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김포에 석연갤러리를 오픈한 임복섭 대표. Ⓒ장효남 선임기자
▲지난 4월 김포에 석연갤러리를 오픈한 임복섭 대표. Ⓒ장효남 선임기자

[뉴스프리존=장효남 선임기자] “사업이 망해 월 30만원짜리 월세 방을 전전할 때도 나는 절대 그림은 팔지 않았습니다. 그림이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언뜻 들으면 화가가 울먹이며 외치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 말은 50년을 넘게 사업을 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다시 “그 어려울 때 그림들을 팔았다면 당장 전세로 옮길 수 있지만 내 손에서 벗어난 순간 영영 돌아 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팔지 못했다”며 “지금의 갤러리를 개관하게 된 것도 아마도 그 그림들이 항상 나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렇게 기자에게 그림사랑을 설파한 사람은 지난 4월 김포시 대명항 인근에서 300평 규모의 '석연갤러리'를 개관한 석연(釋然) 임복섭 대표(73)이다. 그를 지난 2일 석연갤러리 대표실에서 만났다.

임 대표는 차(茶)의 고장 전남 보성사람이다. 20살 때 고향을 떠나 부천에 정착하게 된 그는 기자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먹고 살기위해 아등바등 거리며 살아 온 듯하다.

그는 기자와 만난자리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할 당시 월급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나면 나에게는 남는 것이 전혀 없어 빈손으로 집에 들어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그래도 다시마음을 잡고 일을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 집구석에서 가만히 앉아 누군가가 전해준 어떤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니 꼭 나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그 그림은 엄동설한에서도 꿋꿋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설중매’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설중매처럼 내가 처한 힘든 상황을 꼭 이겨내어 성공할 것이라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며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렇게 그림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 점 두 점 그림수집이 늘어나 40점에 가까울 무렵에 생활터전인 사업이 무너지게 되었다”며 “그렇지만 자식 같은 그림들을 팔 마음이 전혀 없었다. 물론 팔면 월세방에서 전세방으로 옮길 수야 있지만 내 손에서 벗어난 순간 영영 돌아 올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 톤을 높였다. 그러면서 “당시 그림을 팔았다면 이곳 ‘석연갤러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수집했던 그림들을 모아 지난 4월 김포 대명항 인근에 석연갤러리를 열고 이후 부천에서 이사와 이제는 김포시민이 되었다.

임 대표는 이야기를 바꿔 기자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났다. 그는 자신이 갤러리 대표이지만 아직도 그림을 볼 줄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그림이 자신과 잘 맞는 다는 생각이 들면 그 그림이 나랑 인연이 있나보다 생각해 수집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창현(創玄) 박종회 화백과 서양화가 김정수 화백의 그림을 좋아해 갤러리 1층에는 박 화백의 그림을, 2층에는 김 화백의 그림 가운데 진달래 그림들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창현(創玄) 박종회 화백 전시관을 둘러보는 임복섭 대표. Ⓒ장효남 선임기자
▲창현(創玄) 박종회 화백 전시관을 둘러보는 임복섭 대표. Ⓒ장효남 선임기자
▲서양화가 김정수 화백의 그림을 설명하는 임복섭 대표. Ⓒ장효남 선임기자
▲서양화가 김정수 화백의 그림을 설명하는 임복섭 대표. Ⓒ장효남 선임기자

기자는 인터뷰 중간에 임 대표과 함께 1층과 2층 전시장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때 동행한 임 대표의 박 화백의 그림과 김 화백의 그림들 설명이 20년차 고참 큐레이터가 전시회를 방문한 기자에게 자신이 전시하는 그림에 설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임 대표의 그림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었다.

갤러리를 돌면서 임 대표의 이야기와 전시된 그림들을 통해 이곳이 왜 창현 박종화 화백과 김정수 화백의 전문 갤러리가 된 것인지를 또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임 대표가 창연과 김정수 화백에 대해 정통하다는 것을 뛰어넘어 이들 화백의 미래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 숙연함마저 들게 했다. 이런 분이 김포에 있다는 것이 김포의 자랑이며 석연갤러리가 김포의 명소가 될 것이라는 것이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 여겨진다.

▲섹소폰을 연주하는 임복섭 대표. Ⓒ장효남 선임기자
▲섹소폰을 연주하는 임복섭 대표. Ⓒ장효남 선임기자

1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하면서 말미에 대표실에 걸려있는 색소폰을 손으로 가리키니 사모님 때문에 배워 이제 10년차가 되었다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연주를 부탁했더니 아낌없이 두곡을 선사해 주셨다. 오늘 인터뷰는 그림 때문에 눈이 호강을 했고 섹소폰 연주에 귀도 즐거웠다.

끝으로 할 말이 더 있느냐고 물으니 석연갤러리는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그림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와서 편안히 보고갈 수 있도록 더욱 더 준비할 것이기에 내년에 한 번 더 오라고 한다. 물론 기자는 1년 후 석연갤러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 궁금함을 풀려고 내년에도 인터뷰를 요청해 석연갤러리의 발전하는 모습을 활자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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