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뒤 계류 기간을 모두 채운 유치원 3법이 29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지난해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폭로 이후 국민적 관심 속에 패스트트랙에 올랐지만 원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화하는 박용진-임재훈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왼쪽)과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대화하는 박용진-임재훈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왼쪽)과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18년 국감 기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들의 각종 비리를 폭로하면서 유치원 비용으로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명품백과 성인용품을 사는 등 일탈과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서 전국민적으로 거센 공분을 불러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해 회계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는 유치원 3법을 당론 발의했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 교육위에서 자유한국당이 퇴장한 가운데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지난 22일 국회법이 정한 숙려기간 330일이 지나 유치원 3법은 본회의에 부의됐고 금요일 본회의에 자동상정된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폭로된 지 1년이 넘어서야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는 셈이지만 패스트트랙 원안의 통과 여부는 불확실하다.

27일 국회와 교육계에 따르면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여야 간 이견 없는 법안부터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 유치원 3법 등이 이 날 한꺼번에 처리될 전망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총선을 앞둔 의원들이 한유총의 압박과 으름장에 좌불안석이라며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여기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수정안을 만들기 위해 물밑교섭을 벌이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거의 1년 만에 유치원 3법 처리를 앞두고 있으나 시설사용료 반영 여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에게 시설사용료를 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시설사용료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적용으로 원장·설립자의 쌈짓돈 조성이 불가능해지자 한유총이 꺼내든 카드다.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건물·토지 등 사유재산을 유치원 운영을 위해 내놓았으니 이를 보상해달라는 요구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학부모들은 유치원 3법의 입법취지가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계에선 시설사용료를 반영할 경우 유치원 3법이 뿌리 채 흔들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유치원 3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했다.  29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상황에서 관련 법 통과를 위한 여론 모으기에 나선 것이다.
26일 도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 40여명은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립유치원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비영리기관인 학교로, 유치원 3법을 통해 유치원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치원 3법은 정부 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의무사용과 지원금 유용 횡령죄 처벌, 유치원 설립자의 원장 겸임 금지,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유치원을 포함시켜 비리를 차단하고 급식의 질을 보장하는 것 등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이들은 "1년 전 사립유치원 비리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해 3법이 최초 발의됐다"며 "하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와 일부 야당이 저항하고 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사립유치원은 현행법상 학교로서 소득세 비과세 대상이며 연간 2조원에 가까운 혈세를 지원받고 있다"며 반대 측이 주장하는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는 근거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치원 3법에 대해 자한당이 터무니없는 사유로 반대를 계속한다면 표결처리가 불가피하다. 처리를 미룰 경우 한유총이 내년 총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앞서 결정대로 사립유치원 운영에서 공공성이 담보되도록 국가가 관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청구한 헌법소원에서 교육부 손을 들어주며 “사립유치원도 사립학교법·육아교육법상 학교이기에 재무회계를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참여연대·전국유치원학부모비상대책위 등 시민단체들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비영리기관이자 학교인 유치원에서 발생한 운영수입은 기관 운영을 위해 쓰는 것이 원칙”이라며 “시설사용료 지급 주장은 아이들을 위해 온전히 사용해야 할 교비를 마음대로 유용하겠다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본회의 전날인 11월 28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는 참여연대,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55곳이 한자리에 모여 유치원 3법 통과를 촉구하는 범시민사회 기자회견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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