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김덕권칼럼] 3초의 무상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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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3초의 무상보시
  • 김덕권
  • 승인 2017.06.0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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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산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회장, 칼럼니스트3초의 무상보시

몇 년 전 황필상이라는 분이 215억 원을 기부하여 장학재단을 설립했는데 상을 받기는커녕 225억 원의 세금 폭탄을 받아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에 대한 소송이 제기된 지 7년 4개월 만인 지난 4월 20일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단법인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세무당국이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온 것이지요.

도대체 좋은 일을 하고도 뺨을 맞았다면 이 보다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요? 그래도 다행한 일은 아직 법은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불법에 무상보시(無相布施)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주었다는 그런 생각이 없이 텅 빈 마음으로 베푸는 보시를 말합니다. 오직 베풀기만 할 뿐 보답을 바라지 않는 보시가 바로 무상보시의 정신이지요.

보시란 과수에 거름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 보시에도 유상보시(有相布施)는 거름을 땅 위에다 흩어 주는 것과 같고 무상보시는 땅 속 깊이 거름을 묻어주는 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와 같이 보답을 바라지 않고 하는 무상보시야 말로 깊은 산속 옹달샘의 맑은 물처럼 어둡고 힘든 세상의 청량제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이 보시를 행할 때는 베푸는 자(施者)도 받는 자(受者)도, 그리고 베푸는 것(施物)도 모두가 본질적으로 공(空)한 것이므로 이에 집착하는 마음이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삼륜체공(三輪體空) 또는 삼륜청정(三輪淸淨)이라고 합니다.

그 무상보시를 행한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 덕화만발의 가족이신 ‘아기동장 김만수’님이 <회원자유게시판>에 올려주신 <조니 애플시드 / 따뜻한 하루> 라는 예화입니다.

「미국인들은 무언가 매우 특별하게 말하고 싶어 할 때, ‘애플파이 같다’고 말합니다. 또 미국의 가장 큰 도시인 뉴욕을 부를 때, ‘가장 큰 사과’라고도 합니다. 이처럼 미국에서 사과는 매우 미국적이며, 매우 특별합니다. 사과를 이렇게 특별한 과일로 만든 배경에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1774년에 태어난 존 채프먼이 바로 그 주인공이지요.

그는 미국개척시대에 많은 지역을 돌며 사과 씨를 뿌렸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미국인들이 배고픔 때문에 고통 받지 않기 위한 배려였던 것입니다. 사람들을 그를 ‘조니 애플시드’라는 별명으로 불렀습니다. 그것은 아무 대가 없이 평생 사과를 보급한 헌신과 희생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떻습니까? 거액을 기부해 장학재단을 설립하신 황필상씨나 미국 전역에 사과 씨를 뿌린 애플시드 같은 이런 분들이야 말로 무상보시의 화신이 아닐까요? 사람들은 받는 것에만 익숙해 있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좇아가는 세태가 만연하고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내일은 누군가가 그 그늘에서 쉬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베푸는 그 무상보시야 말로 아름답기 짝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내 것을 하나 내줌으로써 내 주변이,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보상을 구하지 않는 하는 보시는 남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행복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무상보시는 거액을 보시하거나 미국전역에 사과 씨를 뿌리는 행위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3초의 무상보시’도 있습니다.

1.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닫기’를 누르기 전 3초만 기다리는 것입니다. 정말 누군가 급하게 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2. 출발신호가 떨어져 앞차가 서 있어도 클랙슨을 누르지 말고 3초만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갈등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3. 내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3초만 서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아내가 정말 아플지도 모릅니다.

4. 동지와 헤어질 때 그의 뒷모습을 3초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그가 가다가 뒤돌아 봤을 때 웃어 줄 수 있도록 말입니다.

5. 길을 가다가 아침 뉴스에서 불행을 맞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눈을 감고 3초만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그들이 나를 위해 기꺼이 그리할 것입니다.

6.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는 때라도 3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것입니다. 내가 화낼 일이 보잘 것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7.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다가 한 아이와 눈이 마주 쳤을 때 3초만 그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 아이가 크면 분명 내 아이에게도 그리 할 것입니다.

8. 죄짓고 감옥 가는 사람을 볼 때 욕하기 전 3초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내가 그 사람의 환경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9.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 울상을 하고 있을 때 3초만 말없이 웃어주는 것입니다. 잘못을 뉘우치면 내 품으로 달려올지도 모릅니다.

10. 아내가 화가 나서 소나기처럼 퍼부어도 3초만 미소 짓고 들어주는 것입니다. 아내가 저녁엔 넉넉한 웃음으로 한잔 술을 부어줄지 모릅니다.

겨우 3초의 보시라고 하찮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 3초가 쌓여 무상의 공덕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많은 중생들의 업보는 탐욕에서 시작되어 탐욕으로 멸망하는 겉치레의 삶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원(願)은 큰 데에 두고, 공(功)은 작은 데부터 쌓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우에는 괘념(掛念)치 말고 공덕 짓기에만 힘을 쓰면 마침내 큰 공과 큰 대우가 돌아오는 이치를 가슴에 새기면 좋겠네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6월 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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