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손우진 기자] 10일, 성북동에 있는 서울좋은병원장례식장에서 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혼자인 무연고 사망자의 외로움을 바라보며, 2019년 문명사회를 사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합니다" 지난달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북 네 모녀'(무연고 김이림 님, 이현정 님, 이지연 님, 이지선 님)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이날 오전 숨진 이들의 장례를 맡을 유가족이 없어, 장례식은 서울시 공영장례조례에 따라 무연고자에 대한 공영 장례로 구청이 치렀다. 상주 역할은 구청 직원과 성북동 주민이 맡았다.

그리고 장례식에는 성북구 주민과 '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 관계자, 구청 직원 등 30여명이 참석해 추모의 뜻을 밝혔다.

무엇보다 아픈사연은 고인들의 친인척은 이날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청 관계자는 "고인들 중 어머니의 형제자매들에게 연락했지만, '여건이 어려워 참석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장례식장 한쪽에는 추모객들이 고인들에게 포스트잇으로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이날 오전 붙은 포스트잇 30여장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 "더는 외롭지 않고, 더는 마음 아파할 일 없는 평안한 곳에서 편히 잠드시길 기도합니다" 등 문구가 적혔다.

아픔을 함께 나눈 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최돈순 신부는 조사에서 "평생을 외롭게 살다 삶의 마지막 순간마저도 혼자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외로운 죽음에 가슴이 아프다"며 "살아가는 것도 걱정이지만, 이제는 죽음마저 걱정이 돼버린 우리들의 삶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최 신부는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같은 하늘을 바라봤을 당신을 외롭게 보내드리고 싶지 않았다"며 "고인이 걸어온 긴 외로움의 여정을 함께 하진 못했지만, 그리고 너무나 늦었지만, 이제 가야하는 여행길은 덜 외로웠으며 한다"고 덧붙였다.

장례식에는 모녀가 숨진 성북동 주민들도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김육영 성북동주민자치회장은 "고인들은 3년 전쯤 성북동으로 이사를 왔는데, 이후로 이웃과 왕래가 적었다"며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들과 마주칠 때 목례만 하는 정도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김 회장은 "우리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마음 썼으면 이런 일이 있지 않았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며 "성북동에 1만7천여명이 거주하는데, 우리가 서로에게 너무 무관심하며 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이승로 성북구청장도 무거운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방문해 조문했다. 이 구청장은 "저희 몫 다하지 못해 고인들에게 죄송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취약한 사각지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숙제를 남겨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도시가스 검침원들과 업무협약을 맺어 취약가구를 점검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쓸쓸한 겨울 발인 후 4명의 시신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돼 파주시 '무연고 추모의 집'에 봉안될 예정이다.

강북구에 거주한 지난 달 70대 A씨는 40대 딸 3명과 함께 11월 초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숨진 후 발견될 때까지 꽤 오랜 기간이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부검 결과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는 구두소견이 나왔다. 이후 이들이 살던 집의 우편함에 채무 이행 통지서 등이 여러 통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생전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돼 왔다. 추모위원회는 '더는 안타까운 죽음이 없어야 한다'며 시민 분향소를 차리고 복지제도의 전면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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