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 조작 대국민 사기극... 검찰 칼날 향하나
- 정치권에서도 인화성 높은 이슈인 '공정' 문제로 번질 조짐

[뉴스프리존=한운식기자]시인 이형기는 그의 ‘낙화’에서  가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이재현 CJ 회장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보유한 주식 184만주를 자녀 이경후·선호 씨에게 9일 증여했다.
이재현 CJ 회장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보유한 주식 184만주를 자녀 이경후·선호 씨에게 9일 증여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분분한 낙화(落花)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허민회 CJ ENM 대표에게는  지금 이 시구가 더욱 절절하게 들릴 법이다.

허민회 대표는 2015년 12월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2016년 5월 CJ오쇼핑 대표를 거쳐 2018년 7월 CJ ENM 대표로 일해 왔다. 얼마 전까지  이재현 회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초대형 돌발 악재가 터졌다.

바로 CJ ENM 산하 케이블채널 엠넷의 '프로듀스 X 101'으로부터 시작된 투표 조작 논란이다. 

이는  '프로듀스 101‘, ’프로듀스 48‘ 등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에게까지 확산되면서 주요 관계자가 연이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고 있다. 검찰은  벌써 프로듀스X101 제작진  2명을 구속시키면서 회사 내부 더 깊숙이 칼날을 들이대는 형국이다.  

허민회 대표에게도 검찰 소환장이 날아들 수 있다. 혹 추운 겨울을 수의(囚衣)를 입고 감방에서 보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시청자 투표가 핵심인 프로그램에서 기만적인 투표조작 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과 다름없는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결재선상에 있는 최고위급 등의 관여가 있었을 것으로 조심스레 짐작된다.

프로듀스X101 제작진이 구속되자 걸그룹 ‘아이즈원’ 팬집단이 성명서를 내고 “CJ ENM이 문화기업으로서 마지막 양심이 존재한다면 허민회 대표가 국민들 앞에 직접 고개 숙여 사과하길 바란다”고 요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투표조작 논란이 CJ ENM의 수직계열화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허민회 대표의 책임을 더 무겁게 하고 있다.

CJ ENM은 프로그램 제작부터 음악 기획, 공연, 매니지먼트 등 관련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특히 프듀 시리즈는 계열사에서 아이들 그룹의 홍보와 음반 유통, 공연 수익까지 독차지하는 구조라서 다른 연예기획사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물론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공들인 CJ 문화사업에서 허민회 대표는 이 회장을 대신해 그 첨병(尖兵)으로서 역할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재계 일각의 지적도 있다.      .

하지만 검찰이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그 대상이 이 회장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현 CJ회장 자신은 무너진 대중들의 신뢰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마치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도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면서 인화성 높은 이슈인 '공정' 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고 덧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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