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정치력

 

 

▲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 칼럼니스트여러 사람이 우러러 보는 지도자에게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정치력’이라고 합니다. 특히 한정된 자원으로 성과를 내야하는 조직의 지도자는 구성원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정치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요즘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을 대하는 우리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서 ‘무위지사(無爲之事)’의 고사(古事)를 떠올려 봅니다.

 

원래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등의 역할’이라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정치력은 규모의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나라에서부터 작은 인간관계에까지 필요한 것이지요.

 

그런데 대통령에게 필요한 정치력에도 네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양하고 상반된 인재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일 것입니다. 그 네 가지를 한 번 알아보지요.

 

첫째, 방모두단(房謀杜斷)입니다.

다양하고 상반된 인재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구당서>와 <신당서>에서 유래된 이 말은 방현령(房玄齡)의 지모와 두여회(杜如晦)의 결단력이라는 뜻이지요. 저마다 지니고 있는 특색과 장점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일을 잘 해결함을 비유합니다.

 

방현령과 두여회는 당태종 이세민을 보필하여 ‘정관의 치’라는 중국 역사상 대표적인 태평성대가 되는데 공을 세운 명재상들입니다. 각기 장점이 달라서 두여회는 결론을 내리는 데 과감하였고, 방현령은 계획을 세우는 데 뛰어났습니다(如晦長于斷, 而玄齡善謀).

 

즉, 방현령은 태종과 국사를 논의할 때 세밀하게 분석하고 구체적인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는 있었지만 결단력이 부족하였습니다. 그럴 때면 태종은 두여회를 불러 의견을 구하였습니다. 두여회는 방현령과 토의하여 방현령의 분석과 해결책이 옳다고 결단력 있게 인정해주었고, 태종은 이들의 자문을 토대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둘째, 중긍경(中肯)입니다.

《장자(莊子)》<양생주편(養生主篇)>에 나오는 긍경(肯)입니다. 이 말은 “과녁을 맞추는 것, 일의 급소를 찌르는, 요점을 정확히 포착하는 것”을 말합니다. 긍은 뼈에 붙은 살이고, 경은 힘줄과 뼈가 한데 엉킨 곳으로 급소 또는 가장 중요한 곳을 일컫습니다.

 

지도자의 정치력에서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인 중긍경(中肯)이 필수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핵심을 전달하는 소통력이 중요하지요. 핵심을 아는 리더라면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의도를 한두 문장으로 압축하는 방법을 알아야만 합니다. 일의 급소를 찌르는, 요점을 정확히 포착하는 중긍경(中肯)을 보며, 리더에게 ‘필요한 핵심을 짚고, 핵심을 말하고 핵심을 전달하는’ 정치력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집니다.

 

셋째, 심모원려(深謀遠慮)입니다.

《무경십서(武經十書)》<군참(軍讖>에 나오는 이 말은 ‘깊이 고려하는 사고와 멀리까지 내다보는 생각’이라는 뜻입니다. 그 뜻은「장수에게 심모원려가 없으면 계책이 많은 모사가 곁을 떠나고, 용기가 없으면 병사가 적을 두려워하고, 경거망동하면 군대에 진중한 기운이 없게 되고, 충동적으로 노여움을 발산하면 전군이 두려워한다.」입니다.

 

심모원려와 용기는 장수가 평소 소중히 여겨야 할 덕목입니다. 적시에 움직이고, 분노할 때 분노하는 것은 장수가 군사를 지휘할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는 것이지요. 이 네 덕목은 장수가 지켜야 할 명확한 훈계지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논어》<위령공편>에서 공자 역시 “사람에게 먼 헤아림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다.” 즉, ‘사람이 멀리까지 바라보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얼마 안가 근심스러운 일이 생긴다.’라고 하셨습니다.

 

넷째, 무위지사(無爲之事)입니다.

《노자(老子)》제 2장에 나오는 이 말은 무위의 태도로 세상일을 처리한다는 뜻입니다.「처무위지사(處無爲之事) 행불언지교(行不言之敎)」‘무위의 태도로 세상일을 처리하고, 말 없는 가르침을 행한다.’가 원문이지요. 그런데 공자 역시《논어(論語)》<위령공편>에서 무위의 지도법을 이야기합니다.

 

「무위이치자(無爲而治者) 기순야여(其舜也與) 부하위재(夫何爲哉) 공기정남면이이의(恭己正南面而已矣」“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하를 잘 다스린 사람은 순임금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분이 무엇을 하셨는가? 공손한 태도로 왕위에 앉아 계셨을 뿐이다.”가 원문입니다.

 

그런데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은 ‘무위이치’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이루어 놓은 상태라는 점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그냥 내버려둔다면 천하는 다스려지는 것이 아니라 혼란만 가득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위(無爲)는 무슨 일이든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무위이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합니다.

 

하나, 모두가 자신의 업무와 직책을 잘 알아야 합니다.

둘, 모두가 자신의 업무와 직책을 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셋, 모두가 경건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업무와 직책을 완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천하가 어지러운 이유는 왕이 현명한 인재를 임명하고 권한을 부여할 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무위의 태도로 세상일을 처리한다는 ‘무위지사’를 보며 제대로 된 조직과 적재적소에 배치된 인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억지로 함이 없이 자연스럽게 일을 하는 까닭에 막상 일이 닥치게 되면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없고, 사람들이 무슨 큰일이나 하는 것같이 호들갑을 떨 때도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여유를 가지고 지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일을 하며 사는 것입니다.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이 네 가지 ‘대통령의 정치력’을 갖추어 정치를 하시면 청사(靑史)에 길이 남을 대통령이 되지 않을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7월 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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