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스케이터'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커튼콜 사진_야마모토(김부영), 순임/다케시(김은경), 김달진(정지혜), 유명훈(이승민)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일제강점기, 조선인 최초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의 실화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따뜻한 은빛 레이스, 창작ing 판소리뮤지컬 <경성스케이터>가 지난 11월 29일부터 오는 12월 22일까지 정동극장에서 평범한 아버지의 고군분투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 스케이터 연대기를 다시금 재조명하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칼날 몰아치는 경성,

매서운 북풍에 사람들마저 절망으로 얼어버린 1934년, 겨울!

나막신 스케이터를 타고 사냥을 하는 포수 김달진, 자신이 쏜 오발탄 때문에 딸은 청각 장애를 갖게 된다. 달진은 딸에게 보청기를 사주기 위해 특별 상금이 걸린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가 되려고 한다.

제대로 된 스케이트조차 살 수 없는 가난, 조선인이라는 차별과 멸시, 거대 권력을 가진 라이벌. 그는 이 모든 것을 상대로 싸우며 승리를 향한 레이스를 펼친다.

“뛴다, 뛴다. 칼날이 뛴다.”

'경성스케이터' 공연사진 | 순임을 안고 꽁꽁 얼어붙은 한강을 건너 병원으로 내달린 김달진 /ⓒEASThug(제공=정동극장)
'경성스케이터' 공연사진 | 순임을 안고 꽁꽁 얼어붙은 한강을 건너 병원으로 내달린 김달진(정지혜) /ⓒEASThug(제공=정동극장)
'경성스케이터' 공연사진 /ⓒEASThug(제공=정동극장)
'경성스케이터' 공연사진 | 불빛과 간단한 모션 그리고 흥겨운 음악만으로 스케이트 타는 동작을 리드미컬하게 표현해 냈다. /ⓒEASThug(제공=정동극장)
'경성스케이터' 공연사진 /ⓒEASThug(제공=정동극장)
'경성스케이터' 공연사진 /ⓒEASThug(제공=정동극장)
'경성스케이터' 공연사진 /ⓒEASThug(제공=정동극장)
'경성스케이터' 공연사진_야마모토(김부영), 순임(김은경), 김달진(정지혜), 유명훈(이승민) /ⓒEASThug(제공=정동극장)

설마(雪馬) 신고 달리는 아버지 김달진의 동계 올림픽 도전기 <경성스케이터>는 스포츠를 다룬 최초의 판소리 뮤지컬이다. 일제강점기가 극에 달하던 1936년, 독일 동계올림픽에 일본선수로 출전한 세 명의 최초 조선인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김정연, 이성덕, 장우식)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1930년대의 한국대중음악 태동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경성스케이터>는 쏟아지는 신문물과 급속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수용했던 경성의 그 시대, 축음기에서 흘러나왔을 법한 대중음악적 요소를 적절하게 배치, 작품 속 판소리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이야기의 배경인 1930년대 문화 향유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했다. 친숙하고 흥겨운 멜로디 구성으로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판소리 뮤지컬’로 대중 앞에 한 발짝 다가선다.

또한 작품은 설마(雪馬)를 신고 달리는 사냥꾼, 그리고 스피드 스케이팅이라는 동・서양의 소재를 연결하고 꽁꽁 얼어버린 한강 위를 달리던 그 시절로 데려간다. 판소리 그리고 뮤지컬이라는 단어가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그리는 것처럼 과거와 현재, 국악기과 서양악기, 판소리와 재즈, 수묵화와 3D 애니메이션이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즐거움은 <경성스케이터>이기에 선보일 수 있는 매력요소이다.

'경성스케이터' 무대사진_ "1930년대 경성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누군가 걸어갔던 하나의 뜨거운 흔적(무대디자인 서지영)", "평생 산 속을 해맸으나 이제 차디찬 빙판 위를 달려야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영상디자인 고둥욱)"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무대사진_ "1930년대 경성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누군가 걸어갔던 하나의 뜨거운 흔적(무대디자인 서지영)", "평생 산 속을 해맸으나 이제 차디찬 빙판 위를 달려야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영상디자인 고둥욱)"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에서 순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인형 | 사실 첫 번째 인형은 마리오네트였다.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에서 순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인형 | 사실 첫 번째 인형은 마리오네트였다.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달진이 사냥꾼 시절 나막식에 칼날을 끼워 타고 다니던 설마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달진이 사냥꾼 시절 나막식에 칼날을 끼워 타고 다니던 설마 /ⓒAejin Kwoun

8살 둘째 아이의 태명이 ‘스케이트’였을 정도로 작품에 애착이 깊었던 경민선 작가, 건강하고 진지한 소통으로 추워진 요즘 같은 계절에 유난히 이 작품에 마음이 간다는 김승진 음악감독, 작고 작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내 보려는 ‘달진’을 사랑하는 이기쁨 연출이 함께 마음을 담아낸 매력적인 판소리뮤지컬 <경성스케이터>는 노래와 연기를 모두 소화해야 하는 일인 예술의 전통 판소리에서 벗어나 자신이 아닌 서로의 호흡에 귀를 기울이고 호흡을 맞추며 따로 또 같이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한다.

'경성스케이터' 김달진 역 정지혜 배우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커튼콜 사진_김달진 역 정지혜 배우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김순임 역 김은경 배우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커튼콜 사진_김순임 역 김은경 배우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커튼콜 사진_야마모토 역 김부영 배우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커튼콜 사진_야마모토 역 김부영 배우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커튼콜 사진_유명훈 역 이승민 배우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커튼콜 사진_유명훈 역 이승민 배우 /ⓒAejin Kwoun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춘 음악감독과 연주자들은 각자의 악기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 뿐 아니라, 서로의 음색들은 절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와 연이어 함께 하고 있는 이기쁨 연출은 흡사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과 음악들을 하나로 어우르며 누구 하나 따로 튀지 않으면서도 공감 가득한 공연을 만들어낸다. 서로 서로 깊고 끈끈한 신뢰와 존중이 느껴지는 무대 위 그들의 에너지는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 MINI INTERVIEW -

1. 너무나 익숙한 플롯의 착한 이야기임에도 소리꾼 분들의 시원한 창법과 멜로디가 어우러진 뮤지컬 넘버들과 판소리,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남성과 여성을 넘나드는 캐릭터 그리고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연상시키는 이기쁨 연출님의 연출로 어우러진 무대는 너무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희곡의 창작에서 판소리뮤지컬로 꾸며질 것을 감안하고 쓰였을지, 마당극처럼 일정한 동선 없이 자유로이 움직이는 듯 한 움직임을 포함한 안무들과 영상과 음악의 절묘한 어우러짐에 어떤 연출적 고민이 들어갔을지 듣고 싶습니다.

'경성스케이터'를 연출한 이기쁨 연출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를 연출한 이기쁨 연출 /ⓒAejin Kwoun

・이기쁨 연출

<경성스케이터> 대본은 판소리를 기반으로 제작될 것을 염두에 두고 경민선 작가님이 집필한 희곡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사가 소리꾼들이 잘 살릴 수 있는 소릿말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김승진 음악감독님과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단원들과 함께 음악 작업을 진행하면서 ‘국악이 낯선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판소리 극을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공연을 보신 관객 분들께서 판소리의 비중이 크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판소리의 비중이 적은 것이 아닙니다. 길고 짧은 32곡의 노래 중 9곡만이 작곡된 음악이고 나머지 모든 곡은 작창된 창작판소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께서 판소리가 많이 없다고 느낄 만큼 자연스럽게, 그리고 다양하게 편곡을 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다양한 공간에서, 많은 군중들이 등장을 하는, 속도감이 생명인 스피드스케이팅을 다룬 이야기를 4명의 소리꾼만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판소리의 특성’을 잘 살려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한 다역을 맡는 배우가 아니라 이야기를 펼쳐 보여주는 소리꾼이 되어야만 했던 것이죠. 소리꾼이 순임이가 되었다가 다케시도 되었다가 내레이터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그런 특성을 살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계’를 무너뜨리는 동선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무대 위에서 사실적으로 스케이팅 경기 장면을 구현할 수는 없었기에 스케이팅 동작을 최대한 단순화하되 소리와 말이 잘 들릴 수 있도록 안무를 구성하고 음악과 영상에서 속도감과 긴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율하였습니다.

2. 피아노연주와 함께 눈발이 날리는 숲속에서 시작되는 도입부는 대금과 드럼연주가 함께 어우러져 동화적인 판타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베이스 연주자분의 첼로 현을 퉁기는 듯한 연주, 타악 연주자분의 소리북, 드럼 과 울림소리를 내는 악기들, 대금 연주자분의 여러 소리들, 건반연주자분의 멜로디들이 판소리와 재즈 등을 오가며 옛 경성을 너무나 훌륭하게 불러낸 듯해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국악장단을 너무나 많이 아시고 좋아하시는 김승진 음악감독님께서 음악들을 만들어낸 과정과 연주자분들이 각기 연주하시던 악기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경성스케이터'의 김승진 음악감독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의 김승진 음악감독 /ⓒAejin Kwoun

・김승진 음악감독

우선 경성이라는 시대,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분위기를 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뮤지컬 어법과 판소리가 어우러지는 사운드를 내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고민은 한국장단을 많이 활용하여 노래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판소리의 반주를 북 반주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모아졌습니다. 또한 뮤지컬의 리프라이즈 기법을 극적으로 적극 활용하고자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서곡의 주제가 달진과 순임의 장면에서 변주되기도 하고, 야마모토 주제는 야마모토의 판소리에서 활용되고, 달진의 도전 주제는 ‘칼날이 뛴다, 달진이 간다’ 등에서 장단의 변주로 극적 분위기를 이끌어 가도록 했습니다.

악기 구성은 앞에서 말한 계획을 짠 후에 하게 됩니다. 크게 국악 타악기, 대금, 콘트라베이스, 건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작곡, 음악감독, 연주를 함께하는 스타일이어서 평소에 연주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주변에 마음 맞는 동료 연주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함께 연주하는 친구들은 짧게는 6년 길게는 20년을 알고 지낸 가족 같은 동료들입니다. 그래서 소통하기가 수월할 뿐 아니라 좋은 사운드를 내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주고 있어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성스케이터' 연주자 커튼콜 사진_베이스(설동호), 타악(이형철)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연주자 커튼콜 사진_베이스(설동호), 타악(이형철)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연주자 커튼콜 사진_대금(이경구), 건반(유수진) /ⓒAejin Kwoun
'경성스케이터' 연주자 커튼콜 사진_대금(이경구), 건반(유수진) /ⓒAejin Kwoun

먼저 국악 타악기를 연주하는 이형철 씨는 장구, 모듬 북, 소리 북, 드럼, 각종 액세서리 악기를 연주합니다. 대금 연주하는 이경구씨는 대금, 하모니카, 소금, 슬라이드 휘슬 등 부는 악기뿐만 아니라 탬버린, 귀로 등 타악기도 같이 연주합니다. 이 두 연주자의 악기 숫자만 봐도 좀 잔인한 음악감독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 즐겁게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설동호 씨는 제 고등학교 친구예요. 그 당시에는 서로 음악을 같이 하게 될 줄 몰랐겠죠? 지금은 눈만 마주쳐도 서로 원하는 걸 알 만큼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입니다. 연주기법으로는 첼로처럼 메인 멜로디를 연주하기도 하고 피치카토로 판소리 반주를 즉흥으로 연주하기도 합니다. 또한 저와 같이 건반을 연주해주는 유수진 씨는 뮤지컬 작곡가이자 연주도 하는 가장 믿고 의지하는 동료입니다.

3. 판소리 작창부분은 악보화를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음악 또한 즉흥연주가 되는 건지 뮤지컬 넘버로 꾸며진 곡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었을지도 궁금합니다.

・김승진 음악감독

판소리 반주를 할 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ㅡ 작창을 먼저 할 경우

첫 번째로는 텍스트를 보면서 청과 장단을 정하고 모든 악기가 하나의 고수가 된 것처럼 즉흥연주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판소리 채보를 하여 판소리 음과 리듬에 알맞은 선율 또는 화성을 입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ㅡ음악을 먼저 쓰는 경우

주어진 반주에 소리꾼이 분위기에 작창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성스케이터> 판소리는 이 (작창을 먼저 할 경우의 2가지 방법과 함께)세 가지의 방법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악보화를 하는 방법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두 장르의 간극을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뮤지컬 곡의 선율을 판소리 안에 반주로 넣기도 하고 반대로 뮤지컬 곡에 판소리 장단을 넣는 방식으로 잘 섞일 수 있게 했습니다. 저는 이 두 장르의 차이를 관객이 못 느낄 만큼 하나의 톤으로 들리길 바라고 있습니다.

4. 연출님의 다음 공연도 궁금합니다. 차기작을 알고 싶습니다.

・이기쁨 연출

12월 19일부터 22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진행되는 <라스낭독극장>에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딸에 대하여>와 가족음악극 <고구마 밭 그 랩터>를 입체낭독극으로 공연합니다. 그리고 2020년 새해에는 창작집단 LAS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과 다양한 신작으로 찾아뵐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성스케이터' 포스터 /(제공=정동극장)
'경성스케이터' 포스터 /(제공=정동극장)

어둡고 침울하던 상황 속에서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경성스케이터>는 억압, 차별과 멸시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김달진이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은빛 레이스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는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그 시간을 이기고 견딘 평범한 사람들이 희망과 같이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단 하나의 가치인 것이다. 이기쁨 연출은 “작품 속 달진과 순임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 달진처럼 마음 속 솟아나는 두려움을 바라보고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판소리 뮤지컬 <경성스케이터>는 15일까지 해당기간 공연의 유료예매자와 유료 구매자에 한해 <경성스케이터> 포스트잇을 증정하는 이벤트와 함께 18일 공연은 잔여석에 한해 현장할인 이벤트 및 화요일부터 목요일 공연에 한해 달진패키지와 어른아이패키지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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