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의 추한 민낯, 끝없는 추락에 추락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등록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단법인 해산과 전** 대표회장 구속을 촉구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등록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단법인 해산과 전** 대표회장 구속을 촉구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뉴스프리존=김태훈 기자] 다사다난했던 2019년, 한국교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명성교회 세습 사건으로 시작해 그루밍 성폭력 등 목회자 성범죄와 한국 개신교계를 대표한다고 자처해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신성모독 발언까지 낯 뜨거운 한 해가 됐다. 

세습의 경우 비단 명성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계 인터넷매체인 뉴스앤조이는 최근 ‘2019년 3분기 세습 지도’를 공개하며 전국에서 세습 교회로 확인된 곳은 모두 285개로 파악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년 급증하는 가나안 성도들은 이미 한국교회의 부패와 각종 비리와 추문에 체념해 버린 상태다. 이제 더는 한국교회엔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말까지 입에서 나오고 있다.

경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성폭력 범죄로 검거된 전문직은 5261명이다. 이 중 도덕적으로 모범이 돼야 할 종교인이 681명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 직업군 1위가 바로 개신교 목회자였다.

기독교여성상담소가 2016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상담내용을 집계한 결과 총 277건의 교회 성폭력 상담이 이뤄졌고, 60건의 교회 성폭력 사건이 접수됐다. 이 중 강간은 27건, 성추행 24건, 성희롱과 스토킹을 포함한 기타 사건은 9건이었다. 강간, 성추행, 성희롱이 중첩돼 나타나는 경우도 빈번했다.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 정교유착에 막말까지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한기총의 사단법인 해산을 촉구하는 글은 5일 만에 20만 2000명을 돌파했다.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의 발언이 불을 지핀 것인데, 그는 현재 내달 2일에 진행될 영장심사를 앞두고 있어 구속 여부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전광훈 대표회장의 행보는 종교계의 가장 큰 화두였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주사파로 규정하고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라는 단체를 만들어 매주 토요일 문 대통령 하야 집회를 주도했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이재오 전(前) 의원(국민통합연대 창립준비위원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정치인들이 힘을 더했다. 교계 안팎에서는 전 대표회장의 행보가 정교분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으로 넘쳐났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9 자유 대한민국 전국 연합 성탄축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9 자유 대한민국 전국 연합 성탄축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특히 전광훈 대표회장의 막말은 숱한 논란을 낳았다. “하나님도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내가 하나님 보좌를 딱 잡고 살아” “하나님과 내가 그만큼 친해” “오늘날 헤롯왕은 문재인” 등의 발언은 “신성모독” “사이비 교주” “과대망상의 극치” 등 교계로부터 수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전광훈 대표회장은 최근 주말 집회에서 “문재인이 나를 구속시키려고 하는데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를 향해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그는 집회에 대해 “전광훈에 의한 게 아니라 위대한 국민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부자 세습 길 터준 김삼환-김하나, 종교인 아닌 깡패가 따로 없어”

지금도 인터넷에 떠도는 2017년 11월 김삼환-김하나 부자(父子)목사의 위임식 영상은 당시 종교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특히 영상에서 “이 위임식은 무효입니다. 명성교회는 총회 법을 어기고 있습니다”라고 외친 한 신학생이 많은 사람에게 에워싸여 두들겨 맞고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나가는 모습은 종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돈과 권력 앞에 고개를 떨구게 했다. 바른말을 한 사람이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핍박을 받는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대변하고 있었다.

김삼환-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세습은 지난 8월 초 소속 교단의 심판을 받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측 총회 재판국은 교단 헌법을 위반했다며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9월에 와서는 정기총회를 열고 명성교회의 세습을 인정한다는 수습안을 의결했다. 법을 바꾸면서까지 이제는 대놓고 세습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삼환-김하나 부자(父子)목사의 위임식 유튜브 영상 ⓒMBC PD수첩 영상 캡처
김삼환-김하나 부자(父子)목사의 위임식 유튜브 영상 ⓒMBC PD수첩 영상 캡처

같은 교단 한 관계자는 당시 해당 사안에 대해 “부자 세습은 엄연히 잘못된 것이다. 그 속에는 다 돈이 연결된 것”이라며 “이제는 법까지 바꿔서 대놓고 세습하겠다? 말이 좋아 종교인이고 목사이지,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그야말로 깡패가 따로 없다”라고 전했다.

총회 헌법위원회 안건으로 (담임) 목사나 장로가 은퇴하고 5년이 지난 뒤부터는 배우자나 직계비속을 위임(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있게 허용하는 교단 헌법 시행령이 적용된 것으로, 결국 교단 총회는 ‘은퇴 5년 후 직계비속의 청빙이 가능’한 시행령을 통해 세습을 길을 열어준 셈이다.

◆“나의 성행위, 하나님의 뜻?” 法보다 높은 종교탈 쓴 목회자들

교회 여신도를 상습적으로 준강간한 혐의를 받는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는 지난 8월 초 징역 16년 형을 받았다. 대법원 3부는 이 목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16년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목사는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와 10년간 이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제한을 받게 된다.

법원에 따르면 이재록 목사에 의한 피해 여신도의 수는 1심 재판에서 8명이었고, 2심 재판에선 1명이 더 추가돼 총 9명이다.

당시 재판부는 “여신도들에게 성추행·간음을 한 사실이 없다”라는 이 목사 측의 주장에 대해 “피해자들이 고소한 경위가 자연스럽고,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모를 세부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일관되게 진술해 모순을 찾기 어렵다”라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신격화된 교회 분위기에서 이 목사를 성령이나 신적 존재로 여겨 복종하는 신앙생활을 했다”라며 “이 목사의 행위를 성적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의심하는 것조차 죄가 된다고 여겨 거부를 스스로 단념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고, 이 목사를 신적 존재로 여겨 복종하는 게 천국에 가는 길이라고 믿은 것”이라며 “종교의 권위에 대한 절대적 믿음으로 반항하거나 거부하지 못하는 처지를 악용해, 장기간 상습적으로 추행·간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민중앙성결교회 이재록 목사가 2018년 4월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재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태훈 기자
만민중앙성결교회 이재록 목사가 2018년 4월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재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태훈 기자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지도자에 대한 배신감에 정신인 충격이 크다”라며 “행복하게 기억해야 할 20대를 후회되고 지우고 싶은 순간이 됐다. 이 목사에 대해 엄벌을 원한다”라고 했다.

특혜로 비친 공공도로 점용 논란에 휩싸이며 소송 공방을 벌인 사랑의교회 역시 대법원이 9년 만에 사랑의교회의 도로점용 허가처분 취소를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원상복구 움직임 없이 또다시 허용을 요구하고 있어 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총신대 김영우 전 총장은 부정 청탁성 자금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에 상고를 거듭했지만, 법원은 유죄를 판결했다. 김 전 총장은 신학대학인 총신대에 용역을 동원하는 등 큰 파란을 일으켰다.

2019년 한국 개신교가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며 사실상의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지적인 가운데, 2020년에는 고강도 개혁을 통한 체질개선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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