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지난 2016년 서울 인구수는 총 1000만이 넘는다. 덧붙여,남자-여자 비율을 보면 남자가 506만 3550명으로 49.2프로를 차지하고 있고, 여자는 523만 3588명으로 50.8프로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서울시에서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운영하는 심야버스, 일명 ‘올빼미버스’는 오늘도 만원이다. 밤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빌딩 사이를 달리며 피곤에 지친 이들을 실어 나른다. 야근이나 회식을 마친 직장인, 야간 업무를 시작하는 직장인과 장사꾼, 늦게까지 공부하고 집에 돌아가는 학생들이 올빼미 버스를 이용한다.

서울시에서는 2013년 9월 12일 박원순시장 공약에 따라 신설되었으며, 올빼미 버스라고도 불린다. 수도권 직장인들은 늦은시간 야근, 회식으로 버스나 지하철 막차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심야택시를 이용하면 할증때문에 교통비 부담이 심각하다는 판단으로 심야버스 노선을 개통하였습니다. ‘장시간 노동’이라는 말에서 부정적 뉘앙스를 발견했는지, 중년의 한 남자는 장시간 노동에 스민 ‘가장의 노고와 가족애’를 강조했다. 다른 승객들도 “야근이나 회식은 어쩔 수 없다”, “남들도 다 하는 것”이란 말로 체념하거나 합리화했다. 그러나 ‘가족을 위한 노동’으로 인해 가정에서 이들의 자리는 점차 희미해져 간다.
 
심야버스 노선은 8개 노선운영으로 서울 구석구석 중심부를 지나서 운행되기 때문에 가까운 지역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택시를 타면 교통비를 줄일수 있을 뿐만아니라, 늦은 저녁 귀가하는 여성들의 안심 교통수단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새벽 1시, 섬유업계 종사자 송모(29)씨가 을지로 롯데백화점 정류장에서 오지 않는 심야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주5일 근무 중 이틀은 야근하는데, 밤 9시쯤 끝난다. 이날은 회식까지 있어 버스가 다 끊긴 새벽에야 집으로 가는 길이다. 을지로입구 정류장에는 택시도 한 대 서지 않아 그는 30분 넘게 정류장에서 발이 묶였다. 심야버스의 배차 간격은 약 40~50분이다. 늦어지는 귀가 시간이 걱정되는 건 자지 않고 그를 기다리는 아내 때문이다.

송씨는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 신혼부부다. 맞벌이 부부라 평일에 아내와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시간은 10분 정도에 불과하다. 아내는 먼저 퇴근해 송씨를 기다린다. 송씨는 야근이나 회식으로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아내와 말다툼을 한다. 부부싸움의 패턴은 비슷하다. “집에 아예 오지 말라”는 아내의 잔소리에 송씨는 “회식이나 야근은 이해해줘야 한다”고 항변한다. 송씨는 회식을 직장생활의 연장선으로 인정하지 않는 아내에게 못내 섭섭하다.

“남자랑 여자랑 생각이 달라요. 최소한 일에 있어서는 이해받고 싶어요. 그런데 여자들은 일을 할 때 회식도 필수라고 여기지 않아요.”

송씨는 한국에 온 지 7년째인 중국 교포이기도 하다. 그에게 한국은 “너무 바쁜 나라”다. 한국에 온 뒤 일에 치이다 보니 새로운 친구나 이웃을 사귈 겨를은 없었다. 직장 동료와도 마음속 얘기는 터놓지는 못했다. 요즘은 휴일이면 한국에 온 동창들을 만나곤 하지만,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적응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럼에도 송씨는 장시간 노동과 바쁜 삶이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한국은 40년 만에 빠르게 발달한 나라죠. 그래서 앞으로도 사람들은 계속 힘들 거에요. 어쩔 수 없어요. 작고, 가진 게 없는 나라지만 그렇게 (노동집약적으로) 발전한 거니까요.”

송씨는 도리어 너무 바쁘게 사는 사람들을 취재한다는 기자에게 반문했다.

“그런데 그게 정상 아닙니까?”

서울시는 지난해 11월까지 올빼미버스 8개 노선에 47대를 운행한데 이어 시민의견 등을 종합해 심야시간대 교통사각지역 및 지하철 2호선 역과 연계하는 N65번(8대)을 신설하고, 기존 8개 노선에는 총 15대를 증차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빼미버스 증차 후 1개월의 이용패턴을 전년 동기 대비 비교·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총 승객은 증차전보다 약 2000여 명 증가했고 하루 평균 대당 승객은 28명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하루 평균 승객은 2015년 12월에 7954명이었고 증차 후 2016년 12월에는 9883명으로 약 2000여명이 증가했다.
하루 평균 대당 승객수는 2015년 12월에 169명에서 2016년 12월에 141명으로 28명이 감소했다.
그 버스 위에 새벽 2시가 다 되어 종로2가역 정류장에 멈춰선 N62번 버스에 심리상담업체에서 일하는 심모(37)씨가 올라탔다.

원래 업무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지만, 분기별 보고를 마무리 짓느라 새벽녘에야 집에 가는 길이다. 업무량이 많아 한 달에 절반 정도는 야근한다. 결혼 5년차, 아내와 어린아이들이 집에서 기다리지만, 심씨가 평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1~2시간 남짓. 주말이 돼야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놀거나 집안일을 도울 수 있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과 10분을 함께 하더라도 잘 놀아줘야 하는데, 피곤하니까 그게 잘 안 되죠.”

심씨는 야근이 없어진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육아 분담”을 꼽는다. 전업주부인 아내가 어린 두 아이의 육아를 전담하느라 고생하는 게 안타깝기 때문이다. 심씨는 자신의 여가 시간을 가지는 건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그는 야근이 잦아지면서 취미로 하던 운동도 그만두고, 일주일에 한 번씩 있던 친구들과의 만남도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였다. 그 탓에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풀어낼 분출구가 없다.

“최근에 스트레스를 못 풀고 있어요. 친구들과 수다 떨고, 무언가를 털어놓고, 공감하는 시간이 없어졌죠. 혼자라도 뭔가 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되니까 좀 쌓여 있는 상황인 거 같아요.”

밤 12시 10분경, 을지로입구 정류장에서 만난 최모(46)씨도 야근이 없어진다면 하고 싶은 일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꼽았다. 은행에서 일하는 최씨는 업무량이 많은 탓에 주5일 근무 중 3~4일은 야근을 한다. 일찍 끝나면 밤 11시, 늦으면 밤 12시가 넘는다. 이런 탓에 최씨는 평일이면 집에서 존재감이 없다. 집에 도착하면 일을 먼저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내와 10살짜리 아들은 먼저 잠들어 있다. 아침 8시에 다시 출근하려면 평일에는 가족과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다. 아이들도 평일에는 최씨를 찾지 않는다.

마음 나눌 친구나 이웃이 없다

밤 12시 30분 을지로입구역에서는 영업직으로 일하는 김모(31)씨가 신림역으로 가는 N15번 버스에 올랐다. 아침 7시 출근해서 일찍 끝나면 저녁 8시, 늦으면 밤 12시를 넘긴다. 일을 시작한 지는 1년이 채 안 됐다. 일이 바쁠 때가 많아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은 자연스레 줄었다.

“몸이 지쳐있으니 쉬는 날에도 친구 만날 힘이 없어요. 밤늦게 일이 끝날 땐 택시도 많이 타서 돈도 많이 나가니까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친구들과 카톡이나 전화로 연락은 하지만, 힘든 얘기는 쉽게 꺼내지 못한다고 한다. 친구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일 얘기보다는 쓸데없는 얘기를 많이 해요. 각자 힘들게 일하는 거 아는데 안부 통화하면서까지 부담 주긴 싫거든요. 힘드냐고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도 감정노동이잖아요.”

여가를 즐기는 시간도 줄었다. 취업하기 전에는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곤 했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책 한 권을 완독하는 일이 드물어졌다. 주말에는 주로 잠을 자고, 게임을 하거나 TV를 본다. 극장을 찾은 지도 오래됐다. 영화는 한 달에 한두 편 인터넷으로 내려받아 본다. 지역사회와 관련된 일이나 세상일에 관심이 없어진 건 당연한 결과다.

“예전에는 뉴스보고 같이 열 받아하거나 공감했는데, 일이 많고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 관심을 끊게 돼요. 내 일도 벅차고, 내 감정을 추스르기도 힘든데 뉴스 보면서 남의 일에까지 감정노동할 힘이 없어요. 예전에는 누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하면 후원금이라도 보내려고 했을 텐데, 요즘은 그냥 ‘그렇구나’하며 넘기죠.”

기자가 평일에 야근을 하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자 김씨는 결국 ‘해야 할 일’을 골랐다.

“물론 친구들 만나서 웃고 떠들고 싶죠. 그런데 친구를 만나고 취미 생활을 하는 건 주말에 하고, 평일엔 자기개발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나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먹고 살기 위해서죠. 서른 넘어서 공부하기 당연히 싫지만, 더 똑똑한 사람들한테 밀리지 않으려면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혹시 직장에서 잘려도 어떤 자격증이 있어야 먹고 사니까요.”

밤 늦게 까지 고생하시는 분으로 인하여 혼잡도는 전년 동기 대비 하루 평균 17.0%포인트가 완화됐다. 특히 승객이 집중되는 오전 1시~3시30분대 혼잡도는 22%로 크게 개선됐다.
노선별로 살펴보면, N61번(양천~노원)이 하루 평균 1865명이 이용해 최다 이용 노선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N13번(상계~장지) 1395명 > N26번(강서~중랑) 1235명 > N15번(우이~사당) 1152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요일별로는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승객이 가장 많았다. 금요일 월평균 이용 승객 1만237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토요일(1만741명) > 목요일(1만342명) > 수요일(1만240명) 순으로 나타났다.
시간대별 승객은 오전 1시~3시30분에 하루 총 승객수의 68.4%가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이 시간대 이후는 지하철, 시내버스 등 교통수단의 첫·막차가 다니는 시간이라 이용 승객이 적고, 대중교통이 완전히 끊어져 대체수단이 부족한 상황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올빼미버스 증차 후 전년 동기 대비 택시 승차거부 신고건수도 줄어, 심야시간대 시민의 이동편의가 향상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5년 12월 시에 접수된 택시 승차거부 신고건수는 총 823건이었지만 2016년 12월에는 77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49건)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올빼미버스가 심야·새벽시간대 1만명이 이용하는 명실상부한 "시민의 발"임을 재확인했다"며 "지속적으로 운행실태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시민 의견을 반영해 이동편의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imht10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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