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제43회

애인

마치 대단한 인생철학을 깨달은 것처럼 기뻐하였다. 그 후 학생지도에도 소신껏 열의를 가지고 가르쳤다. 학교업무에도 남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열심히 했다. 그러면서 허우대 좋고 잘 생긴 남자 선생에게 흘끔거리며 눈웃음으로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남편이 모델하우스 사장님이라면서요? 주택구입에 대한 정보가 빠르고 조예가 깊으시겠어요?”
“아, 네…, 저에게 언제나 문의해 주세요!”
살짝 자신을 과장하기도 했다. 사실 애춘은 모델하우스나 주택문제, 그런 경제관념이 희박하고 거의 관심도 없었다. 그녀의 관심은 오직〈사랑〉이었다.
“저, 부잣집 사모님이라면서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박봉의 월급쟁이 남교사들은 애춘을 매우 크게 보았다. 일단 남교사들은 호감을 가지고 애춘을 대했다. 애춘은 방과 후에 고급술집에 미리 가 있으면서 자신에게 호감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듯한 남선생을 휴대폰으로 불러내었다.
“지금 강 선생도 와 계시고 하니 어서들 오세요. 안주가 끝내주거든요!”
그러면 특별히 퇴근 후에 갈 곳 없는 남선생들은 공짜 술을 먹을 수 있다는 욕심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럴 때 의례히 네다섯 명은 모여 들었다. 그들은 맛있는 고급안주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2차로 술을 마시고 3차로 나이트클럽으로 향했다.


“아, 나 처음인데 이렇게 신세를 져도 되나요?”
순진한 남선생들! 현란한 불빛 속에 남녀가 한 쌍이 되어 껴안고 진한 춤을 추면서 어느덧 몸도 마음도 취해가기 시작했다.
“돈 있는 놈들은 이런 데서 회포를 풀고 예쁜 계집들 엉덩이를 만지며 살고 있는데 이거 원, 맨 날 적자로 사는 인생…!”
“아이, 무슨 소리예요. 교직은 천직이잖아요. 성직자와 같다고요. 요즘은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직업 희망 중 1위가 교사라잖아요!”
“아, 그것은 몰라서 하는 소리죠. 학생들을 가르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고 고달픈 일인지….”
“아무리 정직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쳐도 부장 한 번 못 되고… 교장 옆에서 아부나 잘하는 놈들이 부장도 되고 출세를 하고 있으니 말이오!”
“지금쯤 교장도 여자 부장들과 한잔 하고 있을 걸!”
“나 교무부장 정말 밥맛이야. 어쩜 그렇게 아부도 잘하고 간살스러운지….”
“아 그러니까 교무부장 안 되었겠나!”
“여풍시대라 우리 남교사는 병신쪼다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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