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쟁 - 권력은 왜 역사를 장악하려 하는가?

▲ 역사전쟁: 권력은 왜 역사를 장악하려 하는가? (심영환, 생각정원, 364쪽, 16,000원)[뉴스프리존=정주희기자] 지난해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교과서는 종북 좌파 역사학자들에 의해 편향되어 서술됐으며 이는 우리 자손들에게 패배의식을 줄 뿐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 역사학계는 크게 반박하고 있다. 도대체 권력은 왜 역사를 장악하려 하는가? 끊임없는 역사 논쟁 속에서 핵심 쟁점에 대해 알아보자. 역사를 흔히 승자의 이야기라 말한다. 역사가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한다는 믿음을 경계하고, 개인의 주관이나 특정한 권력에 따라 왜곡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말이다. 하지만 승자의 이야기만을 중심으로 역사가 기록된다 한들, 신화와 같은 문학적인 기록이 아닌 이상 역사의 기반은 사실에 있다. 그렇기에 역사적 사실 자체를 무시하려는 움직임은 ‘역사학’이라는 이름 아래에 포섭될 수 없다. 프랑스 대혁명은 근대 유럽의 대표적인 시민 혁명이지만, 피와 폭력으로 얼룩진 혁명의 이면을 무시하고 이를 아름답게만 기록할 수는 없다. 역사는 어쨌든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 이외의 다른 논리가 우선시된 기록은 역사가 될 수 없다.

 
 '역사전쟁'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인 한국사 핵심 이슈와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담았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한국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그렇다면 한국사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한국 역사학계는 종북 좌파인가? 두 번째는 이승만-박정희 위주의 역사 서술이다. 이를 전제하며 역사 전문 강사 심용환은 저서『역사 전쟁: 권력은 왜 역사를 장악하려 하는가?』를 통해 한국의 역사 논쟁이 정치 논리에 경도돼 사실 검증을 도외시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건국절 논란에서 교학사 교과서 파문을 거쳐 지난해의 국정화 교과서 문제까지, 이 책은 일련의 논란이 역사를 독점하려는 정치계의 야욕에서 출발했음을 꼬집는다. 그리고 역사학을 도구적으로만 활용하고 있는 정치권력을 비판한다.
 
저자 심용환은 이미 저명한 역사학자로써 이와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주목할 점은 가만히 책상에만 앉아있는 역사학자로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운동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국정화 교과서에 대한 13가지 유언비어가 돌자 SNS에 '카톡 유언비어 반박문'이라는 글을 올려 크게 화제가 되었다. 이 비판의 방법론으로 저자는 정공법을 선택한다. 『역사 전쟁』은 역사 논쟁을 둘러싼 보수 진영의 정치적 목소리와 보수주의적 사관을 표방하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의 주장을 역사적 사실이라는 무기로 공격한다.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음에도 정치적 목소리에 묻혀 대중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못한 쟁점들의 사실 관계를 보여주고, 역사라는 이름 뒤에 숨은 정치권력의 의도를 추측해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 역사전쟁: 권력은 왜 역사를 장악하려 하는가?
저자는 역사는 학계의 논쟁에서 출발하여 시민들의 공감 속에서 서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을 행하고자 '역사전쟁'은 출간 전 '시민 판권단'을 모집했다. 일주일 동안 무려 412명의 시민이 참여했으며 대부분 국정 교과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학계가 아닌 국가 주도의 역사 서술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 역사관을 갖게 되는 것일까? 저자는 건국절 논란, 패배주의적 역사교과서 서술 문제, 사학계 좌편향 주장과 같은 쟁점들이 순수한 학문적 논의의 결과가 아니라 보수 진영 한쪽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진 쟁점들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모든 쟁점의 뒤에 식민지 근대화론이 있으며, 20세기의 보편적인 현상인 근대화를 일제의 식민주의 정책과의 연관성 측면에서만 구성한 것이 보수 진영의 논리가 빈약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역사전쟁'을 읽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든다. 답은 너무나 뻔한데 정작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저자의 말처럼 이 시대의 권력은 도리어 역사 퇴행을 걷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역사 전쟁』이 가장 주목하는 문제는 결국 교과서다. 저자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뉴라이트 학계의 소수 의견을 담은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유일한 역사서가 될 것임에 우려를 표한다. 국정교과서 문제와 관련한 이명박 정권 이후의 정치사를 훑으며 이 현안 뒤에 숨은 정치적 움직임이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형태로 있어왔음을 밝힌다. 이 교과서가 가질 수 있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뉴라이트계에서 집필했던 교학사 교과서를 참고한다.
 
교학사 교과서는 포털사이트 표절 논란과 용어 혼동, 사실 관계 오류와 같은 문제뿐만이 아니라 왜곡된 역사 인식으로 작성된 교과서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제 식민지배의 과정에서 한국인이 근대적 시간관념을 가지게 됐다는 서술은 한국의 근대화가 일제에 의해서 완수됐다는 인상을 남긴다. 일본 대장성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수만 648만 명에 이르는 국내 강제 동원자의 수를 70만 명으로 줄여 표현한 것도 의문을 남긴다. 심용환은 이에 일제강점기를 미화하고 근현대사를 왜곡하려는 보수 진영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한다.
 
『역사 전쟁』은 역사학을 정치의 도구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는 보수 진영의 정치인, 그리고 학자를 비판하며 최근의 역사 논쟁 전반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억지에 가까운 주장으로 점철됐던 논란에 대해 학문적인 관점에서 나름의 비판을 제기하려 했다는 점도 특기할 부분이다. 최근 벌어지는 전쟁의 무기가 분명히 ‘역사학’임에도 그 주체들이 ‘정치권력’이라는 사실. 『역사전쟁』은 이 모순을 꼬집으며, 역사학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객관적으로 서술돼야 함을 다시 한 번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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