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안데레사기자]  여성의 날을 앞두고 세워진 소녀상에 이목이 쏠렸다. 3월 8일, 뉴욕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황소상 앞에 ‘두려움 없는 소녀상’이 소녀가 황소와 마주선 것이다. 소녀상 조각가 크리스틴 비스발은 소녀상을 만든 미국 여성 조각가 크리스틴 비스발은 8일 뉴욕타임스에 “소녀는 미래만이 아니라 현재도 대변하고 있다”라며 “소녀는 황소에 화가 난 것이 아니다. 소녀는 자신감 있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고 그리고 황소가 주의를 기울이길 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소녀상은 월가가 상징하는 미국 금융계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협력자가 되어야 하며 기업들이 이를 인정하고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월가의 상징의 의미

Wall Street(월 스트리트)는 세계 금융의 중심이다. 그 속에는 없애야 할 고름이 있으며 또한 한국 금융시장이 본받아야 할 점도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실패하는 것 보다 남들이 한 방식을 따라하는 것이 훨씬 부끄러운 일이다."“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월스트리트 한복판에서 소녀상은 ‘이봐, 우리 여기 있어’라고 외치고 있다”라고 했다. 월스트리트 금융사가 남성 위주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걸 비판한 것이다.

그 중심에 황소와 마주한 소녀상을 평가 하기를 월스트리트저널에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월가 한복판에서 소녀상은 ‘이봐, 우리 여기 있어’라고 말을 하고 있다”면서 “소녀상이 내게 말하는 것은 ‘여성은 아담하고 섬세하지만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황소상의 자세를 따라 소녀상도 어깨를 숙인 채 한쪽 다리를 뒤로 뻗은 형태로 만들려고도 생각했지만 마지막에 그냥 똑바로 서서 정면으로 황소상을 마주 보는 자세로 결정했다”면서 “친구의 7살 난 딸과 다른 9살 여자아이와 함께 소녀상의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열심히 토론했다”라고 덧붙였다.
 
잊지 말아야 할 여성의날 의미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불타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을 기념하는 날로,1975년부터 매년 3월 8일 UN에 의하여 공식 지정되었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1만 5000여 여성 노동자들은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 모여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당시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먼지 자욱한 현장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 했으나,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굶지 않기 위해 일하면서도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받았고,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다 화재로 숨졌다.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빵’은 생존권이고, ‘장미’는 참정권이다. 이 자리에 모인 여성이 원하는 건 간단했다. 배를 채울 바게트와 마땅히 누려야 할 인권이었다.전 의류노동자들의 시위는 결국 1910년 '의류노동자연합'이라는 조직을 탄생시켰고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선정하여 1911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펼쳐오고 있다.

▲ 뉴욕의 월가 황소상과 마주한 소녀 ⓒ sns 인용

같은 대한 민국, 타임머신은 2017년 3월 8일, 한국 여성 노동자들이 ‘총파업: 여성 없는 하루’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거리로 나왔다. 하던 일을 멈추고 광화문 광장에 모여 조기퇴근 시위를 했다. 성별 격차 없이 노동의 몫을 균등하게 분배하자고 요구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성차별은 여전하고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도 낮다. 100년이 넘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성은 여전히 빵과 장미를 달라고 소리친다.

한국은 유별나게 성차별이 심한 나라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144개국 중 116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매년 발표하는 ‘성별 임금 격차’에서 한국은 15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양성평등 실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것이다.

사회운동가이며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의 ‘빵과 장미’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여성이 봉기한다는 것은 인류가 봉기한다는 것. 더는 틀에 박힌 고된 노동과 게으름, 한 명의 안락을 위한 열 명의 혹사는 없다. ‘빵과 장미’는 미국의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의 시 제목이다. 이 시는 1900년대 일련의 여성 노동자 투쟁의 구호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09년에는 “일하는 중에도 우리는 굶주리고 있다. 파업을 해서 굶어도 마찬가지다”는 구호를 내건 뉴욕 의류 여성 노동자의 파업이 있었고, 1910-11년에는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시카고 의류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었다. 이 시의 제목에서 “서부 여성들의 슬로건”이라 했을 때 ‘서부’는 시카고 여성 노동자 파업을 지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빵과 장미(Bread and Roses, James Oppenheim)
“모든 이에게 빵을, 그리고 장미도” - 서부 여성들의 슬로건(제임스 오펜하임)
(“Bread for all, and Roses, too"-a slogan of the women of the west)

우리가 환한 아름다운 대낮에 행진, 행진을 하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컴컴한 부엌과 빛 공장 다락이
갑작스런 태양이 드러낸 광채를 받았네.
사람들이 우리가 노래하는 “빵과 장미를, 빵과 장미를”을 들었기 때문에.

우리들이 행진하고 또 행진할 땐 남자를 위해서도 싸우네,
왜냐하면 남자는 여성의 자식이고, 우린 그들을 다시 돌보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린 착취당하지 말아야만 하는데,
마음과 몸이 모두 굶주리네: 빵을 달라, 장미를 달라.

우리가 행진하고 행진할 때 수많은 여성이 죽어갔네,
그 옛날 빵을 달라던 여성들의 노래로 울부짖으며,
고된 노동을 하는 여성의 영혼은 예술과 사랑과 아름다움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 우리가 싸우는 것은 빵을 위한 것 - 또 장미를 위해 싸우기도 하지.

우리들이 행진을 계속하기에 위대한 날들이 온다네--
여성이 떨쳐 일어서면 인류가 떨쳐 일어서는 것--
한 사람의 안락을 위해 열 사람이 혹사당하는 고된 노동과 게으름이 더 이상 없네.
그러나 삶의 영광을 함께 나누네: 빵과 장미를 빵과 장미를 함께 나누네.
(시 번역: 진영종 성공회대 교수)

세계 최고의 자살률, 아동과 청소년의 수면 부족,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노동, 과로사, 최하위 수준의 성평등 지수… 2017년 3월 8일, 이곳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여성이 봉기한다는 것은 인류가 봉기한다는 것.“빵과 장미” 모두 필요하다.
 
삶의 영광을 함께 누리자. 빵과 장미, 빵과 장미”이 시와 연결되는 대표적인 사건은 1912년 로렌스 파업이다. 1912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로렌스 지방, 가혹한 조건 속에서 노동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섬유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었는데, 여성과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공장주들은 생산에 사용되는 실과 바늘, 심지어 노동자들이 앉는 의자의 비용까지 노동자에게 값을 물렸다. 형편없는 임금, 장시간 노동, 위험한 공장 환경 그리고 그와 다를 바 없는 비좁고 지저분한 주거 속에서 그곳 노동자들의 평균 수명은 전국 최하위에 속했다. 참다못한 여성노동자들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임금상승,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실을 끊고 유리창을 깨뜨리며 파업에 나섰다. 그녀들이 손에 쥔 펼침막 속에 ‘빵 뿐만 아니라 장미를 원한다’는 구호가 있었고, 이 투쟁은 ‘빵과 장미의 파업’으로 알려졌다. 

당당히 황소와  맞서고 있는 소녀, 뉴욕 월스트리트에 세워진 소녀상은 금방이라도 돌진해 올 것 같은 황소상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sharp2290@gmail.com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