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군의 길

▲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예로부터 최고의 군주를 ‘성군(聖君)’이라 했습니다. 그러니까 전설적인 군주 요임금과 순임금이 대표적인 ‘성군’이지요. 우리나라의 성군은 단연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으뜸일 것입니다. ‘성군’의 반대는 ‘폭군(暴君)’으로 하(夏)나라 걸왕(桀王), 상(商)나라 주왕(紂王)이 거론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조선시대 연산군(燕山君)이 ‘폭군’의 대표적인 왕이지요.

 

‘성군’ 바로 다음 단계로는 ‘명군(明君)’이 있습니다. 사리에 밝은 임금이란 뜻으로 조선시대 정조 대왕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명군’의 반대 개념의 왕을 ‘혼군(昏君)’ 또는 ‘암군’(暗君)으로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치에 어두운 어리석은 군주’라는 뜻이지요.

 

역사상 나라를 어지럽히고 백성을 힘들게 한 ‘혼군’은 많습니다. 진시황의 아들 ‘호해’가 무능하고 멍청한 황제의 대명사이지요. 당시 실세였던 환관 조고(趙高)는 ‘지록위마(指鹿爲馬)’ 라고 하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황제를 농락한 일은 유명합니다.

 

우리 역사에도 못난 임금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조선의 제25대 철종(哲宗)은 ‘혼군’의 대표적 왕입니다. ‘강화도령’으로 강화도에서 은둔하며 살다 본의 아니게 군주가 된 인물입니다. 안동김씨 세도 때문에 임금다운 노릇을 제대로 한번 펼쳐보지 못했지요.

 

우리 역사에는 여자 군주가 3명 있었습니다. 신라시대 때 ‘선덕여왕, 진덕여왕, 진성여왕’입니다. 이 가운데 진성여왕은 신라 1천년 역사의 막을 내리게 한 장본인입니다. 숙부인 각간 위홍과 ‘사통’(私通)‘한 여왕으로 삼촌 위홍이 사망하자 미소년들과 향락을 즐긴 타락한 군주이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 신라 말 진성여왕 시대와 닮은 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도 진성여왕은 국민을 속이는 ‘비선실세’는 쓰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민심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군주는 설 자리가 없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지금은 왕정시대와는 달리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밝은 시대입니다. 혼군이나 암군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 헌법에 근거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이 문제입니다. 대통령 한 사람의 밝음과 어두움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어둡던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새롭게 태어난 대통령이 밝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계속한다면 나라다운 나라가 되지 않겠는지요? 밝은 대통령은 어둡던 대통령이 저지른 일들부터 고쳐나가기만 해도 국민의 칭송을 받을 것입니다.

 

암군이라고 평가되는 인물들도 대부분 충분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으면서도 그 권력을 국가 발전을 위해 쓰지 않은 자들입니다. 이들 암군의 옆엔 항상 간신들이 붙어 다녔기 때문입니다. 당 현종 말년의 양국충, 안록산 그리고 조선조의 유자광, 홍국영 등등이지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혼돈록(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 113조에 <송덕상(宋德相)>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바르고 옳은 생각 때문에 벼슬에서 잘려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낙척(落拓)생활을 해야 했던 번암 채제공(蔡濟恭)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정조 대왕은 첫해, 홍국영에게 큰 권력을 넘겨주었습니다. 그런데 홍국영은 그런 권력을 남용하면서 별별 짓을 다하다 끝내 패망하고 맙니다. 홍국영은 자신의 누이를 정조의 후궁으로 들여보내 영세토록 권력을 쥐려는 야심을 품었는데 후궁으로 들어간 홍씨 여인이 병사하고 말았습니다.

 

이 때 홍국영에게 잘 보이려던 송덕상이라는 문신이 “원빈(元嬪:홍씨)이 훙서(薨逝)하셨으니 종묘사직은 의탁할 데가 없도다.”라고 표현해, 홍국영에게 아부의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이 글을 보았던 채제공이 혼잣말로 ‘글의 서두가 참으로 괴이하구나! 후궁 한 사람이 죽었는데 왜 종묘사직이 위태롭단 말인가. 4백년 종묘사직을 일개 후궁에게 맡겼단 말인가? 참으로 괴이하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새어나가 홍국영이 듣고는 곧장 정조에게 달려가 온갖 죄목으로 엮어 큰 처벌을 하자고 주장을 했습니다. 이 일로 채제공은 8년간의 낙척생활을 했고, 홍국영의 패망 이후에야 임금의 특별 명령으로 형조판서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정조의 현명한 판단으로 채제공은 재 등용되어 영의정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다산 등과 함께 위대한 정조치세를 이룩해 낸 것입니다. 현명한 군주만이 옳고 바른 정치를 하게 됨을 이런데서 알 수 있습니다. 새 대통령도 제발 여야를 막론하고 훌륭한 인재를 찾아내어 밝은 정사(政事)를 이룩해 좋은 세상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촛불혁명을 완성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당면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말할 것도 없이 간신배(奸臣輩)의 준동을 막는 것입니다. 간신배가 활개를 칠수록 대통령의 판단력이 흐려져 나라가 혼란에 빠지기 때문이지요.

 

첫째, 특정인에게 이익을 독점시키면 안 됩니다.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과 취미를 위해 특정인을 내세워 백성들을 갈취하면 안 됩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보듯이 많은 사람의 분노를 초래하여 큰 재앙에 대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소통을 거부하면 안 됩니다.

역사적으로 못나고 어리석은 지도자의 한결 같은 특징은 자신에 대한 비판과 충고에 귀를 막았다는 사실입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말이 발을 달면 여론(與論)이 됩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통치자들은 늘 여론에 주의를 기울였던 것입니다.

 

셋째, 유아독존이면 안 됩니다.

스스로를 대단히 똑똑하고 잘났다고 여기면 안 됩니다. 거기에 아첨 배와 간신배들이 준동을 하는 것입니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귀를 열면 자연 인재가 몰려들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성군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그러나 자칫 마음의 경계(境界)를 허물면 금방 간신배들과 아첨꾼들이 몰려들게 마련입니다. 최소한 이 세 가지만 경계(警戒)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성군의 길을 달려갈 수 있지 않을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6월 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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