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제52회
 

방문

“아니, 송 박사님이 남편이세요?”

“왜, 아시나요?”

“그럼요! 송 박사님 그 유명한 분을 왜 몰라요. 토크쇼나 심야토론에 초빙되어 TV에서 자주 뵙는데요. 저도 공감하는 점이 많고 생각이 바르고 명쾌하셔서 인상적이었어요. 세상을 저렇게 선량하게 사시는 분이 계시는구나 하고 숙연해질 때가 많았지요!”

지선은 애춘의 의외의 면에 놀랐다. 생각이 자신과 많이 통하고 자신의 남편에 대해서 옳게 여기고 지지하고 있어 한층 더 친밀감이 들었다. 애춘의 본래의 성향이 예측한 대로였다.

“어머? 아이들도 어쩜 이렇게 예뻐요.”
“아이들 좋아하시죠?”

“그럼요!”
“자! 2층으로 가 봅시다!”
“………!”

2층으로 올라가보니 사진에서 보았던 세 자녀가 악기를 들고 있었다. 무슨 음악회 연습을 하고 있는 듯 작은 실내악단 같았다.

“엄마랑 함께 근무하는 장 선생님이셔!”

“안녕하세요, 저희 어머님한테 잘해 주셔야 합니다. 부탁합니다!”

세 자녀가 일어나 애춘에게 정말 진심으로 부탁하는 모양으로 절을 하듯 깊이 인사했다.
“어머! 요즘 아이들 같지 않고 너무도 반듯하게 키웠네요. 어쩌면 이렇게 의젓하니!”

“저희 어머님의 각별한 친구 분이니 깍듯이 최고로 모셔드려야죠!”

어른 흉내 내는 장난이 정말 귀엽고도 예뻤다. 자신을 높이 대하고 모시는 그 말과 행동,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끔찍이 위하는 아이들이 정말 대견스러웠다. 애춘은 너무도 사랑스러워 한 번씩 껴안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들은 각자 자기의 악기를 들었다. 큰딸은 플루트, 작은 딸은 바이올린, 아들은 만돌린을 들고 벽에 걸려 있는 가족이 합주하는 모습의 사진과 같았다.

“어머? 무슨 악단 같아요!”

“네. 우리 가족은 삶을 신명나게 하는 각자의 악기를 하나씩 다루도록 했어요. 혼자 있어도,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도 돌아보거나 박수를 보내지 않아도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자신들의 삶의 악보를 연주하죠. 그렇게 사는 삶의 위대함과 행복을 알게 하고 싶었어요. 전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악기를 다루게 해 인생연주의 의미를 배우게 했거든요. 지금은 프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마추어로서 가족 음악회 정도는 열 수 있답니다!”

“피아노, 클래식 기타, 만돌린, 바이올린, 플롯….”
“아, 정말 그렇군요. 인생연주!”

민지선이 피아노를 연주하자 세 아이들이 각자의 악기를 연주할 자세를 취했다. 애춘은 정말 좋았다. 마음이 아늑하고 평온했다. 마치 이곳은 고통 속에서 피난처가 된 듯, 숨조차 쉬기 어려운 밀폐된 곳에서 빠져나와 마음껏 숨을 쉬고 편히 쉬는 낙원에 온 듯했다. 음악을 잃어버리고 산 세월이 오래되었다. 사람에 대한 애착, 증오, 분노, 갈등… 등으로 정서가 메말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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