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이하 범투본) 청와대 앞 노숙 집회는 지난 4월부터 영하로 뚝 떨어진 12월 한파가 몰아치는 지금까지 계속되면서 많은 우려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영화의 날씨에도 전광훈목사의 지시로 거리에서 노숙하고있는 순국결사대 ⓒ 뉴스프리존
영화의 날씨에도 전광훈목사의 지시로 거리에서 노숙하고있는 순국결사대 ⓒ 뉴스프리존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불편과 민원을 둘째치고 이제는 맹목적으로 전 목사를 따르는 고령자들의 건강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사단법인 평화나무'에 따르면 지지자들은 노숙으로 생고생을 하고 있으나 전 목사 측은 청와대 인근에 45평짜리 빌라와 원룸을 빌려 정반대의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전광훈 목사지만 정작 그는 이 집회에 상주하고 있지는 않다. 간혹 집회에 들러 설교를 하고, 서둘러 떠날 뿐이다.

천막 농성은 오로지 일반 교인들의 몫이었다. 그런데도 지지자들은 “전광훈 목사님은 워낙 전국으로 다니기 때문에 바빠서 여기는 잘 오지 못한다”며 무한한 이해심을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 목사의 발언 하나하나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평소에는 바닥에 스펀지와 돗자리를 깔고 집회를 이어갔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는 대형 천막이 등장했다. 아무리 몇 겹옷을 입고 이불로 꽁꽁 싸매고 있어도 한파는 몸속을 파고들었다. 걸을 때마다 얼어붙은 발끝이 아려왔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불평은커녕, 애국할 수 있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모습이었다.

순국결사대의 모습도 보였다. 한 순국결사대원에 따르면 순국결사대의 총인원은 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현장에는 20명 이내의 순국결사대가 질서를 관장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순국결사대원들이 유서를 쓰고 현장에 투입됐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5일 현장에서 만난 한 순국결사대원은 “유서까지 쓰고 순국결사대에 들어 왔다”며 “동생들이 죽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 이런 동생들로부터 힘을 얻는다”라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또 다른 순국결사대원은 '정말 순교를 각오한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우리는 순교를 각오하고 유서까지 썼다. 유서 쓰고 심사받아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결사대 모집을 70대로 했다. 그런데 역량이 젊은 사람들보다 떨어지는 탓에 대구에서는 젊은이들이 결사대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곧 문재인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란 전광훈 목사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었다.

전 목사의 비서실장인 이은재 목사는 '유서는 왜 쓴 것이냐'는 '평화나무'의 질문에 ''우리는 죽기를 각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의 기획자는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전 목사의 발언 하나하나를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좀 먹고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상황은 안타까움을 안겨 준다. 게다가 70세가 넘으면 당장 저세상으로 떠나더라도 목숨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으로 고령의 노인들을 결사대로 모집한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유서까지 쓰게 했다는 사실은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전 목사의 내란선동·내란음모 혐의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야간 집회를 단속할 마음조차 없어 보인다. 경찰은 지난 11월 25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청와대 앞 집회를 하지 말라고 주최 측에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소음 측정 차량이 도착해 형식적인 해산 안내멘트를 몇 차례 날릴 뿐, 별다른 액션은 없었다.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전광훈을) 체포하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영장이 기각되면 전광훈 목사에게 날개를 달아 주는 것밖에 안 된다.

죄 없는 목사를 현 정부가 구속하려 했다는 프레임으로 몰고 갈 것이다. '종교 탄압'으로 끌고 가면 정권 차원에서도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와 관련한 수사는 실제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경찰은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오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경찰이 집회 때마다 오지만 우리에게 특별히 해산 요구를 강력하게 하거나 제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찰이 있어서 우리가 안전하게 집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기온은 영하 4도까지 떨어졌다. 청와대 앞 농성장은 설교자(신소걸 목사, 순복음우리교회)의 쉰듯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코미디언 출신 신 목사는 “눈치 보지 않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문재인 하야를 위해 이토록 부르짖는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있었느냐. 전광훈 목사님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야말로 아무 말 대잔치를 시작했다.

신 목사는 부인이 얻게 된 병까지 문재인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무논리 신공을 펼쳤다. 탈원전으로 석탄 때서 전기를 쓰게 하는 바람에 아내가 폐렴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집사람은 산소호흡기를 대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사경을 헤매는 이유는 어디 있느냐, 문재인이가 탈원전을 제일 먼저 했다. (그래서) 청정지역을 다 폐기하고 석탄 때서 전기를 생산하려고 김정은이의 석탄, 그거 캐다가 대한민국 국민 전부 다 암흑천지로 몰아넣게 했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 측이 청와대 앞  45평 짜리 빌라와 원룸을 1년 계약으로 빌린  것으로 확인 됐다. 사진/평화나무
전광훈 목사 측이 청와대 앞 45평 짜리 빌라와 원룸을 1년 계약으로 빌린 것으로 확인 됐다. 사진/평화나무

전광훈, 집회 불법 모금 운용 방안… "황교안 장로가 힌트 줬다"

황교안 대표는 전 목사의 설교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또, 황 대표가 과거 변호사 시절 전 목사의 변호를 맡은 사실이 KBS 보도로 드러나며 두 사람의 오래된 인연이 예사롭지 않다는 세간의 평이 나돈다.

매체에 따르면 전 목사는 교회 모임도 아닌 광화문 집회 때마다 걷는 헌금 운용에 대해서도 황 대표가 예전에 알려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황교안 장로님이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할 때 가르쳐줬다"며 "애국운동하려면 돈 쓰는 것 조심해야 하니까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내가 내는 헌금은 전광훈 목사에게 위임하고, 그 결과에 대해 묻지 않는다'는 공증을 해놓으라고 힌트를 줬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자신이 대표 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 정관에 이를 바로 적용했다. 현재 청와대 앞 천막 농성장에 항상 놓여있는 헌금함에도 '전광훈 목사에게 모든 결정을 위임한다'는 글이 적혀있다.

개신교 시민단체인 평화나무 권지연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은 "지금 전광훈 목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정치 활동"이라며 "자유한국당과 끈을 함께하면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건 종교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전 목사는 이러한 지적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로 "전 세계의 돈이 청와대 앞 텐트로 몰려들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돈이 퍼부어지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결론은 전광훈 목사의 설교는 내년 4.15 총선으로 귀결된다. 자한당을 중심으로 한 자유우파연대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전 목사는 "내년 4월 15일 자유우파정당이 3분의 2, 즉 300석 중에 200석을 가지면 대한민국이 산다"며 "자유한국당 중심으로 한 우파정당이 100석을 하면 국가해체, 대한민국은 그날로부터 장례식"이라고 경고했다.

전 목사는 지금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예배 형식을 빌린 정치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온갖 막말을 쏟아내며 하야를 촉구하고,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자한당을 중심으로 한 자유우파연대가 승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 오전 '범투본' 광화문 집회에서 전 목사는 욕설을 섞어가며 "서울시장 박원순이 XXX이요, 계속 동성애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게 동성애가 좋으면 당신 사위부터 남자를 얻어라. 북한으로 가라"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저 XXX, 이들이 일하면 이 사회가 사회주의·공산주의가 된다"면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말을 빌려 "소련을 가보니 예쁜 여자 대학생들이 스타킹 하나 주니 다 따라오더라. 공산주의가 되면 스타킹 하나만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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