐다보기에는 너무나 높은 나무였습니다. 그래도 쟁쟁한 경쟁 경쟁자를 뚫고 저도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높은 나무에 올라갈 방법이 없었지요. 그래서 제일 먼저 생각해 낸 것이 시선을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조회시간이나 스쳐지나갈 때나 그녀에게 강열한 눈길을 보냈습니다. 그러기를 한 보름쯤 지나자 그녀도 저의 시선을 의식하고 목례를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한 것이지요. 마침내 때가 이르렀다고 생각한 나는 용감하게 ‘연시(戀詩)’ 한편을 써가지고 서류와 함께 그녀의 사무실로 들어가 타이핑을 부탁했습니다.

얼른 결재 판을 열어본 그녀가 제 시를 읽고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결국 백 번의 눈빛보다 천 번의 스킨십보다 만 번의 입맞춤보다 가슴 설레는 건 사랑하는 사람에게 용감하게 던지는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가 아닐까요?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하지 않고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동차에게 기름 한 방울 없이 부산을 가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사랑은 때로는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어떤 잘못을 하건 왜 그랬는지 따지지 않고 무작정 같은 편이 돼주는 것, 흔하디흔한 말인 것 같지만 사랑한다는 그 말, 용기 있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남녀 간의 사랑도 아름답고 가슴 설레는 일이지만, 그 보다 숭고하고 크나큰 사랑이 있습니다. 그럼 큰 사랑은 어떤 것일까요?
 

제가 10여 년 전, <원불교 중앙청운회(靑耘會)>회장과 <사회복지법인 청운보은동산> 이사장을 역임한 적이 있습니다. (사복)청운보은동산은 청운회의 이념을 구현하고, 땅에 떨어진 도덕을 발양(發揚)시키기 위해 탄생 된 원불교청운회의 산하 기관입니다. 종교를 초월하여 뜻있는 분의 회비를 받아 복지 자선 기관을 운영하는 곳이지요.

오래전에 동지들이 힘을 모아 중랑구 신내동에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을 탄생시켰고, 현재도 서노원구의 <노원종합사회복지관>, 그리고 그 산하에 여러 복지 자선 기관을 거느리며 동지들이 열심히 현장에서 어려운 분들과 함께 뒹굴고 있습니다. 회원 한 분이 1천원부터 1천만 원까지 1만 6천명이 사랑을 표현하여 모여진 성금으로 이루어진 쾌거였습니다. 그때 제가 내 건 표어가『사랑은 표현이다.』였습니다.
 

이만하면 부처님처럼 일체생령을 사랑한 큰 사랑만은 못하더라도 그래도 꽤 큰 사랑이 아닐 런지요? 그러나 우리들의 사랑이 아무리 크다 하여도 부처님의 사랑만큼이야 하겠습니까? 부처님의 사랑을 대자대비(大慈大悲)라 합니다.

부처님의 대자대비는 저 태양보다 다습고 밝은 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자비가 미치는 곳에는 중생의 어리석은 마음이 녹아서 지혜로운 마음으로 변하며, 잔인한 마음이 녹아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변하며, 인색하고 탐내는 마음이 녹아서 혜시(惠施)하는 마음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사상(四相 : 我相 人相 衆生相 壽者相)의 차별심이 녹아서 원만한 마음으로 변하여 그 위력과 광명이 무엇으로 비유할 수 없이 큰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부처님의 사랑이! 어차피 남녀 간의 사랑은 울고불고, 지지고 볶고, 미워하며 좋아해도 결국 남는 것은 가슴 아픈 상처뿐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랑도 국(局)을 키워야 합니다. 큰 사랑(大慈)과 큰 슬픔(大悲)은 너무나 커서 수많은 중생이 몸과 마음을 의지하여 다 같이 안락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사랑을 합시다. 가슴 메어지는 사랑이라도 안 하는 것 보다야 낫습니다. 그러나 짝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임은 품어야 맛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사랑은 오직 용기 있는 사람만이 차지하는 전유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사랑을 고백하세요! 그럼 기다렸다는 듯이 사랑은 찾아옵니다.

큰 사랑도 마찬 가지입니다. 우리의 이 뜨거운 정열을 불사를 연인이 세상에 가득합니다. 한 사람부터 사랑하여 일체생령을 사랑하는 대자대비를 갖추시지요! 부처님과 우리가 다른 것은 딱 한 가지입니다. 그것은 바로 정열의 크기입니다. 한 두 사람을 사랑하면 중생이고 일체생령을 사랑하면 부처이고 보살인 것입니다.

사랑은 표현입니다! 표현 없이 사랑은 없습니다. 마음껏 사랑을 표현하세요. 저는 우리 덕화만발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우리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큰 사랑을 합시다. 아무리 큰 살림이라도 하늘살림과 합산한 살림 같이 큰살림은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큰 사람이라도 하늘기운과 합한 사람 같이 큰 사람은 없습니다.

소인(小人)은 그릇이 작은지라, 없던 것이 있어진다든지, 모르는 것이 알아진다든지 하면 곧 넘치기가 쉽습니다. 또는 가벼이 흔들려서 목숨까지도 위태롭게 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대인(大人)들은 그 그릇이 그 국한(局限)이 없는지라, 있어도 더한 바가 없고, 없어도 덜할 바가 없어서 그 살림의 유무를 가히 엿보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대인들은 그 있는 바를 온전히 지키고 그 명(命)을 편안히 보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인들은 불보살을 복전(福田)으로 삼고, 대인들은 중생을 복전으로 삼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표현은 꼭 물질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질이 있으면 물질로, 물질이 없으면 이 튼튼한 몸으로, 그 몸도 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마음으로라도 사랑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용기 있는 자의 전유물입니다. 우리 큰 서원을 세우고 마음껏 사랑을 표현해 가면 어떨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3월 2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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