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칼럼니스트, 전원불교 문인회장 사양지심

《맹자(孟子)》〈공손추편(公孫丑篇)〉에 ‘사양지심(辭讓之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양지심의 뜻은 겸손하여 남에게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본성(本性)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씨, 즉, 사단 설(四端說) 중의 하나이지요.

맹자는 인간이 그 본성에 있어서 선(善)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을 <성선설(性善說)>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인간의 선함은 다음의 네 가지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1. 仁- 측은지심(惻隱之心) - 남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고 측은하게 생각하는 마음.
2. 義- 수오지심(羞惡之心) - 자기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
3. 禮- 사양지심(辭讓之心) - 겸손하고 양보하는 마음.
4. 智- 시비지심(是非之心) -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는 마음.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인(仁)의 시작입니다.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이는 그 어떤 행위도 정당하지 못하지요. 그 다음이 수오지심으로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 안에 담겨있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고 자신을 낮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악을 미워하는 마음을 가질 때 올바른 삶을 살아 갈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양지심은 자신을 낮추고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입니다. 맹자는 사람의 마음에 이기적(利己的)인 마음과 이타적(利他的) 마음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이타적 마음이 더 강하게 작용할 때 맹자는 참인간답게 사는 것이라 말합니다. 또한 사람은 시비지심을 통해 옳고 그름의 분별력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맹자는 옳고 그른 것을 분간하는 마음이야말로 앎(智)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모른다면 그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나 마찬 가지입니다. 비록 인간이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대로 내버려 두면 아무 것도 행할 수 없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은 마치 밭과 같아서 스스로 가꾸지 않는다면 어느새 잡초가 자라나 밭이 망가지고 맙니다.

사람의 마음은 영혼의 거울입니다. 거울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먼지가 쌓여 올바로 볼 수 없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도 더러운 거울처럼 되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무엇이 사람다움인지도 알지 못한 체 짐승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깨끗한 마음과 정결한 마음으로 준비될 때 사람과 사람사이의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고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더러워진 영혼의 눈으로는 절대 올바로 볼 수 없고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없습니다. 진실을 보지 못하고 오해하고 편견에 싸여 진실을 왜곡하게 되는 것입니다. 갈등과 미움은 서로를 바로 보지 못하고 욕망에 빠져 서로를 보는 것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영혼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도의 시작이요 기본이 아닐까요.

1953년 5월 29일 오전 11시 30분!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Percival Hillary : 1919~2008)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Tenzing Norgay: 1914~1986) 두 사람이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발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힐러리는 세르파 텐징이 사망한 후 기자회견에서, “당시 텐징이 산 정상 입구에 먼저 도착했지만 악천후 속에서 탈진한 자신을 30분 동안이나 기다려 주었고, 결국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첫 발자국을 내디딜 기회를 양보했다”고 밝힙니다.

그러니까 오전 11시 쯤 정상 바로 밑에 먼저 도착한 것은 텐징 이었습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최초 등정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텐징은 지쳐서 뒤에 처진 힐러리가 올 때까지 정상 바로 아래서 30분을 기다렸지요. 그래서 힐러리가 먼저 정상을 밟은 것입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악수를 청하는 힐러리와 힐러리의 어깨를 감싼 채 등을 두드려주는 텐징! 그야말로 사양지심의 극치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요?

그 텐징의 사양지심에 힐러리는 다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에베레스트에 오른 첫 인간이라는 기록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것은 등정을 통해 겸손과 사양 그리고 관용을 배웠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제시한 ‘5대 인사원칙’이 있습니다. 병역 면탈, 부동산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입니다. 이 다섯 가지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공직자 임용에서 배제하겠다는 내용이지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야심차게 지명한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과거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모자라지 않는 인사임이 밝혀져 조각(組閣)의 첫 번째 단추조차 끼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게 위장전입 입니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제34조에 의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 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중범죄입니다.

위장전입을 하는 이유에는 크게 부동산투기와 자녀교육 목적 등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낙연 후보자의 경우는 미술교사인 부인이 강동구에 거주하면서 강남교육청 소속 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강남구 논현동으로 위장전입 한 경우입니다. 자녀를 좋은 학군에 보내기 위한 교육 목적의 위장전입보다 죄질이 나쁘지요.

그리고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입니다. 이 후보자 아들은 2001년 현역입영을 통보 받고 입영 4개월 전 어깨탈골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다시 신검을 받고 병역을 면제 받았지요.이 과정에서 이 후보자는 병무청에 아들의 현역병 입영을 허용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병역기피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명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부동산 투기’와 ‘논문 표절’을 제외하고, 화가인 부인의 그림전시회 문제 등, 몇 가지 의혹이 더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세상에 이런 5대 인사원칙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없는가요? 이런 인사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고위직에 오르는 것만 좋아하여 무작정 공직자후보수락을 하면 안 됩니다.

지금 새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이 얼마나 황당할까요? 급기야는 국정을 시작하자마자 온 국민에게 사죄하는 치욕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양심에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사람은 고위공직에 나아가면 안 됩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야말로 사양지심이 무엇인지부터 공부를 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억울하더라도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스스로 사양해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해 드려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지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5월 30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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