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서 있는 남자’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를 함께 만든 사람들_이현주 조명오퍼레이터, 기획 김유정, 남자(오재균), 여자(김설), 현림 조연출, 리우진 연출, 이의령 음향오퍼레이터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유쾌한 웃음과 관객의 허를 찌르는 유머가 곳곳에 매설되어 있는 코미디 작품 <거기 서 있는 남자>가 지난 12월 18일부터 1월 1일까지 대학로 극장 동국에서 세 번째 시즌으로 관객들과 다시 만나며 묘한 긴장감과 예측불허의 재미 속에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지를 고민하게 만들며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모두에게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인적 드문 한적한 숲길, 한 남자가 엉거주춤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몹시 위급한 상황인 듯, 핸드폰으로 구조를 요청하려 하지만 전파가 수신되지 않는다.

살려달라고 소리도 쳐보지만 그 절박한 외침에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절망에 빠진 남자 앞에 구세주처럼 한 여자가 나타난다.

남자는 도움을 요청하고 여자는 기꺼이 도우려 한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당면한 모든 문제에서 어긋나기만 한다.

위급한 상황을 공감하지만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하기만 한 두 사람.

과연 그들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거기 서 있는 남자’ 컨셉사진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컨셉사진 | 산 속 외딴 곳에 서 있는 남자와 그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한 여자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컨셉사진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컨셉사진 | 전화기의 수신안테나도 잘 뜨지 않는 그 곳에서...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컨셉사진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컨셉사진 | 두 사람 사이에 또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컨셉사진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컨셉사진 | 비바람이 몰아치는 산 속에서 혼자 버티고 있는 한 남자는 참 힘들어 보인다...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컨셉사진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컨셉사진 | 평화로워 보이는 일상 속 그들의 속마음은?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컨셉사진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컨셉사진 | 그럼에도 웃으며 즐길 수도 있지 않을까? /ⓒAejin Kwoun

극단 연애시절이 기획, 제작한 희곡 <거기 서 있는 남자>는 최우근 작가의 첫 번째 희곡집 “이웃집 발명가”에 수록된 2인극으로, 최우근 작가의 특유의 위트 가득한 말들의 향연 <거기 서 있는 남자>는 잔잔한 미소, 파안대소, 박장대소 등 다양한 웃음이 곳곳에 베여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생의 이면을 꿰뚫어 보게 하고, 인간관계에 감추어져 있는 진실을 유머러스하게 폭로하며, 우리 삶의 격정적인 파토스(pathos)를 유쾌하게 드러낸다. 사실적이고 개연성이 있는 동시에 부조리극의 요소까지 한데 어우러진 이 작품은 비유와 상징이 넘치는 대사와 동화적인 무대, 그리고 희극적인 상황을 통해 우리 개인의 삶을 돌아보게 해준다.

“나는 지금 누구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내 삶에 만족하고 있는가?”

삶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무게만 다를 뿐 누구나 가지고 있기에, 이 작품은 누구나에게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굴레가 여겼던 것들이 진정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을지, 누군가 또는 시스템에 의한 선택이었을지 바람처럼 물어보며 당신을 지나가지만, 삶에 대한 결정에 대해 절대 쉽게 말하지 않는다.

2인극으로 무대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오재균 배우와 김설 배우는 각자 뚜렷한 색깔의 연기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무대 위에서 또 하나의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연극 <거기 서 있는 남자>는 소극장 연극만의 매력을 알리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발걸음을 이어갈 예정이다.

- MINI INTERVIEW -

1. 특유의 위트와 풍자가 가득한 최우근 작가님의 희곡을 무대화시킨 작품 <거기 서 있는 남자>는 대사들 그 자체로도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대사대사들에 숨겨져 있을 듯 한 의미들을 생각하며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인 듯합니다. 희곡의 작가와 연출 과정에서 합의과정이 쉽지는 않을 터인데, 연극의 완성도에 작가님 또한 상당히 흡족함을 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함께 작업하며 어떤 부분들에 중점을 두었을지 듣고 싶습니다.

・리우진 연출

연출 경험이 많지 않아 작가님의 작품을 믿고 희곡을 최대한 그대로 무대에 형상화시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다만, 장면 전환 시 배우가 의상을 갈아입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브리지용으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서 대사를 발췌하여 상황에 맞게 배우가 애드립성 대사를 하게끔 한 것이 있는데 다행히 작품 흐름과도 어울려서 별무리 없이 작품이 흘러갑니다. 작가님도 연출을 믿고 맡겨주신 덕분에 작품을 만들면서 별 갈등은 없었습니다.

2. 두 사람의 상황과 대화들은 일면에서는 답답해 보이면서도, 각자의 말을 듣다보면 또 다른 일면에서 너무나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상황에 따른 애드립까지도 정말 진심이 담겨졌다 느꼈습니다. 여러 대사들 중 가장 인상 깊다 여기는 대사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거기 서 있는 남자’ 리우진 연출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리우진 연출 /ⓒAejin Kwoun

・리우진 연출

많은 대사들이 울림이 있었습니다. 남자 대사 중 “존재 자체가 죄다”가, 여자 대사 중에서는“엄마는 저한테 지뢰였다”라는 대사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뭐라고 말로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우리 삶의 본질을 꿰뚫는 대사라고 느껴집니다.

‘거기 서 있는 남자’ 남자 역 오재균 배우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남자 역 오재균 배우 /ⓒAejin Kwoun

・남자 역 오재균 배우

극 중 남자가 “사람 목숨을 구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뭐냐”고 여자에게 묻자 여자가 “사람 목숨을 지키는 일”이라고 대답하는 장면...

얼핏 말장난 같기도 하고 남을 생각하는 이타적 표현 같기도 하지만, 실은 두 사람 모두 타인보다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함을 고백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대사라 생각이 들어서 좋다 생각합니다.

‘거기 서 있는 남자’ 여자 역 김설 배우 /ⓒAejin Kwoun
‘거기 서 있는 남자’ 여자 역 김설 배우 /ⓒAejin Kwoun

・여자 역 김설 배우

"당신은 그거(지뢰) 위에 있지 않을 때 그냥 그렇게 살았어요?"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대사였습니다. 희곡의 무대화 과정에서 모두와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 합의과정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시즌1,2를 지나오며 명확해진 큰 선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충돌되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전 시즌에서의 인물들에 국한하지 않고 현재 배우들의 색깔을 보여주는데 중점을 두었고 배우들 간 합을 맞춰가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워낙에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고 좋은 희곡이고 워낙에 좋은 선배님이 파트너였기에 행복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 모든 대사들이 하나하나 인상 깊었습니다.

3. 향후 작품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리우진 연출

올해 연출작 “거기 서 있는 남자_시즌 4”와 “최종면접”,그리고 번역 중인 러시아 작품을 올릴 계획 중에 있으나 쉽지는 않겠지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재균 배우

3월에 극장 동국에서 작가이자 연출로 연극 “51대 49”를 무죽페스티벌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김설 배우

보필이 필요한 어린이가 집에 있는데 방치해 둔 것 같아 당분간은 엄마역할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거기 서 있는 남자' 포스터 /(제공=극단 연애시절)
'거기 서 있는 남자' 포스터 /(제공=극단 연애시절)

2019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20년 새해를 시작하는 오묘한 시간의 교차점에서 사로잡혀 있는 한 남자와 여자가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당신들을 무엇에 붙잡혀 가장 중요한 것을 미루고 살고 있는지를 묻는다. 두 사람의 상황 자체만으로도 포복절도 웃음을 남겨 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독특하고 유쾌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닌, 함께 어울려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의 진정한 속내음은 한 해 열심히 살아온 모두에게 따스한 선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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